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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피우는 천경자, 물가에 앉은 이병철... 사진으로 기록한 시대의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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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피우는 천경자, 물가에 앉은 이병철... 사진으로 기록한 시대의 인물

입력
2021.03.25 15:13
수정
2021.03.25 18:44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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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선호 사진, 사람을 그리다' 개막
천경자, 장욱진, 이병철, 이순재 등? ?
인사아트센터에서 4월 5일까지

문선호 작가가 1975년 천경자 화백의 모습을 담은 사진. 가나문화재단 제공

문선호 작가가 1975년 천경자 화백의 모습을 담은 사진. 가나문화재단 제공


‘커피를 마시는 윤형근, 왼손으로 머리 뒤를 긁적이는 이대원, 개들에게 먹이를 주는 유영국, 골똘히 생각에 잠긴 김창열…’

한국 미술계 거장들의 50년 전 모습이 사진 속에 기록돼 있다. 1970년부터 1998년 작고하기까지 ‘한국인’이라는 주제로 사진 작업에 골몰해온, 한 사진가의 사명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카메라로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란 타이틀을 지닌 문선호 작가의 이야기다. 생전 그는 이렇게 말한다. “세계적인 초상화 사진가 유섭 카쉬(Yousuf Karsh)가 세계 명사들의 작업을 해낸 것 같이, 나도 우리나라 한 시대에 이름을 남긴 사람들을 분야별로 정리해보고 싶다.”

24일 서울 종로구 인사아트센터에서 ‘문선호 사진, 사람을 그리다’ 전시가 개막했다. 원래 화가였던 작가는 미술인들과 친분이 두터웠고 그들의 인물 사진을 대거 남겼다. 유섭 카쉬처럼 다양한 분야의 명사를 기록하겠다는 뜻도 실천했다. 이름을 떨친 국내 시인, 성악가, 무용가, 기업인, 종교인, 영화배우의 모습 역시 사진으로 남아 있는 이유다. 유섭 카쉬는 윈스턴 처칠, 마더 테레사, 오드리 헵번 등의 사진을 찍은 세계적인 인물 사진 작가다.

'물방울' 작품 앞에서 촬영된 김창열 화백의 모습을 문선호 작가가 1975년에 담았다. 가나문화재단 제공

'물방울' 작품 앞에서 촬영된 김창열 화백의 모습을 문선호 작가가 1975년에 담았다. 가나문화재단 제공


사진 속 인물들의 표정과 포즈는 각양각색이다. 턱을 괴거나 뒷짐진 모습, 담배를 피우며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다. 대상의 진면목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한 작가의 흔적이 엿보인다. 전시장에서 만난 문 작가의 장녀 문현심씨는 “아버지는 인물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끌어내기 위해 그 분들과 며칠씩 같이 지내시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병철 삼성그룹 선대회장의 모습. 문선호 작가가 1978년에 촬영한 사진이다. 가나문화재단 제공

이병철 삼성그룹 선대회장의 모습. 문선호 작가가 1978년에 촬영한 사진이다. 가나문화재단 제공


이병철 삼성그룹 선대회장이 양복을 입고 물가에 앉아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 중인 원로배우 이순재의 50년 전 익살스러운 모습, 투병 소식으로 안타까움을 전했던 영화배우 윤정희의 젊은 시절 고운 자태도 사진으로 남아 있다.

전시장 2층에는 문 작가의 초기 작품이 전시돼 있다. 눈 내리는 길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하교길(1962년작)’은 신이 난 아이들의 흥겨움이 사진 밖으로 전해진다. 봄날의 달콤한 감성을 자극하는, 1987년 스위스에서 촬영된 풀밭 위 키스하는 연인의 사진도 걸려 있다. 사진이지만 그림처럼 느껴지는 ‘석양(1971년)’도 감상할 수 있다.

유족은 이번 전시를 끝으로 문 작가의 작품을 기부할 뜻을 내비쳤다. 문현심씨는 “서울시가 추진 중인 사진박물관이 올해 착공돼 2023년 건립될 예정”이라며 “기부한 사진이 계속된 전시를 통해 잊히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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