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모더나 없는 한국 … 판단착오로 '백신 절벽' 부딪혔다

이전기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화이자·모더나 없는 한국 … 판단착오로 '백신 절벽' 부딪혔다

입력
2021.04.16 04:30
수정
2021.04.16 13:48
0 0

'게임체인저'라던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과 얀센 백신은 혈전 논란에 휘청대고 있다. 화이자, 모더나 백신은 구해둔 것이 적거나 없다. 다른 나라도 이런 상황은 마찬가지라 화이자·모더나 백신 쏠림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부족한 백신은 앞으로 더 구하기 어려워졌다.

'상반기 1,200만 명 접종'은 물론, '11월 집단면역 형성' 목표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고령자와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에 대한 접종을 통해 치명률을 떨어뜨리는 1단계 집단면역'이란 표현을 내놨다. 사실상의 목표 수정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온다.

전문가들은 애초부터 백신 확보를 게을리한 '원죄'가 결국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이라도 다양한 백신 도입에 힘을 쏟아야 하지만, 세계적 백신 전쟁 속에서 쉽지 않은 주문이다. 잔인한 4월이다.

15일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에 따르면 우리 정부가 확보한 코로나19 백신은 모두 7,900만 명분이다. 우리 인구의 150% 수준이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11월 집단면역 형성이 목표라고 누누이 강조해왔다. 하지만 부작용과 공급 차질 때문에 이 7,900만 명분 자체가 허수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15일 서울 강서구 구(舊) 염강초등학교에 마련된 강서구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준비하고 있다. 강서구 제공


"지난해 백신 확보전 너무 늦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우리 정부가 백신 확보전에 뒤늦게 뛰어든 것 자체가 문제였다고 본다. 지난해 중반부터 백신 확보전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잇단 주문을 정부가 새겨듣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정부는 안전한 백신 도입을 위해 임상자료를 요구하고 전문가 검토를 하느라 늦어졌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정 정도 이해되는 부분도 있다고 본다. 백신 개발이 이렇게 갑자기 속도를 낼지 예상 못한 경우가 많았고, 특히나 화이자·모더나 백신이 뛰어난 효능을 보일지 몰랐다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이종구 서울대 의대 교수는 "결과론적으로 지금에 와서야 '화이자·모더나를 과감히 샀어야 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 행정문화에서 솔직히 쉽지 않은 일”이라며 “이 문제는 정부뿐 아니라 국회까지 나서서 예산 확보 등 철저하게 공조해줘야 하는 일"이라 말했다.

그나마 확보한 AZ백신은 부작용 논란을 겪다 30세 미만에게는 접종이 금지됐다. AZ백신 논란 때문에 접종 계획만 여러 번 뒤바뀌었다. 얀센 백신 또한 들어온다 해도 어떻게 접종해야 할지 묘연해졌다. 다만 정부는 부작용 때문에 백신의 공급 계약 취소까지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 백영하 범정부 백신도입 태스크포스(TF) 백신도입총괄팀장은 "질병관리청과 지속적으로 안정성 모니터링을 진행 중"이라며 "계약변경은 검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속타는 정부, 러시아백신?

백신절벽에 부딪힌 정부는 다급해진 모습이다. 원래 러시아산 백신 스푸트니크V 도입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해왔지만, 이날은 말이 약간 바뀌었다. 백 팀장은 "특정 백신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둔 채 추가 계약을 추진할 것"이라며 "러시아 백신도 국외 접종 현황 등을 모니터링하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간 '7,900만 명분 확보'를 내세워 다른 백신 확보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으려던 태도에서 변한 것이다.

동시에 8월부터 국내 공장에서 해외 백신의 위탁생산이 시작된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AZ와 스푸트니크V 백신이 국내에서 생산 중인데, 그외 한 가지 백신이 더 추가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백신이 어떤 것인지는 함구했다.

또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2부본부장은 '11월 집단면역 형성'과 관련해 "만 65세 이상과 기저질환자에 대한 접종이 완료되면 '1단계 집단면역'이 완성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에 취약한 고위험군에 대한 백신 접종을 통해 사망이나 중증 위험을 낮추는 것이 백신접종의 주요 목적인데, 그래도 그 정도 목적은 달성한 게 아니냐는 얘기다. 백신 수급이 차질을 빚는 가운데 목표 변경을 위한 포석을 깐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안정적 공급 인프라 마련 등 '플랜B' 필요"

전문가들은 "해답은 결국 다양한 백신 확보밖에 없다"는 데 입을 모았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 변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질 것"이라며 "당장은 변이에 효능이 좋고, 빨리 들어올 수 있는 것을 중심으로 최대한 확보하되, 장기적으로는 위탁생산, 기술이전 생산을 늘려 안정적인 공급 인프라 구축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설사 온갖 어려움을 뚫고 11월 집단면역 형성이란 목표를 달성한다 해도 변이나 효능 지속기간 문제 등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 '몇만 명분 확보'가 아니라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백신 공급망을 가져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백신 플랫폼도 다양화해야 한다. 이종구 교수는 "가장 흔히 쓰이는 사백신부터 최첨단 mRNA 백신까지 일단 시중에 나와있는 백신은 모두 검토하고, 허가신청이 들어오면 바로 답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주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