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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 늘리는 불쏘시개될까...갈 길 먼 '백신 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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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 늘리는 불쏘시개될까...갈 길 먼 '백신 여권'

입력
2021.04.04 13:00
수정
2021.04.04 13:19
0 0

정세균 총리 "한국도 백신 여권 도입 예정"
사생활 보호·위조 가능성 등 해외에서 논란 일기도

미국 뉴욕주가 지난달 27일 공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여권으로 활용될 모바일 앱 '엑셀시오르 패스.' 뉴욕=AP 연합뉴스

미국 뉴욕주가 지난달 27일 공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여권으로 활용될 모바일 앱 '엑셀시오르 패스.' 뉴욕=AP 연합뉴스

96만2,083명.

4일 0시 기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1차 누적 접종자의 수입니다. 이런 가운데 정세균 국무총리가 코로나19 백신 접종 기록을 담은 이른바 '백신 여권'을 국내에도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제 우리의 일상은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백신 여권'만 있으면 식당·카페·여행 다 가능해지고 우리의 삶은 회복될까요.

정세균 "개인정보 보관 않고 위변조 가능성 차단"

정세균 국무총리가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상황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정세균 국무총리가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상황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우선 1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백신 여권 혹은 그린카드를 도입해야 접종을 한 사람들이 일상의 회복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는 올해 초부터 관련 준비를 시작, 스마트폰에서 손쉽게 접종 사실을 증명할 시스템 개발을 이미 완료했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국가에서도 접종 여부 확인이 가능하도록 하되 개인정보는 일절 보관되지 않도록 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위변조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다"며 "이달 안에 인증 애플리케이션(앱)을 공식 개통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개인정보 보호에 위변조 가능성 차단까지. 뭔가 단단히 준비한 것 같은데요.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에는 다른 나라들의 선례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럼 앞서 백신 여권을 도입했거나 도입 중인 다른 나라들은 어떤 상황인지 한번 알아볼까요?

①개인정보 및 사생활 보호 문제

중국 외교부가 지난달 8일 공개한 '국제여행 건강증명서' 화면. 백신 접종 관련 각종 정보가 망라돼 있다. 중국신문망 캡처

중국 외교부가 지난달 8일 공개한 '국제여행 건강증명서' 화면. 백신 접종 관련 각종 정보가 망라돼 있다. 중국신문망 캡처

우선 백신 여권의 가장 큰 문제는 개인정보 및 사생활 보호 문제입니다. 미국 CNN은 "위치 또는 의료 데이터가 수집·저장될 것인지 여부와 누가 해당 정보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백신신용이니셔티브의 공동설립자이자 연방자금연구개발센터의 디지털보건담당자인 브라이언 앤더슨 박사는 "백신 여권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기업들도 이런 우려를 알고 대비하고 있습니다. CNN에 따르면 정보기술(IT) 기업 애플은 현재 사용자들이 앱을 깔기 전에 어떤 데이터가 수집되는지를 공개하는 알림 기능을 넣었습니다.

앤더슨 박사 또한 "어떤 데이터도 중앙 서버에 저장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고, 또 다른 기업 IBM도 "자사의 플랫폼에 사용자 의료 정보를 보관하지 않고 위치 추적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백신 여권이 도입된 다른 나라에서도 이미 사생활 문제는 불거졌습니다. 이스라엘 정부가 배포한 백신 인증 프로그램은 스마트폰 성능과 메모리를 고갈시키는 건 물론 일부 데이터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불분명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또한 올해 초 사법 당국이 범죄 수사를 위해 백신 여권 앱 안에 들어 있는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고 밝혀 국민들이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②기술 표준화되지 않고 여러 방식이 혼재

스위스 비영리단체 코먼스 프로젝트와 세계경제포럼(WEF)이 개발 중인 ‘코먼패스’ 앱은 개인정보는 노출하지 않고 보건 당국에 증빙 자료로 제시할 수 있는 의료증 명서와 통행증 등을 큐알(QR) 코드 형태로 발급한다. 코먼패스 홈페이지 캡처

스위스 비영리단체 코먼스 프로젝트와 세계경제포럼(WEF)이 개발 중인 ‘코먼패스’ 앱은 개인정보는 노출하지 않고 보건 당국에 증빙 자료로 제시할 수 있는 의료증 명서와 통행증 등을 큐알(QR) 코드 형태로 발급한다. 코먼패스 홈페이지 캡처

또 다른 과제는 백신 여권 구상 난립 문제입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입수한 미 보건부 산하 조정위원회(ONC) 자료에 따르면 조 바이든 행정부는 최소 17가지 종류의 여권을 구상 중입니다.

이미 세계보건기구(WHO)가 주도하는 국제적 시도도 있고 뉴욕주(州)에서 시험 중인 IBM의 '디지털 패스' 개발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 대형 병원 마요클리닉, 마이크로소프트 등 225개 기업이 비영리 단체와 함께 백신 여권 표준을 개발 중인 백신 인증 계획(VCI)도 있습니다.

이에 보건·국방·국토안보부, 항공우주국(NASA) 등 150명 부처 직원들이 참여한 관련 회의에서는 이렇게 여권 개발이 난립한 상황이 혼란스럽다는 경고가 나왔습니다. 회의 자료에는 "무질서하고 비효율적인 백신 자격 증명 접근법은 보건 안전 조치를 악화하고 경제 회복을 늦추며 대중의 신뢰를 떨어뜨림으로써 전염병 대응을 방해할 수 있다"고 적혔습니다.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 또한 "디지털 백신 인증서 문제는 모두 표준화되어 있지 않는 데서 비롯한다"고 꼬집었습니다.

③위조 가능성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여기에 백신 여권 위조 가능성을 차단해야 하는 과제도 남아 있습니다. NBC방송은 "위조된 기록을 예방하는 문제가 존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④백신으로 불평등 문제 심각해지나

2월 21일 이스라엘 해안 도시 네타냐의 한 유대교 사원(시나고그)을 방문한 신자가 자신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 증명서 '그린 패스'를 들어 보이고 있다. 네타냐=AFP 연합뉴스

2월 21일 이스라엘 해안 도시 네타냐의 한 유대교 사원(시나고그)을 방문한 신자가 자신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 증명서 '그린 패스'를 들어 보이고 있다. 네타냐=AFP 연합뉴스

백신 여권이 불평등 문제를 심화시킨다는 논란도 있습니다. 이미 그린패스(GREEN PASS)가 발급된 이스라엘의 경우 국내에서 위화감이 문제가 되고 있죠.

이스라엘 규정에 따르면 당 안에서 음식을 먹기 위해서는 그린패스가 필요합니다. 그린패스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은 정부 규정에 따라 실외에만 앉을 수 있습니다.

예루살렘포스트에 따르면 실제로 2월 수도 텔아비브에서 그린패스가 사회를 두 계층으로 나누고 백신을 접종받지 못한 사람들은 차별받게 될 수 있다며 반발하는 시위가 있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장애, 임신, 종교적 이유 등으로 백신을 맞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이동의 자유 등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세계여행관광위원회는 "해외 여행을 다시 시작하는 것은 백신 중심의 계획보다는 음성 검사에 기초해야 한다"고 말했고요.

영국의 고용전문 변호사인 엘라 본드는 "백신 여권은 불공평한 해고와 차별을 초래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요양원 직원이나 업무적으로 해외 여행을 필요로 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백신 여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고용 차별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시민의 자유권 침해" 반발도

지난달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구장으로 들어오는 입국자들의 모습. 뉴스1

지난달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구장으로 들어오는 입국자들의 모습. 뉴스1

이 같은 문제들이 불거지자 미국의 일부 공화당 및 자유주의자들 사이에서는 "백신 여권이 시민권 침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플로리다주의 론 드샌티스 주지사는 "백신에 대한 증거를 요구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칙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영국 가디언도 칼럼을 통해 "백신 여권을 도입했거나 할 계획인 이스라엘, 에스토니아, 스웨덴, 덴마크와 달리 영국은 국가 신분증 시스템이 없다"며 "국가 안보와 시민의 자유 사이의 균형을 잘 잡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손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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