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우먼과 성인 영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듯한 두 단어가 김영희를 통해 섞였다. '기생춘'을 통해서다. 성인 영화에 김영희표 개그를 더하니 종합선물세트 같은 작품이 탄생했다.
개그우먼 김영희가 메가폰을 잡은 성인 영화 '기생춘'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패러디한 작품이다. 우연한 기회로 대저택에 숨어들어간 엉뚱발랄 여주인공 춘이가 완벽한 기생을 꿈꾸는 이야기를 담는다.
남자친구의 집에 얹혀살던 춘이는 어느 날 기분전환 삼아 주택단지를 구경한다. 그는 우연히 한 집의 다락방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깊은 잠에 빠진다. 춘이는 집주인 민 사장 몰래 장어즙까지 준비하며 우렁이 각시처럼 행동한다.
그러던 그는 민 사장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여기서 살게 해 달라"고 부탁한다. 우여곡절 끝에 민 사장 집에 살게 된 춘이는 남자친구와 절친 가희까지 끌어들인다.
성인 영화답게 '기생춘'에는 야한 장면들이 가득하다. 극 중 춘이는 남자들과 진한 스킨십을 나눈다. 스킨십 장면의 전후에는 깨알 웃음 포인트들이 삽입돼 있다. 극이 지나치게 끈적해질 때 즈음 코믹한 장면들이 나와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때문에 야한 장면도 부담스럽지 않게 느껴진다.
'기생충'이 떠오르게 만드는 장면들도 인상적이다. 가희는 송강호의 명대사 "넌 다 계획이 있구나"를 읊고, 민 사장은 짜파구리를 먹는다. 춘이와 관련된 인물들이 대저택에 입성하게 되는 과정도 '기생충' 속 인물들과 비슷하다. 깨알 패러디 요소들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점은, '기생춘'에는 '삼포 세대의 아픔'이라는 분명한 메시지가 녹아 있다는 것이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 세대의 이야기는 청춘들의 공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복권 당첨이 꿈인 춘이의 남자친구, 명문대 출신이지만 직장 없이 그의 집에 얹혀살며 집안일을 돕는 가희는 젊은이들의 씁쓸한 현실을 보여준다.
웃음과 공감을 동시에 선사하는 '기생춘'은 성인 영화계의 '종합선물세트'다. 성인 영화와 개그의 조합은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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