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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닫았다고 헐려야 하나요… 美휴스턴서 여든두살 극장건물 살리기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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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닫았다고 헐려야 하나요… 美휴스턴서 여든두살 극장건물 살리기 운동

입력
2021.04.06 21:00
수정
2021.04.06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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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폐업' 독립예술영화관 '리버오크스'
'랜드마크'인데도 철거 위기… "역사 보존을"

폐업에 이어 철거 위기에까지 놓인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리버오크스 극장의 지난달 문 닫기 전 모습. 휴스턴=AP 연합뉴스

폐업에 이어 철거 위기에까지 놓인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리버오크스 극장의 지난달 문 닫기 전 모습. 휴스턴=AP 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주(州) 휴스턴시에 있는 ‘리버오크스’는 1939년 개업해 82년간 명맥을 유지해 온 독립ㆍ예술 영화 전문 극장이다. 비주류나 컬트 고전 영화들도 심심찮게 선보여 영화 팬들에게는 성지로 통했고 독립 영화 감독들에겐 데뷔 무대를 제공했다. 휴스턴 독립 영화의 상징 같은 곳이었다.

하지만 더는 이곳이 극장도, 성지도, 무대도 아니다. 얼마 전 영원히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이제 역사일 뿐이다. 6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폐업 결정은 더이상 감당하기 힘들어진 임대료 때문이다. 지금껏 리버오크스를 운영해 온 영화관 체인 랜드마크 시어터의 홍보 담당자 캐서린 스미스는 “영화관 산업이 예전만 못한 상황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치는 바람에 임대료가 비합리적으로 느껴졌지만, 부동산 임대업체와 제대로 협상할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렇다고 업자만 탓할 수도 없다. 임대업체 바인가튼 리얼티는 “임대료가 들어오지 않은 게 이미 지난해 3월부터”라며 “사업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말했다.

실제 영화관은 미디어 환경 변화의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 사업으로 꼽힌다. 이미 비틀거리고 있는 업계를 완전히 넘어뜨린 게 코로나19 사태다. 영화 배급사 픽처하우스의 최고경영자 밥 버니는 코로나로 영화가 극장과 플랫폼에 동시 개봉되며 리버오크스 같은 독립ㆍ예술 영화관은 더 살아남기가 힘들어졌다고 했다. 지난해 미 코로나 여파로 감소한 영화관 수익이 무려 80%였다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용도 상실은 존재까지 위협한다. 리버오크스는 레트로(복고) 전구와 조명(네온사인) 등 1939년 당시 극장 모습이 고스란한 덕에 휴스턴 고고학역사위원회가 랜드마크(건축적 가치가 인정된 지역 명소)로 지정한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건물주가 철거를 신청하면 90일 이내에 철거해야 한다. 휴스턴 조례에 용도지역법이 따로 없어서다. 비영리단체 ‘휴스턴 보존’의 데이비드 부시 이사는 리버오크스 운영이 중단되면 건물 자체가 철거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역사의 흔적마저 잃을 수는 없다는 게 리버오크스를 사랑한 사람들의 각오다. 페이스북에 페이지를 만들고 모금을 하는 이유다. 지난달 31일 이들이 연 화상회의 ‘랜드마크를 보호합시다: 휴스턴의 역사적인 리버오크스 극장’에 참여한 영화 ‘비포 선라이즈’의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는 “리버오크스 극장은 내게 단순한 영화관이 아니라 내가 영화의 영혼을 깨닫게 해준 곳”이라며 “영화관이 갖고 있는 문화적 역사가 중요한 만큼 건물만큼은 철거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리버오크스에 매달리는 까닭이 있다. 이 극장과 같은 해(1939년)에 지어진 앨라배마 극장의 전철을 밟게 하지 않기 위해서다. 경영난으로 폐쇄된 앨라배마 극장은 2012년 식료품 매장 트레이더 조스로 개조됐다. 링클레이터 감독은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역사를 잃었다”고 탄식했다.

홍승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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