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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모기에 물린 것"…美 제재 얻어맞은 중국의 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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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모기에 물린 것"…美 제재 얻어맞은 중국의 호기

입력
2021.04.09 14:30
수정
2021.04.09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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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슈퍼컴퓨터 관련 中 기업 등 7곳 제재
中 "美, 수년간 모기처럼 물어뜯어" 태연?
2016년 美 제재 속 슈퍼컴 세계1위 경험
"안보 악용 中 첨단기업 탄압, 고립 자초"

지나 러만도 미국 상무장관. 워싱턴=EPA 연합뉴스

지나 러만도 미국 상무장관. 워싱턴=EPA 연합뉴스

미국이 또다시 중국에 제재 카드를 꺼냈다. 인공지능(AI)과 더불어 양국 기술패권 경쟁의 상징인 ‘슈퍼컴퓨터’를 표적으로 삼았다. 민감한 이슈인데도 중국은 애써 태연한 표정이다. “모기에 물린 것에 불과하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미국이 신장ㆍ대만 문제나 중국 공산당을 정조준할 때의 격한 반발과는 사뭇 다르다. 중국도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미 상무부는 8일(현지시간) 중국의 슈퍼컴퓨팅 기업과 정부 연구소 7곳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중국의 군 현대화와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에 관여하며 미국의 안보와 외교 이익을 침해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미 기업은 정부의 사전허가 없이 이들과의 거래가 금지된다. 지나 러만도 상무장관은 “슈퍼컴퓨팅 기술은 핵무기, 극초음속 무기와 국가안보시스템 개발에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기존 제재를 강화하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메이신위(梅新育) 상무부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소 연구원은 9일 “미국이 지난 수년간 모기처럼 우리를 물어뜯었다”며 “한 번 더 물려도 문제될 게 없다”고 주장했다. 미 상무부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기업과 개인은 2019년 12월 기준 239개에 달한다. 집적회로와 통신분야가 가장 많고 정부기관, 항공우주, 인터넷이 뒤를 이었다. 미국이 이제 총부리를 슈퍼컴퓨터로 돌린 셈이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 베이징=AP 연합뉴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 베이징=AP 연합뉴스

하지만 중국은 미국의 제재가 혁신을 자극해 ‘전화위복’이 된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 2013년 톈허(天河) 2호가 미국을 누르고 세계 최고 슈퍼컴퓨터 반열에 오르자 미국은 2015년 고성능 칩의 중국 판매를 금지했다. 하지만 중국은 2016년 자체 개발한 선웨이 타이후즈광(神威ㆍ太湖之光)으로 다시 세계 1위를 탈환했다. 또 세계 500대 슈퍼컴 순위에 중국은 167개가 진입해 사상 처음으로 미국을 제쳤다. 중국은 당시 경험 덕분에 미국의 압박을 이겨내고 슈퍼컴퓨터 분야의 경쟁력을 갖췄다고 자부하고 있다.

중국은 안보논리를 앞세운 미국의 공세를 '위선'으로 규정해 반박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은 중국 첨단기술 기업을 짓누르고자 수단과 방법을 가지지 않고 있다"면서 "중국의 과학기술 발전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중국은 미국이 최대 1,500억 달러(약 167조원)를 투입해 AI와 반도체 등 핵심산업의 대중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무한 경계법(Endless Frontier Act)’에 대해서도 경계심을 드러냈다. 환구시보는 “미중 양국의 첨단기술 협력은 임의로 끊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고립을 자초해 미국 경제에 더 큰 피해를 입힐 뿐”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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