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광주광역시 중앙공원 1지구 유일한 시공자가 한양이라고? "글쎄요"

입력
2021.04.15 11:17
수정
2021.04.16 18:10
0 0
장기 미집행 공원구역인 광주 서구 풍암동 중앙공원. 광주시 제공

장기 미집행 공원구역인 광주 서구 풍암동 중앙공원. 광주시 제공

"(주)한양이 광주시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유일한 시공자다."

이 사업의 시행자인 빛고을중앙공원개발주식회사(빛고을)의 일부 주주인 한양이 지난 14일 입장문을 통해 밝힌 내용이다. 빛고을이 전날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롯데건설(주)을 시공사로 선정하자, "공모지침인 사업 제안요청서 위반"이라고 반박한 것이다. 컨소시엄 대표 주간사인 한양과 사전 협의도 하지 않고 광주시 승인도 받지 않은 만큼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는 것은 당연 무효라는 논리다. 한양은 그러면서 빛고을과 광주시를 상대로 시공사지위확인청구소송을 내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 공원 부지에 들어설 아파트(비공원시설) 시공사 선정과 관련한 한양 측 주장의 신빙성을 짚어 봤다.

①한양이 유일한 시공자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제86조 제5항)과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제21조의 2 제1항) 등 관계 법령은 공원 시설과 비공원시설 설치 주체를 민간공원추진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2월 광주시로부터 사업시행자로 지정받아 민간공원추진자가 된 빛고을이 아파트를 시공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업을 위해 만들어진 특수목적법인인 빛고을은 주택건설면허가 없기 때문에 직접 시공이 불가능해 건설사와 도급계약를 통해 아파트를 지을 수밖에 없다. 대부분 민간공원사업자들이 이 방식을 취하고 있다. 빛고을과 별도 도급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한양이 유일하게 시공자 지위를 갖는다는 주장은 현실과 거리가 멀다.

②시공자를 변경하려면 광주시 승인을 받아야 한다?

2018년 9월 한양 컨소시엄이 제안서를 광주시에 제출할 당시 부속서류인 '컨소시엄 구성 및 출자 지분율 계획서'에 한양이 구성원의 역할란에 '시공사'로 기재돼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 제안요청서 제21조는 '협상대상자 또는 민간공원추진자 등의 컨소시엄에 시공사가 포함되지 않았을 경우 공원 시행을 위한 업체 선정 시 사전에 광주광역시의 승인을 득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한양이 시공사 변경은 당연 무효라고 주장하는 근거다. 광주시가 이 제안서를 수용한 만큼 제안서대로 사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이와 관련 제안요청서는 그 적용 범위(제3조)에 대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경우라고 명시하고 있다. 빛고을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협상, 협약의 단계를 뛰어 넘어 민간공원추진자 지위를 갖고 있어 이를 적용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광주시 승인 대상도 아파트가 아니라 '공원 시행'을 위한 업체를 선정할 때로 한정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도 제안업체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되더라도 처분 행정기관은 제안 내용에 반드시 구속되지 않고 사업의 구체적 내용은 향후 협의 과정에서 변경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법무법인은 "컨소시엄 구성 및 출자 지분율 계획서는 제안 내용의 변경 가능성을 전제하는 것이어서 시공사가 바뀔 수 없다고 해석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③빛고을이 한양의 시공을 보장해야 한다?

빛고을 정관엔 주주들이 보유한 제1종 종류주식을 보통주로 바꿔달라고 청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제1종 종류주식은 이익배당, 잔여 재산 분배, 상환, 전환에 관한 종류주식을 혼합한 주식을 말한다. 그런데 보통주 전환 사유 중엔 '개발사업의 주택사업계획승인 신청일 이전에 이 회사(빛고을)와 제1종 종류주식 소유자 (주)한양 간에 도급공사계약이 체결되지 않는 경우'가 포함돼 있다. 한양이 도급공사계약을 체결하면 배당을 받을 수 없고, 반대로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면 배당을 받게 해서 대주주로서 '시공 이익'과 '시행 이익'을 모두 챙겨갈 수 없도록 안전 장치를 만든 것이다. 따라서, 한양이 유일한 시공사라면, 왜 도급공사계약을 체결하지 못했을 때를 전제로 보통주 전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냐는 의문이 나온다. 한양만이 시공할 수 있다는 주장의 설득력이 떨어지는 대목이다.

안경호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