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예감한 '오세훈 암초'...서울 공공주택 32만가구 앞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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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예감한 '오세훈 암초'...서울 공공주택 32만가구 앞날은

입력
2021.04.0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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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지자체 단독 공급 안돼...협조 필요"
시장은 인허가 권한, 조례 개정은 시의회 소관
"오 시장 공약 실현 쉽지 않을 것"

오세훈 서울시장이 8일 오전 취임 첫 외부 일정으로 서울시의회 방문을 마친 뒤 청와대가 바라 보이는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뉴스1

정부의 주택 공급대책이 오세훈 서울시장이란 암초를 만났다. 오 시장의 협조 없이는 2025년까지 서울 32만3,000가구 공급 계획을 원활하게 달성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다음 날인 8일 "2·4대책을 포함한 주택 공급을 일정대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서울시의 협조를 요청했다. 첫 출근에 맞춰 이런 발언이 나오자 부동산 업계에선 정부가 '선빵'을 날렸다는 시각도 있다. 정부 역시 민간개발을 앞세운 오 시장과의 불협화음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본다는 얘기다.

당혹스러운 정부, 첫날부터 '협력' 강조

시각물_서울 공공재개발·재건축 1차 후보지


홍 경제부총리는 이날 오전 열린 제19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주택공급은 중앙정부·광역지자체·기초지자체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상호협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앞으로 상호협력이 더욱더 긴밀하고 견고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임기를 시작한 오 시장을 향한 발언이다.

그만큼 정부는 보궐선거 결과에 당혹스러운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라는 '무대' 위에서 정부의 공공 주도와 오 시장의 민간 주도 개발이 맞붙게 된 형국이 됐기 때문이다. 만일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정비계획이나 관리처분계획 심의·인허가 과정에서 발목을 잡는다면 중앙정부로서는 마땅한 해법이 없다. 홍 부총리가 상호협력을 강조한 이유다.

당장 공공재건축 사업부터 비상등이 켜졌다. 오 시장이 한강변 '35층 룰' 폐지를 내세우며 공공 개발의 이점이 어느 정도 사라졌다. 사전컨설팅을 받고서 공공재건축 후보 자격을 포기한 구로구 '산업인아파트'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이후 공공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이 커졌다"며 "시장까지 바뀌었으니 향후 민간 재건축 정책이 어떻게 변화할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공공재개발 후보지 주민들도 고민에 빠졌다. 오 시장이 내놓을 부동산 정책에 따라서 민간으로 갈아탈 가능성도 열려있다. 공공재개발 후보지인 강북5구역 재개발조합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오 시장이 민간 개발을 크게 완화한다는 기대감은 있다"며 "구체적인 재개발 로드맵이 발표되면 사업성이 좋은 쪽으로 주민들 의견이 모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세훈도 공약 실현까진 '산 넘어 산'

오세훈 서울시장 부동산 주요 공약 분석


다른 공공재개발·재건축 후보지에서도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민간 개발에 없는 공공 개발만의 이점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공공재개발은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고 LH 등이 조합원 추가 분담금도 보장한다. 공공재개발 후보지인 흑석2구역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민간 개발을 선택하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게 되는데, 공공보다 수익성이 높을지 장담할 수 없다"며 "조만간 열릴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업설명회를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간 개발이 공공보다 혜택이 파격적일 경우 후보지들은 언제든지 선회할 수 있지만 전제는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아 오 시장의 공약 실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당장 서울시의회 109석 중에서 101석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이들의 동의 없이는 용적률 및 노후도 요건 완화 등 서울시 도시계획조례를 개정할 수 없다. 민주당 서울시의원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그간 보였던 불통과 아집은 넣어두고 시의회와의 소통과 협력에 기반한 동반자적 자세를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오 시장에게 주문했다.

전문가들도 오 시장의 부동산 공약 실현 가능성을 낮게 본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서울시의회와 국회, 청와대가 협조적이지 않을 것이기에 임기 1년간 할 수 있는 일은 조직을 재정비하고 부동산 정책의 비전을 제시하는 정도일 것"이라며 "섣부른 규제 완화 신호는 재건축 및 한강변 아파트 단지 중심으로 일시적인 과열 양상을 부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강진구 기자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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