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 처리" 입장에도 형평성 논란 불가피
절차 밟다 보면 선거일 전 판단 나올지도 불투명
정부 구체적 지침도 없어 지자체는 부담
다음 달 7일 치러질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유력 정치인들이 잇따라 방역수칙 위반 논란에 휩싸여 서울시와 자치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자체는 원칙대로 조사해 처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민감한 선거 국면이라 어떤 조치를 내리든지 여야 간 형평성 논쟁과 같은 분란에 휩싸일 수 있어서다.
서울시는 최근 시내 호텔에서 이른바 '쪼개기 모임'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과 홍영표 의원에 대해 “(해당 사건이) 아직 서울시나 강남구에 공식적으로 신고되지 않았는데, 신고가 접수되면 소관 자치구에서 조사할 예정”이라고 26일 밝혔다.
이 위원장과 홍 의원 등 16명은 지난 23일 강남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한 뒤 같은 식당 내 분리된 방에서 4명씩 식사했다는 보도가 나와 방역수칙 위반 논란이 일었다. 방역당국은 그동안 일행이 4명으로 나눠 식사하더라도 한 식당에 같이 있으면 ‘5인 이상 모임 금지’ 위반이라고 경고해 왔다.
앞서 25일에는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장섭 민주당 의원 등 여권 인사들과,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과 오신환·유의동 전 국민의힘 의원이 포함된 일행이 각각 5인 이상 모임 금지 조치를 위반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영등포구는 "폐쇄회로(CC)TV 확인 등 조사와 서울시와의 협의를 통해 적법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절차대로 조사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선거를 앞둔 시점이라 서울시와 자치구의 부담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엄격히 조사해 합당한 판단을 내놓는다고 해도 정치적 이해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선거 국면에선 논란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현장조사, 당사자 의견 청취, 방역당국 유권해석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다 보면 선거일 전에 결론이 나올지 미지수이고, 이 또한 정치적 논쟁거리가 될 수 있다.
더구나 시와 자치구는 최근 같은 사안에 대한 엇갈린 판단으로 공신력 저하를 자초하기도 했다. 시내 카페에서 7인 모임을 한 방송인 김어준씨에게 서울시는 지침 위반이라는 입장을 냈지만, 마포구는 업무의 일환으로 간주해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은 것이다. 이런 결정이 이준석 전 위원과 장경태 의원에게 각각 과태료를 부과한 용산구의 조치와 대비돼 형평성 논란이 일자 서울시는 마포구 결정 취소를 검토 중이다.
정부가 ‘5인 이상 모임 금지’를 선거운동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상세한 지침이 없는 점도 서울시와 자치구에는 부담이다. 시 관계자는 “정부로부터 상황별 대응을 포함한 구체적 지침을 아직 전달받지 못했다”며 “많은 조사 사례가 쌓였어도 유형이 워낙 다양해 신고가 접수되면 사례별로 따져보고 판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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