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뛰어난 번역이 아니라, 아주 ‘다른’ 번역이라고 말하고 싶다.”
생택쥐베리의 '어린왕자'는 성경 다음으로 많은 언어로 번역된 텍스트로 알려져 있다. 한국어 번역본만 100종 이상이다. 고종석 작가가 생택쥐베리의 어린 왕자를 새롭게 번역하며 '낯설게 하기'를 추구한 까닭이다.
20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어린왕자’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고 작가는 “오자는 있을지 모르지만, 오역은 하나도 없다”고 자신했다. 한국어, 프랑스어를 포함해 읽을 수 있는 모든 언어로 '어린왕자'를 읽어온 그는 '완벽한 한국어 결정판'을 만들기로 결심했고, 그 결과물이 이번 삼인에서 낸 고종석 번역 어린왕자다.
헷갈렸던 부분은 끝까지 파헤쳤다. 어린왕자와 여우의 대화 속 등장하는 프랑스 단어 ‘reflexion’가 그 예시다. ‘생각, 성찰’이라는 뜻을 기반으로 ‘머릿속에서 생각한다’는 의미로 번역한 다른 책들과는 달리, ‘잔소리’라는 뜻을 살려 ‘이야기를 들었다’는 의미로 번역했다. 어린왕자와 여우가 서로 알아가는 과정이 소통을 통해 이뤄졌음을 표현하려고 했다.
기존 번역본에 대한 결핍은 없었다. 하지만 ‘출발 언어’에 가까운 번역본을 내놓고자 했다. 특히 지문과 대사 간 모호한 구별이 자부하는 차이점이다. 한국 소설에서는 대화를 시작하거나 끝맺을 때 꺾쇠나 따옴표 등을 사용하지만, 유럽 소설에서는 큰 구분을 두지 않는다.
고 작가는 “새로운 문체 실험”이라고 책을 평가했다. 강, 바다, 산맥을 ‘강들’, ‘바다들’, ‘산맥들’과 같이 복수 표시하거나 경어체와 평어체를 섞어 쓰는 어린왕자의 말을 그대로 옮겨 썼다. 경어체와 평어체의 사용이 나이차이를 떠나, 어린왕자가 대상에게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려 했다.
책을 읽는 그 잠깐의 시간이라도 환상에 빠졌으면 하는 바람. 어린 왕자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자 했던 작가가 책을 통해 전하고픈 메시지다. 생텍쥐페리는 어린왕자를 통해 어린이의 순수한 세계를 옹호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고 작가는 “어른이 환상적 세계를 살지 못하기 때문에 ‘어린 왕자’를 읽는다”며 "어른들이 ‘어린왕자’를 통해 환상의 세계를 경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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