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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 오스카 수상에 20대가 열광… '할매니얼' 인기에 '윤며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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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 오스카 수상에 20대가 열광… '할매니얼' 인기에 '윤며들다'

입력
2021.04.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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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커뮤니티 등에 "내 롤모델... 귀감 되는 어른" 찬사
"최고 아닌 최중 되자" 솔직담백 어록에 울고 웃어
단순 인기에 그치지 않고 '할매니얼' 열풍 이끌어

브래드 피트와 수상 기념사진을 찍는 윤여정. 연합뉴스

브래드 피트와 수상 기념사진을 찍는 윤여정. 연합뉴스

배우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것을 두고 20대의 반응이 뜨겁다. 서울의 한 여대 커뮤니티에는 27일 "윤여정 선생님은 내 롤모델", "윤여정은 요즘 젊은 세대한테 귀감이 되는 어른이다"라는 글이 줄줄이 올라왔다.

또 다른 대학 커뮤니티에서도 윤여정을 언급하는 글을 볼 수 있었다. 한 누리꾼은 "사치스럽게 살기로 했다.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사는 게 사치스러운 것"이라는 그의 답변 일부를 들어 "너무너무 멋있다"고 감동을 표현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선 "윤여정의 말말말"이라며 시상식 후 인터뷰 내용이 빠르게 공유되고 있다. 그의 어록을 담은 한 게시물은 4,000개 넘는 '좋아요'를 받았다. 누리꾼들은 "무례한 질문에도 우아하게 대처했다"며 윤여정의 인터뷰 답변에 박수를 보냈다.

윤여정에 대한 관심은 그의 필모그래피로 이어졌다. 한 연예 커뮤니티에는 그의 과거 연기 모습을 모은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윤여정의 영화 데뷔작인 김기영 감독의 '화녀'(1971)는 내달 50년 만에 재개봉을 앞두고 있다.

재치 있는 어록들로 젊은층과 간격 좁혀

tvN 꽃보다 누나 캡처

tvN 꽃보다 누나 캡처

윤여정에 대한 젊은층의 관심과 응원은 아카데미 수상 이전부터 있어왔다. 그는 젊은층이 많이 보는 예능 프로그램과 유튜브 채널 등에 출연하며 2030세대와 연결 고리를 만들어왔다. 이들은 윤여정 특유의 인생관과 재치가 담긴 어록들에 열광했다.

앞서 윤여정은 2013년 tvN 예능 '꽃보다 누나'에 출연할 당시 "60세가 되어도 인생은 몰라요. 나도 처음 살아보는 거니까. 나도 67살은 처음이야"라고 털어놓아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그러면서도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불평 없이 한다"는 그의 말에서 '대배우'의 관록이 느껴진다는 반응들을 보였다.

이 밖에 "내 마음대로 하는 환경에서 일하면 괴물이 될 수 있어. 그게 매너리즘이지. 그런 환경에서 일하면 내가 발전할 수 없을 거야"(유튜브 채널 '문명특급'), "젊은 사람들이 센스가 있으니 들어야죠. 우리는 낡았고 매너리즘에 빠졌고 편견을 가지고 있잖아요. 그런데 어른들이 젊은이들에게 '니들이 뭘 알아?'라고 하면 안 되죠"(tvN 윤식당) 등의 발언이 온라인에서 회자됐다.

그는 권위를 벗어던진 담백하고 겸손한 모습으로 2030세대의 환호를 받았고, '윤며들다(윤여정에 스며들다)'란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경쟁이란 없어" 수상 소감에 20대 감동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이 25일(현지시간) 오스카상 시상식이 끝난 뒤 주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관에서 특파원단과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이 25일(현지시간) 오스카상 시상식이 끝난 뒤 주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관에서 특파원단과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여정의 어록은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에도 이어졌다. "상 탔다고 김여정이 되진 않는다", "친구들에게 흉 안 본 감독 정이삭이 처음이다" 등 시상식 이후 쏟아진 말들은 많은 이들을 울고 웃겼다.

그는 수상 소감에서 함께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배우들을 떠올리며 "우리는 각자 다른 역을 연기했고, 서로 경쟁 상대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오스카상을 수상한 지금이 최고의 순간이라고 할 수 있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최고의 순간인 건 모르겠다"며 "최고가 아닌 최중(最中)이 돼 같이 살면 안 되냐"라고 답해 치열한 경쟁 속에 사는 20대들의 마음을 울렸다.

윤여정의 수상 장면을 실시간으로 지켜본 취업준비생 안효원(24)씨는 "수상 소감이 위트 있어서 좋았다"면서 "어려운 시기에도 버텨서 지금의 자리까지 오른 대단한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멈추지 않는 인기… '할매니얼' 열풍 이끌어

크로키닷컴

크로키닷컴

윤여정의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2030세대가 즐겨 쓰는 여성복 플랫폼 지그재그의 광고 모델을 맡아 '할매니얼' 열풍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할매니얼'이란 '할머니+밀레니얼'의 합성어로 '할머니 전성시대'를 일컫는 말이다.

그는 광고 영상에서 "니들 마음대로 사세요"라고 말한다. 이는 옷과 인생을 마음대로 사라(살라)는 중의적 의미로 MZ 세대에 '힙합'과 '쿨함'으로 다가왔다. 여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커뮤니티에는 "윤여정 때문에 지그재그에서 옷 샀다"는 글이 올라왔다.

할매니얼의 영향으로 패션계에선 넓은 통의 치마와 꽃무늬 카디건, 알록달록한 색상의 옷 등이 인기다. 인스타그램에 '그래니룩' 태그를 검색하면 약 2만 개의 게시글이 나온다. 그래니룩은 할머니를 뜻하는 그래니(Granny)와 패션 스타일을 의미하는 룩(look)을 붙인 조어로, '할미룩'을 뜻한다.

10대와 20대가 주로 이용하는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 따르면 1~3월까지 롱스커트, 카디건 판매량이 전년보다 각각 270%, 164% 증가했다. 특히 A라인이나 주름치마 등 옛 스타일 제품이 많이 판매됐다.

패션 업계뿐만 아니라 식품 업계와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도 할매니얼을 겨냥한 디저트와 음료를 내놓고 있다.

편의점 GS25는 이번 달 공개한 강릉초당두부케이크를 시작으로 찰옥수수 케이크 등을 계속 선보일 예정이다. 스타벅스도 올 초 새해 한정 메뉴로 현미, 보리, 흑미, 백태, 검정콩, 검은깨에 백앙금을 넣은 '홀 그레인 오트 음료'를 내놨다. 인스타그램에서 '할매입맛'으로 검색하면 쑥이나 흑임자로 만든 떡과 음료 등 게시물만 3만여 개가 나온다.


장윤서 인턴기자
이규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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