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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자오 감독 오스카 작품·감독상 석권에도 '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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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자오 감독 오스카 작품·감독상 석권에도 '싸늘'

입력
2021.04.26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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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국 언급 소감으로 거대 영화 시장에 화해 손짓
中 관영매체 "미중 갈등에 중재자 역할 해야" 주문

2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93회 미국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영화 '노매드랜드'로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한 클로이 자오 감독. 로스앤젤레스=AP 뉴시스

2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93회 미국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영화 '노매드랜드'로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한 클로이 자오 감독. 로스앤젤레스=AP 뉴시스

2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미국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중국 출신 클로이 자오 감독이 영화 ‘노매드랜드’로 작품상과 감독상을 석권했지만 정작 모국인 중국에선 반응이 시큰둥하다 못해 싸늘하다. 2013년 인터뷰에서 중국을 “도처에 거짓말이 있는 곳”이라고 언급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탓이다.

자오 감독이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최고상)을 수상하고 올해 2월 골든글로브 작품상ㆍ감독상을 받았을 당시만 해도 “중국의 자랑”이라고 치켜세웠던 중국 관영매체들은 이제 자오 감독과 영화를 비방하는 데 여념이 없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중국 본토는 물론이고 홍콩에서도 50여년 만에 방영되지 않았다. 홍콩 민주화운동을 다룬 노르웨이 단편다큐멘터리 ‘두 낫 스플릿(Do Not Split)’까지 후보로 올라 ‘자오 감독 논란’과 더불어 중국 정부의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아카데미 수상 후에도 분위기는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 26일 사설을 통해 “중국과 미국은 긴장관계에 놓여 있다. 만약 유명한 미국인이 중국에서 미국을 비판하면 미국민들도 기쁘지 않을 것”이라며 “양국 관계 악화가 문화 교류도 압박하는 상황에서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재차 비판했다. 웨이보에 올라온 수상 소감 영상 등은 금세 지워졌고, 자오 감독 이름이나 작품명도 트렌드 검색어에 오르지 않았다.

영화 '노매드랜드'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 '노매드랜드'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노매드랜드는 23일부터 중국 관객을 만날 예정이었으나 아직 개봉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블룸버그통신은 “세계적 찬사를 받은 이 영화의 중국 개봉이 불확실하다는 사실은 여러 기업들이 중국에서 직면한 어려움을 보여준다”며 신장 위구르족 강제노동 문제를 비판했다가 불매운동 대상이 된 패션기업 H&M 등 미중 갈등 틈바구니에 낀 글로벌 기업들을 이 영화와 비교했다.

영화는 2008년 미국 금융위기 당시 길 위로 내몰린 빈곤층의 삶을 다룬다. 글로벌타임스는 “전형적인 미국 이야기로 중국 실생활과는 거리가 멀다”며 “양국 대중들의 관심사가 겹치지 않을 때도 있는데 바로 이 영화가 그런 사례”라고 깎아내렸다.

자오 감독도 중국 내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보인다. 수상 소감을 통해 중국을 언급했다. 그는 “중국에서 자랄 때 중국 고전 시와 글을 외우고 암송하면서 서로 문장을 완성해 주는 놀이를 하곤 했다. ‘삼자경(三字經)’ 첫 구절에 나오는 ‘사람은 본래 착하게 태어난다’는 문장이 지금도 떠오른다. 나는 지금도 그 문장을 믿는다. 믿음과 용기를 갖고 자신의 선함을 유지하는 모든 분께 이 상을 돌리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의 뿌리가 중국이라는 점을 드러내면서 유교적 가치를 강조한 수상 소감을 두고 중국에 화해를 청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자오 감독은 중국에서 태어났지만 영국과 미국에서 공부한 뒤 미국에서 영화 작업을 하고 있다.

자오 감독이 올해 11월 마블영화 ‘이터널스’ 개봉을 앞뒀다는 사실도 이런 해석에 무게를 싣는다. 중국은 세계 1위 영화 시장이다. 거대 자본이 투입된 영화라면 중국 시장을 무시할 수 없다. 중국도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첫 중국인이자 첫 아시아 여성이라는, 서방에 내세우기 딱 좋은 기념비적 성취를 적절히 활용할 태세다. 글로벌타임스는 “할리우드는 두 사회를 잇는 다리가 돼야 한다”면서 “미중 대립이 격렬해지는 때에 자오 감독이 양국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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