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개봉 영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1969년 12월 4일 미국 흑인 지도자가 죽는다. 이름은 프레드 햄프턴. 급진 정치결사체 블랙팬서의 일리노이주 지부장이었다. 나이는 21세에 불과했다. 경찰의 총탄이 햄프턴의 짧은 생애를 끝냈다. 일방적인 총격전의 결과였다. 햄프턴은 반격조차 하지 못했다. 총알이 쏟아지는 가운데에도 잠에 취해 있었다. 의문의 죽음이었다. 영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는 햄프턴의 암살 뒤에 도사리고 있었던 미국 정부의 음모를 파헤친다.
17세 청년 윌리엄 오닐(라키스 스탠필드)은 미연방수사국(FBI) 요원을 사칭해 차를 훔치다가 경찰에 잡힌다. FBI의 로이 미첼(제시 플레먼스) 요원이 오닐을 조사하면서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한다. 블랙팬서 일리노이주 지부에 잠입해 햄프턴(대니얼 컬루야)과 관련된 정보를 알아오면 일정한 돈을 주겠다는 거였다.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요원 사칭과 절도에 대해 사법처리를 하겠다는 윽박까지 곁들여진다. 선택의 여지가 없던 오닐은 블랙팬서 활동에 참여하고, 햄프턴의 경호원 겸 운전기사 일을 하게 된다.
당시 햄프턴은 흑인 공동체에서 떠오르는 젊은 별이었다. “불에는 물로” “자본주의에는 사회주의로”라는 구호를 외치며 급진적인 흑인 운동을 이끌었다. 존 에드거 후버(마틴 쉰) FBI 국장은 “혁명만이 해결책”이라고 외치는 블랙팬서를 “러시아나 중국보다 더 위험하다”고 간주했다. 그는 블랙팬서의 핵심 요인 햄프턴을 요주의 인물로 보기도 했다. 오닐의 프락치 노릇은 후버 국장의 지시에서 비롯됐다.
미첼은 역할의 정당성을 들어 오닐을 설득하기도 한다. 백인우월주의 비밀결사체 KKK를 언급하며 블랙팬서의 위험성을 설파한다. KKK만큼 극단적인 단체이니 블랙팬서에 대한 감시와 통제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오닐은 미첼 앞에선 고개를 끄덕이지만 햄프턴을 옆에서 지켜보며 마음이 움직인다. 사회 변혁에 대해 별다른 생각이 없었던 오닐은 이타심으로 세상을 바꾸기 위해 몸을 던지는 햄프턴에 동화가 된다. 의도와 달리 블랙팬서 활동에 열성을 다하고, 지부 보안책임자 자리에까지 오른다. 덩달아 생존과 이상의 기로에서 고뇌는 깊어진다. 결국 제목 속 유다라는 이름이 암시하듯 오닐은 햄프턴을 배신한다.
영화는 실화를 스크린에 소환해 인종주의에 물든 미국 공권력의 비열한 역사를 고발한다. 후버 국장이 국가안보를 위해 추진한 비밀작전은 백인 중심 사회를 보전하기 위한 방편에 불과했다. 영화는 햄프턴을 감시하려다 그의 언행에 감복하는 오닐을 통해 누가 더 역사와 사회를 위해 헌신한 인물이었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흑인에게만 유난히 엄혹했던 법 집행, 흑인들의 억울한 죽음들을 보여주며 무도했던 시절을 환기시킨다. 동시에 햄프턴의 비극이 21세기에도 그치지 않고 있다는 걸 암시한다.
25일(현지시간) 열리는 제93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 작품상과 각본상, 남우조연상 등 5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남우조연상 후보로는 이례적으로 스탠필드와 컬루야 2명이 포함됐다. 스탠필드는 명확히 주연인데도 불구하고 조연상 후보가 돼 미국에서 논란이 일었다. 아카데미상 배우상 후보는 출품된 작품 출연자에 대한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배우분과 회원들의 무작위 투표로 선정된다. 스탠필드를 조연으로 간주하고 투표한 회원이 많았던 셈이다. 스탠필드의 후보 선정이 눈길을 끌긴 하지만 컬루야의 수상이 유력하다. 컬루야는 골든글로브상과 미국배우조합(SAG)상 시상식에서도 남우조연상을 각각 받았다. 신예 샤카 킹 감독을 비롯해 제작진 대부분이 흑인이다. 2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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