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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은 영원하니까"…에루샤는 어떻게 MZ세대를 사로잡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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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은 영원하니까"…에루샤는 어떻게 MZ세대를 사로잡았나

입력
2021.04.20 04:30
수정
2021.04.20 09:1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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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명품'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지난해 국내서 총 2조4,000억 매출
브랜드 가치 고수·가격 인상 전략에
공급조절로 '희소성 높이기'

샤넬코리아는 지난해 면세사업부 타격으로 매출이 12.6% 줄었지만 국내사업부의 매출은 26% 올랐다.

샤넬코리아는 지난해 면세사업부 타격으로 매출이 12.6% 줄었지만 국내사업부의 매출은 26% 올랐다.

"샤넬 스타일은 영원하다고 하잖아요."

샤넬백 구매를 계획 중인 직장인 김희영(가명·33)씨는 두 달째 원하는 제품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특정 제품이 입고되지 않았거나 오전부터 품절되는 바람에 백화점에 가도 헛걸음을 하기 일쑤다. 그래도 다른 브랜드로 눈을 돌릴 생각은 전혀 없다. 김씨는 "샤넬은 명품 중에서도 상위 브랜드고 그 가치가 오래도록 지속될 것 같다"며 "큰돈을 쓰는데 기왕이면 오래 멜 수 있고 좋은 걸 사고 싶다"고 말했다.

더 비싸고 희소성 높은 명품을 사려는 소비심리가 대한민국을 휘감고 있다. 20, 30대도 명품 구입 대열에서 빠지지 않는다. 명품을 향한 집착은 3대 명품으로 꼽히는 일명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의 실적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난해 패션업계의 침체에도 에루샤는 국내에서 총 2조4,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 합계는 4,300억 원이 넘는다. 에루샤는 지난해 줄줄이 대표 제품의 가격을 인상하면서 영업이익이 더 늘었다.

3대 명품, 누가 장사 잘했나…루이비통 1조

3대 명품 지난해 국내 매출과 영업이익. 그래픽=박구원 기자

3대 명품 지난해 국내 매출과 영업이익. 그래픽=박구원 기자

올해 처음 공개된 3대 명품의 국내 경영실적을 보면 루이비통의 성장이 가장 두드러진다. 19일 루이비통코리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매출은 전년 대비 33.4% 증가한 1조468억 원, 영업이익은 1,519억 원(176.7%)에 달한다. 루이비통은 3대 명품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가격대별로 가방 품목이 다양하고,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사이에 로고 디자인이 유행하면서 수요가 급증했다. 매장 수도 매출 규모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샤넬 매장은 전국에 10개도 안 되지만, 루이비통은 30개가량 될 것"이라며 "'오픈런'까지 감행하지 않아도 가방을 구할 수 있어 명품 입문자들이 접근하기 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면세사업부를 같이 운영하는 샤넬코리아는 면세 매출이 81% 급감하면서 지난해 전체 매출이 전년 대비 12.6%(9,296억 원) 줄었다. 하지만 국내사업부 매출이 26% 올랐고, 영업이익도 34.4%(1,491억 원) 증가했다.

가족기업으로 소규모 생산 방식을 고집하는 에르메스코리아는 국내 매출 4,191억 원(15.8%)으로 매출 규모가 3대 명품 중 가장 작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15.9%(1,334억 원), 15.8%(986억 원) 늘어나며 내실을 다졌다.

가방이 아니라 '브랜드' 산다…'가치소비'의 진화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백화점 명품관에 영업시간 전부터 입장을 기다리는 소비자들이 줄을 서고 있다. 뉴스1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백화점 명품관에 영업시간 전부터 입장을 기다리는 소비자들이 줄을 서고 있다. 뉴스1

업계에서는 브랜드 가치가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에루샤 인기에 반영됐다고 본다. 비싸도 브랜드 유행을 덜 타는 에루샤를 사는 일종의 가치소비 현상이라는 것이다. 특히 리셀(ReSell·되팔기)이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르면서 감가상각이 낮은 에루샤로 소비가 몰린다고 한다. 에루샤는 생산량이 적어 희소성이 높고 시간이 지나도 리셀 가격이 많이 떨어지지 않아 손해가 적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에루샤가 주요 고객으로 부상한 MZ세대를 잡기 위해 디자인·품질 변화, 이종 브랜드와 협업, 온라인 판매 등 혁신을 추구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정통성을 강조했던 보수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트렌디한 감성을 가미한 것이다. 일례로 지난해 루이비통은 서울 강남구 갤러리아 백화점에 미국프로농구 NBA와 협업한 'LV x NBA 캡슐 컬렉션'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에르메스는 공식 온라인몰을 열었고, 샤넬은 화장품군을 카카오톡 '선물하기' 서비스에 입점해 접근성을 높였다.

반면 MZ세대의 취향을 읽지 못한 브랜드는 도태되는 양상을 보였다. 한때 2030세대에게 인기를 끌던 생로랑은 지난해 12.1%(1,470억 원), 남성 로퍼로 유명한 페라가모는 30%(1,056억 원) 매출 감소를 겪었다. 명품 업계 한 관계자는 "MZ세대에게 명품 구매는 사치가 아니라 진화된 가치소비 행위"라며 "소위 잘 나가는 브랜드도 큰손으로 거듭난 MZ세대의 입맛을 맞추는 게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명품이 흔해지면서 가격 인상, 공급 조절, 매장 최소화로 희소성을 높이고 브랜드 가치를 키우려는 에루샤의 전략은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루이비통은 올해 세 차례 가격을 올렸고, 샤넬은 가격 인상 소문이 돌자 이달 14일 백화점에서 '오픈런' 대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에선 화장품 등 부수적인 브랜드로 확장하며 수익을 확대하는 시도도 이어질 전망이다. 에르메스는 지난해 8만 원대 립스틱을 출시하며 화장품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가 저마다 몸값을 높이면서 시장 성장은 몇년간 계속될 것"이라며 "길게는 30년까지 소비를 이어갈 MZ세대를 잡기 위한 마케팅 경쟁도 점점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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