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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유일 향토백화점 '대백', 결국 본점도 52년 만에 문 닫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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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유일 향토백화점 '대백', 결국 본점도 52년 만에 문 닫나?

입력
2021.03.30 14:30
수정
2021.03.30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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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부터 본점 휴점… 백화점 형태 재개장 불투명
서울 대형백화점 진출에 코로나 겹쳐

대구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본점. 경영난 끝에 7월 1일부터 잠정 휴점한다. 정광진 기자

대구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본점. 경영난 끝에 7월 1일부터 잠정 휴점한다. 정광진 기자

전국에서 거의 유일하게 남은 향토 백화점인 대구백화점이 7월부터 본점 영업을 중단한다. 1969년 개점 52년 만의 일이다. ‘휴점’이라곤 하지만 다시 백화점으로 문을 열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대백은 7월 1일부터 영업을 잠정 중단하고 휴점한다고 지난 29일 밝혔다. 메이저 백화점의 진출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던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반적인 상황이 악화해 내린 조치라는 설명이다. 올해부터 백신 접종 등으로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불분명한 상황이 지속돼 휴점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대백 관계자는 “대외 환경이 악화하면서 본점에서 브랜드 철수, 마진 인하요구, 판촉사원 인건비 부담, 매장 인테리어 공사비 부담 등이 점포 차원에서 감당할 수준을 넘어섰다”며 “수익성 개선을 위해 일괄적인 협상 및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역 유통업계에선 대백이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서울지역 유통공룡의 대구 진출에 맞서 고군분투해 왔으나 동성로 일대 상권 변화와 중저가 브랜드의 온라인 중심 재편 등 유통환경 변화에 결국 굴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동성로 일대는 외환위기 이후 40대 이상을 타깃으로 한 업소 대부분이 다른 지역으로 옮겼다. 2010년 중앙로가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되고, 대백 본점을 중심으로 한 도심도로의 차량통행이 불편해지면서 구매력 높은 40대 이상의 발걸음도 급감했다.

한 지역유통업계 관계자는 “40대 이상 자가용을 몰고 오는 고객들이 줄면서 컨템퍼러리 브랜드도 대거 이탈했고, 결국 지하 식품매장까지 접을 수밖에 없었다”며 “대백 입장에선 본점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연구했겠지만 젊은이들이 점령한 동성로에서 20, 30대를 끌어들일 만한 차별화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게 패착”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증권가와 부동산업계에 나돌던 본점 매각설에 대해 대백 측은 부인했으나 뜬소문은 아닐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매장 리뉴얼이나 용도전환, 제3자 대상 매각 등 모든 방안을 검토했으나 여의치 않게 되자 비용 절감 차원에서 일단 휴점부터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대구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본점. 경영난 끝에 7월 1일부터 잠정 휴점한다. 정광진 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대구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본점. 경영난 끝에 7월 1일부터 잠정 휴점한다. 정광진 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대규 유통업계의 상징적 존재

대구백화점은 지역 유통업계의 상징과 같은 존재였다.

대백의 역사는 1944년 ‘대구상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구 교동시장 인근에 문을 열었다. 이후 삼덕동으로 옮겼다가 1969년 주식회사로 전환하고 동성로 본점을 개장했다. 에스컬레이터까지 갖춘 현대적인 의미에서 대구 첫 백화점이었다. 지역 최초로 정찰제 판매를 시작했다. 멤버십카드도 처음 도입했다. 1980년대 초반 대백 회원카드는 마치 부의 상징으로도 통했다. 1987년엔 원래 점포 북쪽 방향으로 신관을 증축했다.

대백의 전성기는 1993년 9월 중구 대봉동 프라자점을 열면서 열렸다. “백화점으로선 너무 넓은 게 아니냐”는 말도 나왔지만 기우였다. 이듬해 3월 신천대로가 개통하자 날개를 달았다. 프라자점에 진입하려는 차량이 수성교까지 길게 밀릴 정도였다. 매장 안은 지금의 현대백화점 대구점이나 대구신세계백화점보다 더 붐볐다. 여세를 몰아 금융 가구 여행 건설업에도 진출하거나 규모를 확대했다.

대구사람들에겐 대백은 백화점 그 이상이었다. 휴대폰도, 프랜차이즈 커피숍도 거의 없던 1990년대까지 대구사람들은 시내에서 누군가와 만날 때 “대백(남문)에서 만나자”고 약속하곤 했다.

대백의 성세는 현재 대구지역 1등 백화점으로 등극한 신세계도 울고 가게 했다. 신세계는 1973년 현재 대백 본점 인근에 매장을 냈다가 대백과 동아백화점의 아성을 뚫지 못하고 1975년 철수했다. 외환위기를 전후로 부산의 태화백화점, 대전의 동양백화점 등 향토 백화점이 줄줄이 문을 닫는 상황에서도 대백은 향토 백화점의 지위를 지켜왔다.

상인동 가스폭발 참사로 타격

1995년 4월28일 아침 출근시간. 대구 달서구 상인동 대구지하철(도시철도) 1호선 공사 현장에서 도시가스가 폭발했다. 대백 상인점 공사를 위한 천공작업 도중 도시가스관을 뚫는 바람에 새 나온 가스가 하수관을 타고 지하철공사장으로 스며들어 차 있다가 폭발한 것이었다. 101명이 숨지고 202명이 부상한 참사였다.

당시 대백은 계열사인 대백종합건설에 발주했고, 대백종건은 전문업체에 하도급을 주었다가 참사를 일으켰다. 법적인 책임과 무관하게 대백은 피해보상 대부분을 책임졌다.

이어 닥친 외환위기로 자금난에 몰리자 결국 상인동 백화점 예정부지를 롯데에 매각했다. 그 자리엔 롯데백화점 상인점이 들어서 있다.

서울 대형백화점 진출에 3등 백화점으로 전락

2003년 대구역에 롯데백화점 대구점을 열면서 대백의 앞날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당시 롯데는 대백이 한 번도 유치하지 못한 명품 브랜드 ‘샤넬’까지 입점시켰다. 이후 샤넬은 대구신세계백화점 개점을 앞두고 철수했다가 지난 12일 대구신세계에 입점했다.

롯데의 진출에도 나름 선방하던 대백은 2011년 현대백화점 대구점 개점과 함께 급격하게 쇠퇴하더니 2016년 12월 대구신세계백화점 진출과 함께 영업이익도 적자로 돌아섰다. 신세계가 문을 연 것은 연말이지만, 루이비통 구찌 보테가베네타 등 주요 명품브랜드가 전년도 말부터 대백프라자점에서 철수하기 시작한 때문이다.

2016년 영업이익 ?84억 원, 당기순이익 ?70억 원이던 것이 2017년 ?130억(-156억), 2018년 ?184억(-296억) 원으로 급증했다가 2019년엔 ?142억(-193억) 원으로 다소 줄었지만 지난해엔 다시 ?175억(-178억) 원으로 늘었다. 당기순이익 적자가 감소한 것은 자산매각 등 일시적인 요인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위기 극복 안간힘에도 역부족

대백도 가만히 앉아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사세가 기울기 이전부터 대백은 동성로 본점을 국채보상로와 바로 연결하기 위한 노력을 해 왔다. 대백본점 신관에서 북쪽 부지를 매입, 왕복 6차로의 국채보상로와 바로 연결하면 경쟁력이 급상승할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이는 일부 지주들이 대백이 감당하기 힘든 금액을 요구하는 바람에 진전을 보지 못했고, 창고와 지원팀 사무실로 쓰던 끝에 2019년 장부가 138억 원인 부지를 개발업자에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

2017년엔 도시아울렛도 열었다. 동구 신천동 귀빈예식장 자리로, 대구신세계백화점 인근이라는 이점을 살려 시너지효과를 기대했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아울렛 성패를 좌우할 아디다스 나이키도 모두 유치하지 못했다. 아웃도어 브랜드도 2군급만 입점했다. 결국 개점 1년 4개월 만인 이듬해 8월 문을 닫았다. 현대백화점에 10년 임대했다. 지금은 현대시티아울렛이 영업 중이다.

대구= 정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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