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본부 기능 축소, 주택국 역할 확대될 듯
고(故) 박원순 전 시장과 정책 방향이 다른 오세훈 신임 시장 취임으로 서울시 조직에도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시장의 정책 10개 중 7개를 폐기?수정하겠다고 밝힌 만큼 전임 시장이 의욕적으로 만든 조직은 축소될 전망이다. 다만 조직개편 폭은 전체를 뒤흔들기보단, 정책목표 담당 부서를 확대하는 ‘핀셋 개편’ 방식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오 시장이 1순위 공약으로 ‘스피드 주택공급’을 내놓은 만큼 박 전 시장 때 ‘국’으로 격하된 주택공급 담당부서인 주택국의 부활이 점쳐진다. 그는 후보 시절 “박 전 시장과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실수이자 실패는 벽화 그리기로 대변되는 도시재생사업”이라며 “주거환경 개선과 주택 공급은 완전히 다른데 이를 동일시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도시재생본부 기능은 축소되고, 그 산하에 편제됐던 주택국은 더 큰 역할을 부여받게 될 전망이다. 인허가를 담당하는 도시계획국과의 마찰을 효과적으로 풀기 위해 주택국과 도시계획국을 통합해 시장 직속 조직으로 개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짧은 재임기간 성과를 내기 위해 큰 폭의 인사 대신, 정책 철학에 맞는 부서를 콕 집어 키우는 핀셋 개편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약에 따라 ‘1인 가구 안심특별대책본부’를 시장 직속 조직으로 신설, 1인 가구 지원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
오 시장은 8일 “박원순 전 시장이 일군 사업 지켜달라”는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더불어민주당)의 요청에 “그럼요”라고 화답했다. 그러나 그가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보낸 답변서에서 229개의 박 전 시장 정책 중 171개(75%)를 폐지?수정하겠다고 밝힌 만큼 박 전 시장의 역점사업과 신설 조직 역시 정리 수순을 밟게 됐다.
당장 도시재생본부 축소와 함께, 광화문광장 사업이 재검토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지난해 11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시민들은 광장 재조성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왜 하는지 모른다. 이런 무모한 결정의 배후는 밝혀져야 한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었다. 이미 올해 예산 791억 원 중 660억 원을 집행했고, 서측 보행로 확장공사 공정률도 84%에 달해 확장공사가 끝난 이후 남은 사업 일정은 중단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는 “시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광화문 재조성 문제를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매니페스토실천본부 정책 공약 답변서에서 폐기하겠다고 밝힌 태양광 미니발전소 설치 사업과 도시농업 공간조성 사업, 서울민주주의위원회, 시민숙의예산제 등도 설 자리가 좁아졌다.
박 전 시장 시절 지방정부 최초로 서울시가 도입한 남북협력추진단과 청년청도 수술대에 오를 전망이다. 2019년 2월 초대 청장에 임용된 김영경 청년청장만 해도 2년 임기를 마치고 연임까지 승인받았으나 지난달 8일 돌연 퇴사했다. 청년청은 박 전 시장의 직속 기구로 청년 정책의 기획부터 예산, 집행까지 청년 관련 시정을 전담한다. 초대 청년청장에 이어 박 전 시장 때 임명된 서울시 산하 서울복지재단 홍영준 대표이사, 송다영 여성가족실장(1급)도 최근 사퇴했다. 공석은 오 시장이 임명하게 된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오 시장은 전임 시장 정책 중 상당수를 폐기?수정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조직개편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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