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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강' 건너라

입력
2021.04.26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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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이충재주필

민주당, ‘조국 사태’ 발목 잡혀 쇄신 중단
조국 감싸기가 文 정부 신뢰 추락의 근원
당 대표 선출 계기로 국민에게 사과해야


26일 오전 강원 춘천시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홍영표(왼쪽부터)·송영길·우원식 후보가 함께 손을 들고 있다. 후보들 뒤로 더 혁신하겠다는 문구가 선명히 보인다.

26일 오전 강원 춘천시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홍영표(왼쪽부터)·송영길·우원식 후보가 함께 손을 들고 있다. 후보들 뒤로 더 혁신하겠다는 문구가 선명히 보인다.

“선거에서 패하고 나면 지는 이유가 100가지는 만들어진다”는 말은 더불어민주당 주류가 책임론을 피하려는 핑계에 불과하다. 선거 참패의 이유는 누구나 알듯이 ‘내로남불’과 부동산으로 뭉뚱그릴 수 있다. 공정과 정의 가치를 배반하고 민생 정책에서 실패한 데 대한 심판이다. 100가지를 고치라는 게 아니고 위선, 오만을 사과하고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으라는 게 선거에서 나타난 표심 아닌가.

정책적 잘못은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다. 민주당이 보유세 경감, 공시가 로드맵 보완, 청년층 대출 완화 등에 나선 건 그간 제기된 부동산 정책 부작용을 줄이자는 취지다. 개선책이 나오면 민생에 무능하다는 인식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을 게다. 적어도 먹고사는 문제에서 이념과 당위의 굴레에서 벗어났더라면 정권이 휘청거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내로남불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는 제도와 정책의 영역 이전에 도덕적 신뢰의 문제다. 마음에 새겨진 불신은 좀처럼 치유하기 어렵다. 심리학에서는 최초의 고통으로 돌아가서 감정의 응어리를 풀어야 회복이 가능하다고 제시하고 있다. 현 정권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분노의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조국 사태’에 닿게 된다. 이 ‘원죄’를 넘어서지 않고는 국민의 가슴 깊이 파인 상처는 아물지 않는다.

여권은 조국 문제는 이미 지나간 것이라고 한다. 안이하기 짝이 없는 인식이다. 지나가고 사라진 게 아니라 응어리져 굳어졌을 뿐이다. 단순히 표창장을 위조하고 인턴을 조작해 입시에 활용해서가 아니다. 검은 것을 검다 하지 않고 흰 것을 잘못 봤다고 오도한 게 본질이다. 대통령이 책임자를 꾸짖지 않고 감싼 순간 국민은 우매한 존재로 전락했다.

그 파장은 지금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핵심 지지층인 진보 진영이 두 동강 났다. 조국과 ‘검찰 개혁’의 동일시 여부는 여태껏 진영 내 논쟁의 대상이다. 이 정부에 힘을 실어줬던 중도층 상당수는 진작 등을 돌렸다. 견고하게 유지되던 문 대통령 지지율이 데드크로스로 전환된 게 그때부터다. 윤석열 전 총장의 과잉 수사는 비판받을 대목이지만 그를 반문(反文)의 구심점으로 올려놓은 건 결국 조국이다.

뼈를 깎아도 깎아도 모자랄 민주당의 쇄신 작업이 막힌 이유만 봐도 조국 사태가 얼마나 민주당의 족쇄가 되고 있는지 실감 난다. ‘탈조국’을 외친 2030 초선 의원들이 졸지에 ‘5적’으로 몰리자 꼬리를 내렸다. 엊그제 나온 초선 의원 일동 성명서에는 조국의 조자도 보이지 않았다. 본질은 놔둔 채 쇄신을 한다니 뭘 쇄신한다는 건지 모를 일이다. 지난해 총선을 앞둔 비례위성당 창당 때도, 이번 보궐선거 후보 공천을 위한 ‘무공천 당헌’ 개정 때도 그랬다. 강성 권리 당원들의 주장만 좇다 민심과 멀어지고 있다는 걸 민주당만 모른다.

김종인 국민의힘 전 비대위원장이 박근혜ㆍ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사과했을 때, 정치적 의도를 알면서도 대중의 분노가 누그러진 건 부인할 수 없다. 대중이 이번에 국민의힘에 분노한 것은 사면보다는 탄핵의 정당성을 정면으로 부인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국민의힘은 ‘탄핵의 강’을 절반쯤은 건넜다는 게 대체적인 정서다.

민주당도 이제 ‘조국의 강’을 건너야 한다. 어차피 대선을 앞두고 다시 불거질 게 뻔하다. 지금 해결하지 않으면 나중에 더 큰 화근으로 돌아온다. 조만간 민주당 대표가 선출되고 지도부가 새로 구성된다. 그때 “조국 문제로 실망하신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여야 한다. 단 신임 원내대표처럼 엉뚱한 곳에서 누구에게 뭘 사과하는지도 알 수 없이 해서는 안 된다. 그런 사과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

이충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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