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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수에즈운하 막았다고? '가짜뉴스'로 누명 쓴 이집트 첫 여성 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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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수에즈운하 막았다고? '가짜뉴스'로 누명 쓴 이집트 첫 여성 선장

입력
2021.04.0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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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가도" 소개 기사가 "사고 주범" 오보 둔갑
여성혐오 편승 악의적 합성… SNS에 급속 확산

지난달 28일 사우디 국영 매체 '아랍뉴스'가 이집트 첫 여성 선장 마르와 엘셀레다 관련 '가짜 뉴스'를 정정하며 올린 그림들. "첫 여성 선장이 수에즈 운하 사고에 연루됐다"는 내용의 기사(왼쪽 사진)는 가짜라고, "이집트 첫 여성 선장인 마르와 엘셀레다가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고 전한 기사(오른쪽)는 원본이라고 각각 표시했다. 아랍뉴스 캡처

지난달 28일 사우디 국영 매체 '아랍뉴스'가 이집트 첫 여성 선장 마르와 엘셀레다 관련 '가짜 뉴스'를 정정하며 올린 그림들. "첫 여성 선장이 수에즈 운하 사고에 연루됐다"는 내용의 기사(왼쪽 사진)는 가짜라고, "이집트 첫 여성 선장인 마르와 엘셀레다가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고 전한 기사(오른쪽)는 원본이라고 각각 표시했다. 아랍뉴스 캡처

사고와 무관한 이집트 첫 여성 선장이 인터넷에 퍼진 ‘가짜 뉴스’ 탓에 수에즈 운하 경색의 주범이라는 누명을 썼다. 가짜 뉴스는 여성 혐오에 편승하려는 누군가의 이미지 조작 결과였다.

수에즈 운하를 가로막은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 좌초 사고에 연루된 이가 여성 선장이라는 사우디 국영언론 ‘아랍뉴스’ 기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퍼진 것은 사고 직후인 지난달 23일(현지시간)부터였다. 해당 기사는 이집트 첫 여성 선장인 마르와 엘셀레다(29)의 운항 중 실수 탓에 이번 사고가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SNS에서는 “이래서 여자를 선장 자리에 앉혀 놓으면 안 된다”는 식의 성차별적 비난이 쏟아졌다.

문제는 이 기사가 가짜 뉴스라는 사실이다. 에버기븐호 좌초 당시 엘셀레다는 이집트 정부 선박 ‘아이다 4호’에서 근무 중이었다. 수에즈 운하가 아닌 알렉산드리아 근처였고, 홍해의 등대에 보급품을 전달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오해를 부른 건 악의적 왜곡이었다. 아랍뉴스는 지난달 22일 엘셀레다를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이집트의 첫 여성 선장으로 소개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그런데 공교롭게 이튿날 뱃머리가 운하 가장자리에 처박힌 에버기븐호에 의해 수에즈 운하가 차단됐다. 누군가 22일자 아랍뉴스 기사의 이미지를 합성해 “엘셀레다가 운항하던 에버기븐호가 좌초됐다”는 가짜 뉴스를 만들어 냈고, 이게 SNS 상에 급속히 번져 나갔다. 이에 아랍뉴스도 지난달 28일 SNS에 돌아다니는 해당 기사는 가짜라며 해명에 나섰다.

하지만 한 번 퍼진 가짜 뉴스를 바로잡기는 어렵다. 엘셀레다는 자신의 커리어가 망가지지는 않을지 걱정스럽다. 3일 영국 BBC방송에 “그동안 성차별로 인해 고통을 겪은 적이 많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지금 자리에 오르려고 기울인 노력을 한 번에 무산시키는 가짜 뉴스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엘셀레다는 항해사를 키우는 이집트 과학기술ㆍ해양수송 아랍사관학교(AASTMT)의 첫 여성 입학생이다. 당시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남자만 AASTMT에 입학할 수 있는 건 부당하다며 편지를 보내 법적 검토를 요구했고, 결국 지원 자격을 얻어냈다. 졸업 후인 2015년에는 수에즈 운하 확장 개통 기념식에도 참석했다. 이때 수에즈 운하를 통과한 첫 여성 선장이자 최연소 선장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에버기븐호 좌초 사고로 촉발된 수에즈 운하 경색 사태는 3일 대기 선박 422척 중 마지막 남은 61척이 운하를 통과하면서 11일 만에 마무리됐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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