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125억원어치 갖고 계시죠? 세금 체납돼 압류했습니다.”
서울 강남구에서 병원을 운영 중인 원장 A씨는 최근 서울시로부터 이 같은 내용의 통보를 받고는 깜짝 놀랐다. 2017년 지방소득세 등 7건의 세금 10억원을 안내고 버티고 있던 그는 세무당국이 가상화폐를 찾아내 압류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A씨는 즉시 세금 5억8,000만원을 납부하고, 나머지 금액은 병원 명의의 예금계좌를 납세 담보로 제공하며 “가상화폐 매각을 보류해 달라”고 요청했다.
고액 세금체납자들이 재산을 숨겨 두는 수단으로 쓰던 가상화폐가 압류되자 ‘매각 보류’를 요청하며 서둘러 밀린 세금 납부에 나섰다.
서울시 38세금징수과는 23일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 3곳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를 보유한 고액체납자 676명(체납액 284억원)를 찾아내 이들이 소유한 가상화폐 251억원(평가금액)을 압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1,000만원 이상 체납자로, 시가 거래소의 협조를 받아 개인정보를 대조하는 방식으로 가상화폐 소유사실이 발각됐다. 가상화폐 거래가 막히자 118명은 체납세금 12억6,000만원을 즉시 자진 납부했다.
“납부할 능력이 없다”며 지방세 5,600만원을 내지 않고 있던 학원강사 B씨는 평가금액이 31억5,000만원인 가상화폐가 담긴 전자지갑이 압류되자 사흘 만에 체납액 전액을 납부했다.
현재 무직인 체납자 C씨는 2010년에 부과된 지방소득세 3,700만원을 “세금 낼 돈이 없다” 등 이유를 들며 11년간 내지 않다가 1억7,000만원어치의 가상화폐가 서울시에 의해 발견돼 압류되자 전액을 곧바로 냈다. 시는 D씨에 2018년부터 5년 기간의 징수권 소멸 시효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38세금징수과 관계자는 “최근 가상화폐 가격 폭등으로 가상화폐 가치가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체납세금을 납부해 압류를 푸는 것이 더 이익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체납세금 납부 독려 후에도 세금을 내지 않을 경우엔 압류한 가상화폐를 현재 거래가로 매각할 계획이다. 가상화폐 매각대금이 체납액보다 작을 경우엔 추가 재산을 찾아 압류하고, 체납액보다 많을 경우 체납액을 충당한 나머지를 체납자에게 돌려준다.
서울시 38세금징수과는 올해 1월 ‘경제금융추적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고액 세금체납자들이 가상화폐나 예술품 등 자산이 드러나지 않는 편법수단을 이용해 재산을 교묘히 은닉하는 사례를 찾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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