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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계 증오범죄에 각성한 美 '한인 교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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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계 증오범죄에 각성한 美 '한인 교회'들

입력
2021.03.29 00:1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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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티코 달라진 한인 교회 태도 조명
"과거 정교분리 등 이유로 침묵하더니,
인종차별 반대 메시지 담은 설교 독려"

26일 미국 워싱턴 차이나타운 인근에서 열린 아시안에 대한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에 '인종차별 폭력 근절' 등의 손팻말을 쓴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26일 미국 워싱턴 차이나타운 인근에서 열린 아시안에 대한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에 '인종차별 폭력 근절' 등의 손팻말을 쓴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1960년대 시민운동의 진원지는 마틴 루터 킹 목사 등이 이끌던 흑인 교회였다. 오늘날의 한인 교회가 이를 닮았다.(오마르 와소우 프린스턴대 정치학 교수)”

미국 한인사회의 오랜 구심점이나 정치와는 거리를 뒀던 '한인 교회'들이 변하고 있다.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해 아시아계 6명이 숨진 미국 조지아주(州) 애틀랜타 총격 참극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7일(현지시간) “한인 교회가 애틀랜타 참사로 정치적 각성을 했다”면서 최근 미국 내 한인 기독계의 변화상을 집중 조명했다. 지난주 한인연합장로교회 총회장인 최병호 목사는 미 전역의 목회자들이 설교에 인종차별 반대 메시지를 담도록 독려하는 서한을 발송했고, 한인연합감리교회 총회장인 류재덕 목사는 증오범죄 규탄과 외국인 혐오 발언을 하는 의원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각 지역사회에서는 한인 교회들이 각종 추모회나 시위 등의 중심 역할을 도맡고 있다. 매체는 이런 모습을 두고 “인종적 부당함에 맞서 싸우는 데 오랫동안 중요한 역할을 한 흑인 교회와 닮았다”고 진단했다.

전통적으로 미국 한인 교회는 인종차별에 크게 목소리를 내는 편이 아니었다. 여기에는 종교가 정치나 시위와 같은 세속적 활동의 일부가 되어선 안 된다는 믿음, 언어ㆍ문화적 장벽 등 복합적 이유가 얽혀있다. 세대 차이와도 연결된다. 이민 1세대 목회자들은 성실하게 일하고 불평하지 말라는 이른바 ‘모범적 소수민족 신화’를 어느 정도 받아들였다.

하지만 아시아계 혐오 확산을 목도하면서 교회 안에서는 통렬한 자성과 적극적 대처를 주문하는 여론이 급격히 커졌다. 아시아ㆍ태평양계(AAPI) 혐오 반대 단체 결성에 참여한 한병철 애틀랜타 한인중앙장로회 목사는 “목사들도 (모범적 소수민족) 신화를 퍼뜨린 부류 중 하나일 것”이라며 “신도들에게 책임감 있는 시민으로서 역할과 연대의 중요성을 알리지 못했다”고 반성했다. 이어 “한인 교회는 물론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그간의 무관심과 무책임함을 반성하는 시간이 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워싱턴의 올네이션스 커뮤니티 교회 마이클 리 목사도 “변화가 없는 선전은 과장광고에 불과하다. 공직자ㆍ의회와 함께 정책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면서 정치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보폭이 커진 한인 교계의 정치적 움직임은 미 정가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폴리티코는 “특히 민주당에게 유리한 변화”라며 “여론조사를 보면 인종차별 의제와 관련 한국계 미국인들이 공화당보다는 민주당에 기대를 거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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