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가 중재로 "처분 국왕에 맡긴다" 충성 맹세
'외세 결탁 안보 훼손 음모' 혐의로 한때 감금
국왕 이복동생의 정권 비난으로 불거진 요르단 왕가 내부 갈등이 이틀 만에 봉합됐다. 쿠데타 기도 연루설까지 돌았던 문제의 왕자가 꼬리를 내리면서다.
5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가택 연금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던 함자 빈 후세인(41) 요르단 왕자가 국왕 압둘라 2세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자신이 서명한 서한을 통해서다. 국왕 측이 공개한 글을 보면 함자 왕자는 “나에 대한 처분을 국왕에게 맡긴다. 요르단 헌법에 헌신하겠다”고 약속했다. “항상 압둘라 2세와 후세인 빈 압둘라 왕세자를 돕고 지지할 것”이라며 “요르단과 그 국익을 수호하려는 압둘라 2세의 노력을 우리 모두 후원해야 한다”고도 했다.
핵심 중재 역할은 국왕의 삼촌인 하산 왕자가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압둘라 2세가 하산 왕자에게 함자 왕자 문제를 맡겼고 하산 왕자를 만난 뒤 함자 왕자의 입장이 바뀌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내홍 사실이 드러난 건 이틀 전이다. 3일 요르단군 사령부가 성명으로 “함자 왕자 측에 요르단의 안정과 평화를 저해하는 데에 이용될 수 있는 행동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며 관련 혐의에 대해 왕자 측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함자 왕자는 자신이 가택 연금 처지에 놓여 있다고 폭로했다. 같은 날 변호사 편으로 영국 BBC방송에 전달한 동영상을 통해 “아침에 군 참모총장이 찾아와 집밖으로 나가지 말고 사람들을 만나거나 통화하지도 말라고 요구했다”며 “전화와 인터넷도 끊긴 상태”라고 주장했다. 영상에서 그는 “지도자들이 부패했고 무능하다”며 정권을 공격하기도 했다.
반체제 움직임으로 해석될 법한 동향이 없지 않았다. 로이터는 함자 왕자가 압둘라 2세를 공개 비판해 온 부족 모임을 최근 몇 주간 자주 찾았다고 전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9명이 새 국립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산소 부족으로 사망해 정부의 감염병 관리 능력이 비난 도마에 오른 상황에서 사망자들의 가족을 방문해 위로하기도 했다고 한다.
함자 왕자가 쿠데타 기도에 가담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요르단 정보당국이 함자 왕자가 쿠데타를 모의한 것으로 믿는 듯하다고 3일 보도했다.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부총리는 4일 기자회견에서 “함자 왕자가 외세와 결탁해 요르단의 안보를 훼손하려는 음모를 꾸몄다”고 말했다.
상황은 함자 왕자 쪽에 불리하게 돌아갔다. 미국이 곧바로 압둘라 2세 지지 의사를 밝혔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이 3일 “요르단은 미국의 주요 동맹국이며 우리는 압둘라 2세를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거들었다.
함자 왕자는 2004년 이복형 압둘라 2세 국왕에 의해 왕세제 지위가 박탈된 뒤 정치적 야인 생활을 해 왔다. 압둘라 국왕과 함자 왕자의 부친인 후세인 전 국왕은 생전 네 차례 결혼해 11명의 자녀를 뒀는데 함자 왕자는 네 번째 부인인 누르 왕비와의 사이에서 태어났다.
요르단은 아랍권에서 가장 안정된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국왕이 권력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어 압둘라 2세 재임 기간 22년 동안 통치 체제상의 잡음이 외부에 새 나간 적이 없다. 그러나 심각한 불황에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며 민심이 동요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방은 시리아 난민 60여만명을 흡수해 준 우방 요르단이 계속 안정된 상태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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