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 대가 치른 '불공정 경쟁'...기술도용·탈취 단죄, 예외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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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원 대가 치른 '불공정 경쟁'...기술도용·탈취 단죄, 예외는 없다

입력
2021.04.12 09:30
수정
2021.04.13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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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ITC 등 글로벌 분쟁 조정 기구 권한·역할 강화
솜방망이 처벌 대신 철퇴 맞을 각오해야
국내 중소기업들 "대기업 불공정 거래 만연" 주장도
"이번 계기로 지식재산권 개념 강화해야"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이 완성된 배터리 셀을 확인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제공

2년 만에 합의 종결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의 전기차용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분쟁은 산업계에 다시 한번 '공정 경쟁'의 중요성을 환기시키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불공정 행위는 없었다"고 주장해왔지만, '10년간 수입금지' 판결을 받아든 상황에서 거액의 2조 원대 합의보다 더 뾰족한 수를 찾아내긴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선 더 이상 불공정 행위로 부당 이익을 취하고 책임 회피에 나섰던 과거의 행태를 이어가긴 어렵게 된 셈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같은 글로벌 기업 분쟁 조정자들의 권한과 역할이 막강해진 데다 각국의 관련 법규도 촘촘해졌기 때문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양사 분쟁의 서막을 알린 2019년 LG에너지솔루션의 ITC 제소는 '신의 한수'로 불렸다. 국내 사법기관을 통한 분쟁은 예상할 수 있었지만, SK이노베이션의 미국 사업에 철퇴 격인 수입금지 조치를 내릴 수 있는 ITC에 제소할 것이란 예상은 쉽지 않았다. 지난달 SK이노베이션 이사회 감사위원회에서 "미국 사법 절차 대응이 미흡했다"는 평가를 내린 것 역시 SK가 허를 찔렸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한국 산업계에는 여전히 '불공정 경쟁'이 만연해 있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동안 접수된 영업비밀 침해범죄 사건은 1,190건에 이르는 등 최근 10년간 매년 평균 1,000건 이상의 영업비밀 침해범죄가 접수되고 있다. 또 지난해 국정감사에 공개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4~18년 산업기술 및 영업비밀 유출 건수는 580건에 이른다. 이 중 중소기업이 피해를 입은 사례가 505건으로 87%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공모전을 열어 아이디어만 얻은 뒤 탈락시키고 사업화하거나, 공동 투자로 사업을 진행했다가 기술만 취한 뒤 중단시키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중소기업의 기술과 영업비밀을 침해하는 대기업의 갑질이 비일비재하다"고 토로했다.

이번 소송의 승자인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이 같은 '불공정 경쟁' 이슈에서 자유롭진 않다. 'LG그룹피해자협의회'는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이번 ITC 판결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해 줄 것을 요청할 예정이었다. LG그룹은 한국 중소기업들로부터 기술탈취·특허도용·기술 도용 후 거래중단 등의 갑질로 수많은 중소기업을 망하게 한 기업이란 이유에서다. 김성수 LG그룹피해자협의회 회장은 "LG사장이 찾아와 협상을 하자고 해서 기자회견은 취소했으나, LG가 불공정 거래를 일삼아온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일이 국내 산업계에 지식재산권의 개념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의견을 내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소기업들이 영업비밀 침해의 가장 큰 피해자인 것은 여전하지만, 글로벌 경쟁 체제 속에선 대기업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 이번에 확인된 셈"이라며 "지금까지 사소하다고 생각했던 인력 빼가기가 천문학적인 금액의 합의금으로 귀결될 만큼 중요한 문제로 거듭났기 때문에, 이제는 산업계에서 지식재산권에 대한 개념을 보다 엄격하게 관리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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