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美 애틀랜타·콜로라도 비극, 바이든표 '총기규제' 개혁 힘 실리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美 애틀랜타·콜로라도 비극, 바이든표 '총기규제' 개혁 힘 실리나

입력
2021.03.25 04:30
수정
2021.03.25 09:54
14면
0 0

엿새 만에 다시 대형 참사… 바이든, 입법 촉구
여야 팽팽 상원 구도 걸림돌… 늘 여론도 잠시뿐
필리버스터 손질·대통령 행정명령 카드 '만지작'

미국 콜로라도주 볼더의 총기 난사 사건 현장인 식료품점 '킹 수퍼스' 앞에서 23일 한 시민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볼더=AFP 연합뉴스

미국 콜로라도주 볼더의 총기 난사 사건 현장인 식료품점 '킹 수퍼스' 앞에서 23일 한 시민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볼더=AFP 연합뉴스

“1분도 기다릴 수 없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당장 총기 규제법을 만들라고 의회를 다그치고 나섰다. 애틀랜타 비극 엿새 만에 콜로라도주(州)에서 다시 대형 총격 참사가 벌어지면서다. 그러나 무장을 권리로 보는 헌법과 전통적 여론을 뒷배로 늘 총기 보유를 옹호해 온 공화당의 반대는 이번에도 넘기 힘든 걸림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총기 규제 강화 입법을 의회에 촉구했다. 예정에 없던 백악관 연설까지 자청했다. 일단 하원에 요구한 건 공격용 무기 및 대용량 탄창 금지 법안 제정이다. 지금은 없지만 이 법이 아예 새로운 건 아니다. 1994년 반자동 소총 같은 전쟁용 무기의 판매를 금지하는 법이 한시법으로 도입됐었고, 당시 바이든 대통령이 상원 법제사법위원장이었다. 그러나 공화당 반대로 연장되지 못하고 2004년 폐기됐다.

전날 콜로라도 총격에 사용된 반자동 소총 ‘AR-15’는 대형 총기 테러 때마다 단골로 등장해 온 기종이다. 군용 총기 ‘M-16’의 민간 버전인데, 개발 시점상 AR-15가 먼저다. 무게가 3.63㎏가량으로 가볍고 반동도 크지 않아 사냥용으로 인기가 많지만, 연발 사격이 가능하도록 개조가 어렵지 않은 데다 30발 이상 대용량 탄창을 끼울 수도 있어 규제 1순위 총기다.

이렇게 널린 총을 사실상 아무나 구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미 현행법상 총기 판매 업자는 구매자 신원 조회를 연방수사국(FBI)에 의뢰한 뒤 사흘이 지나도 회신을 받지 못하면 총기를 팔 수 있는데, 기간이 짧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FBI의 신원 조회 기간을 열흘로 늘리는 법안이 올 1월 하원을 통과했다. 판매 면허 보유 여부와 상관 없이 구매자 신원 조회를 모든 판매에 의무화하는 법안도 상원에 계류된 상태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신원 조사의 허점을 막기 위한 하원 법안 2건을 상원이 당장 의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접근성과 맞물려 참사를 부추기는 건 갈수록 커지는 미국사회의 총기 사용 유혹이다. 미 언론은 콜로라도 총격범이 인종주의에 대한 불만이 컸다고 보도하고 있다. 16일 애틀랜타 총격 사건도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공교롭게 두 범인은 같은 나이(21살)의 젊은 남성이다. 하지만 놓인 입장은 대조적이다. 애틀랜타 용의자는 주류 백인인 반면, 콜로라도 쪽은 아랍계 이민자다. 국가정보국(DNI) 등 미 정보당국은 최근 미국 내 테러 위협 중 가장 치명적인 부류로 인종주의에서 동기가 촉발된 극단주의자를 꼽았다.

이런 배경 요인은 실제 사건으로 이어진다. 미 CNN방송이 최근 일주일 사이 미국에서 최소 7건의 대규모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고 전했고, 최근 5년간 4명 이상 사망한 총격 사건은 최소 29건에 이른다고 일간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바이든표 개혁의 성공도 장담할 수 없다. 변화한 유권자들의 인식을 믿고 규제 주장에 적극적인 정치인이 민주당의 경우 과거보다 확실히 많아지기는 했지만 공화당은 요지부동이다. 양당이 50석씩 나눠 가진 팽팽한 상원 구도상 일부라도 민주당 중도파가 이탈한다면 과반이 확보될 수 없다. 더욱이 공화당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로 법안을 붙잡을 경우 이를 종결하고 법안을 처리하려면 60표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여론도 믿기 힘들다. 대형 사건 때마다 규제가 필요하다는 방향으로 분위기가 만들어지곤 했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며 약탈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총기ㆍ총알을 사들이는 사람이 급증했다는 게 19일 CNN 보도다. 25일 시작되는 2주간 상원 휴회 기간에 규제 여론이 꺾일 수도 있다.

변수는 정권의 의지다. 민주당 내에서 주요 법안 처리를 위해서는 필리버스터를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데다, 입법이 여의치 않으면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돌파하는 방안을 백악관이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날 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것(총기 규제)은 당파적 이슈여서는 안 된다. 미국의 이슈”라며 “그게 미국인의 생명을 살릴 것이고 우리는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0명의 사망자를 낸 22일 콜로라도주 볼더 식료품점 총격 참사 용의자는 21세 시리아계 남성 아흐마드 알 알리위 알리사이고, 10건의 1급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고 경찰이 이날 밝혔다. 경찰은 경찰관 1명이 포함된 희생자 10명의 나이ㆍ이름도 공개했다.

권경성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