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통도사 서운암에 '영구 수장'된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

알림

통도사 서운암에 '영구 수장'된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

입력
2021.04.24 13:44
수정
2021.04.24 15:01
0 0

방장 성파스님, 장인정신 발휘해 3년여 만에 대작 완성
겹겹이 옻칠한 삼베에 자개 박은 전통 나전칠기공법

24일 통도사 서운암 장경각 앞에 설치된 '반구대 암각화' . 얕은 수조 안에 설치돼 있다.

24일 통도사 서운암 장경각 앞에 설치된 '반구대 암각화' . 얕은 수조 안에 설치돼 있다.

세계문화유산 영축총림 통도사(방장 성파·주지 현문) 말사인 서운암(감원 성연스님)에 24일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와 ‘천전리 각석’을 그린 대형 수중 옷칠 작품 2점이 일반에 공개됐다.

통도사 최고 어른인 성파 방장 스님이 옻칠과 나전칠기 공법으로 3년 넘게 걸린 노력 끝에 완성한 이 두 작품은 각각 가로·세로 3~4·9~7m 크기로, 서운암 장경각 앞 얕은 수조 안에 전시됐다. 반구대 암각화 등과 100% 똑같은 실물 크기다. 반구대 암각화는 옻칠판 위에 자개조각으로 선사시대 고래와 호랑이, 선사인과 그물망 등을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다. 천전리 각석 역시 자개조각으로 기하학 무늬나 문자(한자)를 생생하게 구현했다.

이번 작품은 지금까지 사연댐 물에 잠겨 훼손논란을 빚었던 반구대 암각화가 최근 환경부와 수자원공사, 울산시 등이 사연댐에 수문을 설치해 수위를 낮춰 침수를 막기로 합의함에 따라 더욱 의의가 높다는 평가다. 설치 작품이 반구대 암각화가 사연댐 물에 잠겨 있을 때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했기 때문이다.

통도사 서운암 대형 작업장에서 진행된 공정은 작품의 바탕이 된 새까만 칠판을 전통 방식으로 직조 된 두꺼운 삼베를 겹겹이 쌓아 만든 뒤 그 위에 얇게 간 조개껍데기를 여러 형태로 오려내어 박아 넣는 나전칠기 공법이 적용됐다.

24일 오전 통도사 서운암 장경각 앞에서 방문객들이 '천전리 각석' 자개 옷칠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24일 오전 통도사 서운암 장경각 앞에서 방문객들이 '천전리 각석' 자개 옷칠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작품은 삼베를 쌓을 때마다 열 차례 넘게 옻칠을 해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물 속에서도 썩지 않고 변하지 않는다고 통도사 측은 설명했다. 옻칠을 하면 아무리 오래 물에 넣어도, 심지어 팔팔 끓여도 훼손이나 변형이 안된다는 것이다.

성파 방장은 초막이었던 인법당을 손수 일궈 오늘의 서운암으로 바꾼 장본인이다. 특유의 장인정신으로 개발한 된장과 고추장 등 장류와 전통염색, 옻칠, 민화, 도자대장경(장경각 보관) 등으로 서운암을 전국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가장 아름다운 가람으로 만들었다.

한편 반구대 암각화는 7000년 전 선사시대 때 절벽에 새긴 그림으로, 사람과 호랑이, 거북이 등 당시 신석기인들의 수렵채집생활이 잘 묘사돼 있다. 특히 고래가 많아 당시 이미 그물과 목책으로 고래잡이를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포경 유적이기도 하다.


양산=글 사진 김창배 기자 kimcb@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