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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로 뻗어간 ‘김학의 수사’… 확대 땐 靑과 갈등 폭발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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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로 뻗어간 ‘김학의 수사’… 확대 땐 靑과 갈등 폭발 가능성

입력
2021.04.26 04:0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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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검, '김학의 불법 출금' 이광철 피의자 조사
서울중앙지검 '허위 면담보고서' 의혹에도 연루
'이규원 검사' 사건 이첩받은 공수처와 충돌 소지도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지난해 1월 29일 '울산 선거개입' 사건과 관련해 피고발인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지난해 1월 29일 '울산 선거개입' 사건과 관련해 피고발인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별장 성접대 사건’에 대한 대검 진상조사단 조사 및 수사의뢰 과정에서 각종 위법 행위가 있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청와대 연루설’에 대해서도 본격 수사에 나섰다. 3개 수사기관에 ‘김학의 관련 사건’이 계류돼 있는 가운데,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출금)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이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소환 조사한 것이다. 다만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주요 피의자들간 신경전이 얽히고 설킨 데다, 차기 검찰총장 인선이라는 ‘정치적 변수’도 남아 있어 청와대를 겨냥한 검찰 수사가 순탄하게 진행될지는 불투명하다.

25일 검찰에 따르면 수원지검 수사팀(팀장 이정섭 형사3부장)은 전날 이 비서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0시간 30분가량 조사했다. 이 비서관은 2019년 3월 22일 밤~23일 새벽, 위법한 절차로 김 전 차관 긴급출금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학의 사건’과 관련, 현직 청와대 인사가 피의자 조사를 받은 건 처음이다.

검찰은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조치’의 실행자인 이규원 전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ㆍ외국인정책본부장 사이에서 이 비서관이 연결고리 역할을 했던 정황을 파악했다. 이규원 검사와 차규근 본부장은 지난 1일 직권남용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 비서관은 그러나 검찰에서 “과거사 진상조사 업무의 청와대 주무 행정관으로서 역할을 했을 뿐, 위법성 인식은 없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비서관의 진술 내용을 검토한 뒤, 사법처리 여부를 정할 방침이다.

이 비서관 소환은 청와대 윗선을 향한 전방위 수사의 ‘신호탄’에 가깝다.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과정뿐 아니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변필건)가 수사해 온 ‘윤중천 면담보고서 허위 작성ㆍ유출 의혹’에도 그가 관여했다고 볼 만한 정황이 다수 포착된 탓이다. 이규원 검사가 김 전 차관에게 성접대를 한 건설브로커 윤중천씨와의 면담 전후, 이 비서관과 수 차례 통화한 기록이 나온 게 대표적이다.

그래픽=김문중 기자

그래픽=김문중 기자

2019년 3월 14일 민갑룡 전 경찰청장이 국회에서 “별장 동영상에 등장하는 남성이 김학의라는 건 육안으로도 식별 가능했다”고 증언한 뒤, 이광철 비서관이 ‘버닝썬 사건’에 연루된 윤규근 총경에게 ‘민 청장이 더 세게 발언했어야 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도 ‘청와대발(發) 기획사정 의혹’을 키우는 대목이다. 실제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은 “왜곡된 면담보고서 내용을 언론에 흘리면서 김학의 사건 재수사로 몰아가는 데 청와대가 개입한 정황”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서울중앙지검은 ‘면담보고서 사건’과 관련해 지난달 17일 이규원 검사의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 등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한 것과 별개로, 나머지 혐의(명예훼손 등)에 대해선 자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당분간은 이광철 비서관 개입 의혹을 비롯해 기획사정 의혹 수사도 검찰이 주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검찰 수사가 전면 확대되기엔 장애물도 많다. 핵심 피의자인 이규원 검사는 “공수처를 거치지 않은 수원지검의 공소 제기는 공수처법 위반이자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내는 등 반발하고 있다. ‘윗선 수사’를 위해선 이 검사의 진술이 중요한데, 그가 검찰엔 비협조로 일관할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공수처 움직임도 변수다. 공수처는 서울중앙지검에서 이규원 검사 사건을 넘겨받은 지 한달 넘도록 직접 수사할지, 검찰로 재이첩할지 결정을 미루고 있다. 검찰과 공수처가 각각 향후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두 기관이 또다시 충돌해 전체 수사 흐름에 여파를 미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한 수도권 검찰청 간부는 “공수처가 정말로 직접 수사 의지를 갖고 있다기보단, 여론과 정치권 눈치만 보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검찰 내부 기류를 전했다.

청와대는 이 비서관 소환에 대해 별도 입장을 밝히지 않는 등 일단 '신중 모드'다. 검찰 수사 상황을 차분히 주시하는 분위기로 전해졌지만, 이 비서관뿐 아니라 또 다른 전ㆍ현직 청와대 관계자들로 수사가 확대될 경우 청와대와 검찰 간 갈등이 폭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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