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법농단' 4년 만에 첫 유죄… 양승태·임종헌까지 겨눈 재판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법농단' 4년 만에 첫 유죄… 양승태·임종헌까지 겨눈 재판부

입력
2021.03.23 19:30
수정
2021.03.23 23:39
1면
0 0

이민걸·이규진, 1심서 집행유예형 선고
사법농단 재판 '6연속 무죄' 깨고 첫 유죄
檢?"위헌적 재판개입, 직권남용 인정됐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전직 판사들에게 첫 유죄 판결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는 23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이민걸(왼쪽 사진)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전직 판사들에게 첫 유죄 판결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는 23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이민걸(왼쪽 사진)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연합뉴스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에 연루된 전직 고위 법관들에 대해 23일 처음으로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이른바 ‘사법농단 사태’가 불거진 지 4년 만이자, 이 사건 관련 7번째 재판 끝에 나온 첫 유죄 판단이다. 법원은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가 지시한 재판개입과 헌법재판소 동향 파악 등이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일부 혐의에 대해선 당시 사법부 수뇌부였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모 관계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 윤종섭)는 이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사법농단 사태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14명의 고위법관들(전ㆍ현직 포함) 가운데 유죄 선고를 받은 것은 이들 2명이 처음이다. 이민걸 전 실장은 올해 2월 연임을 포기했고, 이규진 전 위원은 2019년 1월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해 두 사람 모두 현재 법관 신분은 아니다.

재판부는 이규진 전 위원에 대해 “법원행정처 심의관에게 재판 독립에 반해 위법·부당한 보고서를 세 번이나 작성해 보고하게 하고, 스스로도 판사이면서 재판권 행사를 두 차례 방해하는 등 중대한 범행을 했다”고 질타했다. 또 이민걸 전 실장에 대해선 “(행정처에 비판적인 판사모임을 와해하려는) 임종헌 전 차장의 목적을 알고도, 이에 동의해 주무실장으로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옛 통합진보당 관련 국회·지방의원 지위확인 행정소송 등 이규진 전 위원의 재판관여 행위 중 상당수를 유죄로 인정했다. 이 전 위원이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임종헌 전 차장 등과 공모해 일선 재판부에 ‘행정처 의사’를 전달하고, 심의관에게 부당한 대책보고서 등을 쓰게 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제3자가 내린 결론에 (관련 사건 재판부가) 협조하도록 해, 헌법103조가 정한 재판 독립에 반하는 행위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법농단 연루' 고위 법관 첫 유죄 판결. 그래픽=강준구 기자

'사법농단 연루' 고위 법관 첫 유죄 판결. 그래픽=강준구 기자

대법원의 ‘헌법재판소 견제’ 목적에 따라서, 이규진 전 위원이 헌재 파견 법관에게 헌재에서 심리 중인 주요 사건의 정보·자료 46건을 불법으로 수집하고 보고하게 한 혐의도 직권남용 유죄로 인정됐다. 특히 재판부는 이들 혐의와 관련,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처장,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의 공모관계가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재판부는 당시 법원행정처가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사법행정에 비판적이었던 판사 모임을 견제ㆍ제재하는 과정에서도 위법 행위가 있었다고 봤다. 이 전 실장과 이 전 위원이 양 전 대법원장, 임 전 차장과 공모해 인권법연구회 등을 와해시킬 목적으로 ‘판사모임의 중복가입’을 막는 공지글을 올리도록 심의관에게 지시했다는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모임 와해’ 작전을 주도한 인물로 임 전 차장을 꼽으면서 그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2019년 3월부터 두 사람과 함께 피고인으로서 재판을 받아 온 방창현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 심상철 전 서울고법원장 등 현직 법관 2명에겐 무죄가 선고됐다. 방 전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 요구에 따라 자신이 맡은 옛 통진당 지방의원 사건 심증과 판결이유를 누설한 혐의로, 심 전 원장은 옛 통진당 의원들 행정소송 항소심을 특정 재판부에 배당하도록 부당 지시한 혐의로 각각 기소됐다.

이날 법원 선고는 1심 판결이긴 하지만, 사법농단 재판 중 ‘첫 유죄’ 판단이다. 앞선 다른 사법농단 연루 법관 재판에선 ‘6연속 무죄’ 선고가 나왔었다. 게다가 사법농단 사태 정점에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ㆍ고영한 전 처장, 임종헌 전 차장과의 공모관계를 구체적으로 밝혔다는 점에서도 주목되는 선고 결과다. 사법농단 사건 검찰 수사팀은 “사법행정권자의 위헌적 재판개입 행위에 대하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유죄를 인정한 최초의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최나실 기자
이현주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