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핵융합 연구원이 쓴 SF소설, 궁금하지 않으세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핵융합 연구원이 쓴 SF소설, 궁금하지 않으세요?

입력
2021.04.30 19:00
21면
0 0
남세오 작가는 현재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아작 제공

남세오 작가는 현재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아작 제공

“연구라는 게 혼자 열심히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실은 수많은 사람이 함께 이뤄가는 일이더라고요. 특히 제가 연구하는 플라즈마 진단을 위해서는 섭씨 1억 도의 높은 온도를 측정하는 장비가 동원되는데, 이 장비를 가동하기 위해서도 많은 사람들의 조력이 필요해요. 그에 반해 소설 창작은 누구의 도움도 필요하지 않고 장비의 제약도 없어요. 그저 무한한 상상력을 펼치기만 하면 되는 점이 매력적이었죠.”

SF 전문출판사 아작이 최근 100번째 책으로 야심차게 내놓은 소설집 ‘중력의 노래를 들어라’를 쓴 남세오 작가의 이력은 무척 독특하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전신은 원자력공학과)를 졸업한 뒤 국가핵융합연구소에 입사해 15년간 핵융합 연구원으로 일해 왔다. 핵융합 에너지는 핵분열을 이용하는 원자력발전소를 대체할 미래 친환경에너지로 주목받는 분야다. 연구소는 지난해 11월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KFE)으로 승격됐고 남 작가 역시 현재 플라즈마 진단부서에서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1995년 개발에 착수해 2007년 국내 독자 개발에 성공한 한국형핵융합연구로.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제공

1995년 개발에 착수해 2007년 국내 독자 개발에 성공한 한국형핵융합연구로.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제공

멀쩡히 연구소에 잘 다니던 2017년 그는 문득 소설에 대한 갈증을 느꼈다고 한다. 뚝딱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을 한 편 완성했다. 당시 출판사 황금가지에서 새로 만든 웹소설 플랫폼 브릿G에 올렸는데 편집부 추천을 받았고, 자신감이 붙었다. 초반에는 미스터리, 스릴러, 호러, 판타지 소설을 주로 썼지만 점차 SF로 시야를 넓혔고 2019년부터는 환상문학웹진 ‘거울’의 고정 필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중력의 노래를 들어라’는 남세오 작가의 첫 소설집으로 그간 써온 것 중 SF소설만 추려 엮은 것이다.

단순히 ‘핵융합 연구원이 남는 시간에 심심풀이로 쓴 책’이라 색안경 끼고 보기엔, 이야기 밀도와 완성도가 여느 전업작가 못지않다. 서로의 살을 베어주고 먹여주는 세계를 가정한 오피스 스릴러 겸 사회파 SF('살을 섞다')부터 예언과 시공간을 다루는 정통 SF(‘카산드라 이펙트’), 달빛을 반사하는 거대한 거울이라는 아이디어와 로맨스를 결합한 낭만적 소설(‘달에 사는 토끼’)까지. 무한하게 뻗어 나가는 상상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디테일에서 내공이 엿보인다.

남세오 '중력의 노래를 들어라'(아작)

남세오 '중력의 노래를 들어라'(아작)


블랙홀부터 인공지능까지 다양한 과학 지식이 동원되지만 정작 전문분야인 핵융합은 소재로 쓰지 않았다. ‘너무 많이 아는 탓’이다. 남 작가는 “핵융합이라는 게 단순 개념 설명만으로도 복잡한 영역”이라며 “소설 하나 쓰자고 핵융합을 일일이 설명하기도 멋쩍고, 그렇다고 전공 분야를 대충 눙치면서 부정확하게 쓸 수도 없더라”고 털어놨다.

핵융합과 소설의 거리두기는 오히려 창작에 도움이 됐다. 4년간 50편에 달하는 소설을 쓸 수 있었던 비결이다. “핵융합에너지는 아직 연구단계라 실현되기까지 앞으로 최소 20~30년은 남았어요. 어쩌면 제가 은퇴할 때까지 그 성과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르죠. 반면 소설은 당장 눈앞에서 그 결과물을 볼 수 있고 독자 반응도 바로 따라와요. 한 달에 한 편씩 성실하게 소설을 쓴 이유예요. 앞으로도 이렇게 꾸준하고 성실하게 쓰는 게 꿈입니다."

한소범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