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으로 합승하겠다는 승객만 타게 하지만
안전 문제·코로나19 방역 등 걱정하는 목소리 나와
일부선 "사실상 반강제 합승 이뤄질 것" 우려
지난달 31일 정부가 상반기 중 플랫폼을 활용한 '자발적 택시 합승 서비스'를 허용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온라인에선 이를 비판하는 여론이 거세다.
정부와 업체는 "앱을 이용해 자발적이고 효율적으로 택시 합승을 할 수 있다"며 장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택시 합승에 관한 '안 좋은 추억'이 많은 탑승자들은 "불법적 합승 강요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며 우려를 보이고 있다.
"늦은 밤 택시 잡기 쉬워지고 비용도 절감" 강조했지만...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달 31일 '산업단지 및 모빌리티 분야 규제 혁신 방안'을 발표하면서 "택시와 플랫폼 업계 간 상생 지원을 위해 상반기 중 자발적 합승 서비스 허용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플랫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자발적으로 택시 합승을 원하는 이용자와 택시를 연결시켜, 심야 시간대 택시를 잡기 쉬워지고, 같이 가는 길의 비용은 나눠서 낼 수 있기 때문에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이와 같은 방식을 허용하는 택시발전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발의돼 있다.
이미 플랫폼 기업 코나투스가 운영 중인 '반반택시'와 현대자동차의 수요 응답형 대형승합택시 등은 '규제 샌드박스'의 실증 특례를 적용 받아 이런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언론 매체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이것이 "1982년 금지 이후 39년 만의 합승 부활"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조금 다르다. 기존의 합승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정보통신(IT) 플랫폼을 통해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강남역, 종로, 신촌 등 번화가에서 "안양, 과천, 평촌 한 분 출발" 이런 외침이 들리며 합승할 손님을 찾던 그런 풍경을 상상하면 안 된다.
반반택시의 경우, 이동 경로 70% 이상이 겹치거나 비슷한 승객 2명이 자발적으로 동승을 신청하면 애플리케이션이 택시를 호출해 이들을 이어 주는 방식이다.
코나투스는 과거 합승이 허용되던 시절 택시 내에서 일어났던 '합승강도' '차내격투' 등 승객 안전 문제를 고려해, 두 동승인은 동성(여성-여성, 남성-남성)으로 제한해 서비스하고 있으며, 고객도 실명 인증을 해야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지금도 울며 겨자먹기로 합승하는데...자발적 합승 되겠나"
하지만 홍 부총리가 발표한 정책에 대한 온라인의 반응은 차갑다. 강남이나 종로 등 심야 택시 수요가 많은 곳에서는 지금도 사실상 '반강제 합승'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런 플랫폼이 '합승 강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네티즌 지적의 주류다.
택시기사가 요구하는 택시의 합승은 원칙적으로 1982년 금지됐지만, 고객이 먼저 요청하면 가능하다는 예외가 있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암암리에 합승이 이뤄진다. 특히 이는 다른 교통편이 부족한 심야 시간대에 흔히 발생하는 현상이다.
'합승 부활' 소식을 접한 한 네티즌은 "자발적 합승이라고 하지만, 결국 합승을 원하지 않는 고객은 택시를 잡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자발은 결국 타발이 된다"고 표현했다. 이들은 현재도 심야 시간대에는 플랫폼 앱을 이용해 택시를 잡지 못한다거나 잡더라도 취소를 요구받았다는 경험 등을 토로했다.
심야가 아니더라도, 택시 합승 자체에 대한 거부감도 상당하다. 특히 여성 네티즌의 반응은 매우 날카롭다. 과거에 자주 발생했던 '택시 범죄' 때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82쿡'에서는 "같이 타는 모르는 승객으로부터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겠느냐" "혼자 편하게 이동하고 싶어서 택시를 타는데, 합승 선택지가 등장하면 택시의 이점이 사라진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방역에 방해가 되는 조치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국토교통부는 안전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동승 시 승객을 앞뒤 좌석에 앉도록 하고, 반반택시의 안전장치인 이용자 실명 인증이나 동성끼리만 합승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식을 모든 서비스 업자에 적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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