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에도 다량 유입돼 정지
89톤 제거했는데 100톤 이상 또 수거
일주일간 발전 멈추고 보강했지만
재가동 6일 만에 더 많은 양 들어와
해수온 상승으로 잦은 출몰 우려
하루 30억 원어치 전기를 생산하는 경북 울진 한울원자력발전 1·2호기가 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해양생물인 '살파'로 1주일 이상 발전을 멈췄다. 지난달 22일 살파의 공격을 받아 거름망을 보강하는 등 재발방지책을 마련했지만, 불과 6일 만에 이보다 훨씬 많은 양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살파로 원전이 열흘 넘게 멈춰 이미 400억 원의 손실을 입은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한울본부)와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지구 온난화로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살파의 유입이 잦아질 것으로 예상돼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12일 한울본부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바닷물이 들어와야 하는 한울원전 1·2호기 취수구에 투명한 살파 떼가 대량으로 들어오자, 발전기 출력을 줄여 수동으로 원전을 정지했다. 취수구로 바닷물이 들어와 원전 발전계통의 열을 식혀야 하지만, 냉각수 역할을 하는 바닷물 대신에 다량의 살파가 유입된 탓이다.
한울본부와 원자력 안전을 책임지는 원안위가 곧바로 살파를 제거하면서, 살파는 현저하게 감소한 것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섣불리 원전 재가동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살파 떼의 공격으로 한울 1·2호기의 발전을 1주일 넘게 정지하고 취수구 내 3중의 거름망을 보완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는데도 이전보다 많은 양의 살파가 유입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22일 처음 살파가 유입됐을 때 수거된 양은 89톤이었지만, 이번에는 100톤이 넘었다.
한울본부 관계자는 "발견 즉시 살파를 제거했지만 워낙 양이 많은데다 며칠간 계속 들어왔다"며 "원자로는 안정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외부로 방사능 누출은 없다"고 말했다.
살파는 대형 플랑크톤의 일종이다. 투명하고 관 모양의 젤라틴 몸체로 둥둥 떠다녀 간혹 해파리로 오해를 받기도 한다. 크기는 1㎝부터 15㎝까지 다양하며 기차 모양으로 띠를 이뤄 떼지어 다닌다. 한울원전 취수구로 들어올 때도 다닥다닥 붙어 빠른 속도로 다량 유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원전이 해파리와 새우 등 해양생물 유입으로 정지된 사례는 18건이다. 이 가운데 1988년 고리 4호기에서 발생한 2건을 제외하면 모두 한울원전에서 발생했다. 해양 전문가들은 한울원전이 자리 잡은 울진 북면 앞바다가 '황금어장'으로 불릴 정도로 수심이 깊고 다양한 해양생물이 서식하기 때문에 살파가 자주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원안위와 한울본부는 한 차례 보강작업에도 또다시 살파의 공격을 받자 손해를 무릅쓰고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원전 정지에 따른 손실액은 지난달 22일부터 지금까지 두 차례 열흘 정도 가동을 멈춰 400억 원이 넘었다. 하지만 통상 6, 7월에 나타나는 살파가 3~4개월 빨리 출몰했고, 양도 이전보다 훨씬 많아 고민이 커지고 있다. 더구나 살파는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지구 온난화로 해양수온이 상승하면 더 자주 나타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원안위 관계자는 “15년간 이런 일이 없었는데 올해는 매우 이례적이다”라며 “재발 방지로 보강작업을 했는데도 또다시 살파 떼가 들어와 이전보다 더 확실한 대책 마련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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