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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핵 하루 65명 이상 새로 걸려…25년째 발병률 1위 ‘결핵 후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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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핵 하루 65명 이상 새로 걸려…25년째 발병률 1위 ‘결핵 후진국’

입력
2021.03.28 22:2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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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결핵 유병률은 37개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꼴찌로 25년째 1위를 고수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 결핵 유병률은 37개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꼴찌로 25년째 1위를 고수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결핵은 에이즈ㆍ말라리아와 함께 세계보건기구(WHO)가 중점 관리하는 3대 감염병의 하나다. 전 세계 보균자가 20억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여전히 ‘결핵 후진국’이다. 특히 결핵 유병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이래 25년째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아직도 하루 평균 65명 이상이 결핵 환자로 새롭게 진단받는다. 결핵으로 인한 사망률도 2위다.

우리나라 결핵 유병률이 가장 높은 것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잠복 결핵’ 탓이 크다. 잠복 결핵은 결핵균에 감염됐지만 실제 발병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잠복 결핵이라면 다른 사람에게 옮기지는 않지만 면역력이 떨어지면 언제든지 발병돼 주위 사람들을 전염시킬 수 있다.

◇결핵 감염자 10명 중 9명이 ‘잠복 결핵’

결핵은 폐를 비롯한 장기가 결핵균에 감염돼 발생하는 병이다. 결핵균은 주로 공기로 감염되는데, 결핵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결핵균이 포함된 전염성 입자가 공기 중으로 배출돼 떠돌다가 다른 사람의 호흡과 함께 폐 속에 들어가 증식함으로써 감염된다. 직접 접촉이나 비말(침방울)로 감염되는 코로나19와는 다르다.

결핵균은 우리 몸속에서 아주 느리게 증식하면서 신체 영양분을 소모시키고 조직과 장기를 파괴한다. 하지만 결핵 초기에는 기침 이외에 별다른 증상이 없어 대부분 감기약을 먹거나 방치한다. 그러나 2주 이상 지속되는 기침은 결핵일 가능성이 높다.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오는 객혈이나 호흡곤란, 가슴통증, 무력감, 피곤함, 미열ㆍ오한 등 발열, 체중 감소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결핵균은 호흡기 외에도 다양한 장기에 침범해 증상을 일으킨다. ‘가슴막 결핵’으로 흉통ㆍ호흡곤란ㆍ마른기침 등이 나타난다. 또 쇄골 부위 임파선을 침투해 목 부위가 붓고 통증이 생기는 ‘림프샘 결핵’, 설사ㆍ혈변을 일으키는 ‘장 결핵’, 두통ㆍ경련을 일으키는 ‘결핵성 뇌수막염’, 호흡곤란을 유발하는 ‘결핵성 심낭막염’ 등이 있다.

그런데 결핵에 감염됐다고 해도 모두 결핵 환자는 아니다. 감염자의 90% 정도는 잠복 결핵에 해당된다. 나머지 10% 가운데 절반 정도는 1~2년 내 증상이 나타나고, 나머지 절반은 10년 이상 지난 후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결핵이 발병할 수 있다. 김주상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다만 최근 활동성 결핵 환자와 접촉한 사람,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증 환자, 투석 치료를 받는 환자,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등 면역 기능이 약한 사람은 활동성 결핵으로 진행될 확률이 20배 이상 높아진다”고 했다.

결핵을 예방하려면 결핵균 면역력을 갖게 하는 결핵예방백신(BCG)을 접종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생후 1개월 이내 모든 신생아에게 BCG 예방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BCG 접종을 하면 결핵 발병률이 5분의 1 정도로 줄어든다.

결핵균 감염자의 90%에 해당되는 잠복 결핵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투베르쿨린 피부 반응 검사나 인터페론감마 분비 검사 등 별도의 검사가 필요하다. 게티이미지뱅크

결핵균 감염자의 90%에 해당되는 잠복 결핵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투베르쿨린 피부 반응 검사나 인터페론감마 분비 검사 등 별도의 검사가 필요하다. 게티이미지뱅크


◇잠복 결핵 진단 위해 별도 검사해야

잠복 결핵은 일반적인 결핵 검사인 흉부 X선 검사와 객담(喀痰) 검사로는 진단하기 어려워 체내에 결핵균에 대한 면역세포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별도의 검사를 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투베르쿨린 피부 반응 검사’와 ‘인터페론감마 분비 검사(Interferon-Gamma Releasing AssayㆍIGRA)’가 널리 쓰인다.

투베르쿨린 피부 반응 검사는 수십 년 전부터 사용하고 있는 잠복 결핵 검사다. 투베르쿨린 용액을 팔의 안쪽 피부에 주사 후 48~72시간 후에 주사 부위가 단단해지는 정도를 측정해 진단한다. 이 때문에 검사 절차가 다소 번거로우며, BCG 예방접종이나 비결핵성 항상균 감염으로 인해 실제 음성이나 위양성(음성이 검사결과 잘못으로 양성이 된 경우)으로 나올 수 있는 문제도 있을 수 있다.

반면 IGRA는 혈액검사인데 한 번 채혈로 잠복 결핵을 진단할 수 있기에 의료기관을 다시 방문할 필요가 없어 환자 입장에서 편리하다. 이 검사는 수검자의 혈액 속 T림프구라는 면역세포를 결핵균의 특이 항원과 반응시키면 인터페론감마(Interferon-Gamma)라는 물질이 분비되는데 이를 측정해 수검자가 결핵균에 노출된 적이 있는지 알아내는 원리를 활용한 검사다. 체외 검사이므로 약물 주입으로 인한 이상 반응 위험성이 없고, 결핵 예방을 위해 유아기에 필수로 맞는 BCG 백신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기에 정확도가 높다.

이 때문에 미국ㆍ유럽 등에서는 잠복 결핵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IGRA 검사법을 우선으로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IGRA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기준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만성콩팥병으로 투석을 받는 환자나 류마티스 관절염 등을 치료하기 위해 스테로이드를 투여하는 환자 등 결핵 발병 고위험군이라면 희소난치성질환자 산정 특례가 적용돼 환자는 검사비의 10%만 내고 검사를 받을 수 있다.

권애린 GC녹십자의료재단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는 “IGRA는 WHO가 권고하고 주요 국제기구에서 채택하는 등 안전성과 정확도가 확인된 검사인 만큼, 당뇨병 등 결핵 고위험군에 해당된다면 이 검사로 선제적 예방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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