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대출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나섰다.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를 계기로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민심의 분노가 폭발하면서 일부 조정에 착수한 것이다.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9일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시장 안정 기조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장기 무주택자와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에게 제공하는 각종 혜택의 범위와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소득기준과 대상주택 실거래가 기준 등도 상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행 대출규제에 따르면, 서울 등 투기과열 지구의 경우 5억 원 이하 집을 살 때 무주택 세대라도 은행에서 2억 원(LTV 40%)까지만 대출이 가능하다. 다만 부부 합산 연소득이 8,000만 원 이하 또는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의 연소득이 9,000만 원 이하인 경우엔 2억5,000만 원(LTV 50%)까지 대출한도를 늘릴 수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LTV 완화율을 10% 이상으로 높이고, 부부합산 연소득 기준을 상향하는 방안 등을 고려할 수 있다"며 "대출 완화는 6월부터 시행하는 부동산 중과세 시행 등의 효과를 지켜본 후인 6월 말, 7월 초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도 이날 성북구에서 집중유세 후 기자들과 만나 "LTV, DTI 완화 문제를 제가 당에 건의했다"며 "청년들의 주거 문제와 관련해 고민의 순위를 말하면 주거 문제와 일자리 문제가 동일선상에 있었다"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조치는 현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대출규제가 무주택자와 2030세대 등 실수요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재보선을 목전에 두고 LH 사태로 폭발한 민심 수습에 나선 셈이다.
정준호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가격 안정이 목표라면 이 같은 대출 규제 완화를 하면 안 된다"며 "규제지역에 대한 기준까지 완화한다면 2019, 2020년의 강력한 대출규제 기조와는 정반대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무주택자와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를 대상으로 규제를 완화하는 기조 자체는 바람직하다"면서도 "가계부채가 많은 상황에서는 부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했다.
한편 홍 의장은 LH 사태와 관련해 부동산 투기이익을 소급 환수하기 위해 범죄수익은닉 규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수사 중이나 재판 중인 사건도 △차명거래 △부정한 방법의 토지 보상 △LH 임직원의 직무상 정보 활용에 해당할 경우 수익을 몰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논란이 된 3기 신도시와 관련한 부당이익도 몰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민주당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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