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유기견은 차로 치어도 됩니까?… 엄한 처벌 촉구합니다"

입력
2021.03.26 11:00
0 0

<14>? 강아지? 죽인 운전자, 처벌해달라는 유기견 가족

편집자주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으로 시작된 청와대 국민청원은 많은 시민이 동참하면서 공론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 못 하는 동물은 어디에 어떻게 억울함을 호소해야 할까요. 이에 동물들의 목소리를 대신해 의견을 내는 애니청원 코너를 시작합니다.



운전자는 우리가 차량을 피할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한두 번의 경적만 울렸어도, 몇 초만 기다려줬어도 강아지 장군이가 즉사하진 않았을 겁니다

살아 있을 당시 장군이. 장군이는 지난 5일 승합차 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살아 있을 당시 장군이. 장군이는 지난 5일 승합차 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우리는 경남 창원 한 공업사 근처에 살던 유기견 가족입니다. 아빠개, 엄마개, 강아지 3마리 등 총 5마리가 주민들이 챙겨주는 밥을 먹으면서 지내고 있었습니다. 짱구, 아가, 장군, 매실, 자두라는 이름도 있었습니다.

사건은 지난 5일 오후 6시쯤 벌어졌습니다. 승합차가 갑자기 빠른 속도로 돌진해 우리 가족을 덮쳤고, 미처 피하지 못한 강아지 '장군이'가 세상을 떠난 겁니다. 우리에게 밥을 주러 온 주민이 현장을 목격했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주민에 따르면 운전자는 위험하다는 수신호를 보고도 속도를 늦추지 않아 강아지를 치었고, 사고 직후에도 차량을 두드리며 세우려 했지만 이를 무시한 채 그냥 지나갔다고 합니다. 심지어 경찰에 신고한 주민에게 "유기견 한 마리 죽은 것 가지고 왜 그러냐", "어차피 주인 없는 개이니 고발해도 괜찮다" 는 말과 함께 삿대질을 하며 위협했다는데요.

승합차가 유기견 가족을 향해 돌진하고 있는 모습이 담긴 블랙박스 화면. 동물자유연대 제공

승합차가 유기견 가족을 향해 돌진하고 있는 모습이 담긴 블랙박스 화면. 동물자유연대 제공



목격자 주민은 사건이 묻힐까 염려돼 지난 8일 동물보호단체인 동물자유연대(동자연)에 해당 내용을 알렸습니다. 활동가들이 다음 날 현장을 살펴본 결과, 운전자가 출발하는 장소에서 육안으로 우리 가족이 보이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 운전자가 장군이를 치는 장면은 당시 상황이 녹화된 주민의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이에 동자연은 마산동부경찰서에 운전자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고 경찰이 사건을 수사 중입니다. 동자연은 또 운전자를 엄벌해달라고 촉구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분노해 23일 기준 4만5,000명이 참여했다고 합니다.

활동가들은 운전자가 고발에 따른 보복성 동물 학대를 저지를 수 있다며 현장을 배회하던 우리 4마리를 구조했습니다. 지금은 위탁 보호처에서 지내고 있고요, 늦어도 다음 달 초 경기 남양주시 동자연 입양센터로 보내질 예정입니다.

사고 직후 장군이 곁을 떠나지 못하는 유기견 가족. 동물자유연대 제공

사고 직후 장군이 곁을 떠나지 못하는 유기견 가족. 동물자유연대 제공



올해 2월 12일부터 동물보호법 위반 시 처벌 수위는 기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높아졌습니다. 또 동물학대를 강력히 처벌하는 데 걸림돌이었던 민법 조항(동물의 지위는 물건)을 고치는 것도 검토한다고 하니 반가운 일입니다.

동물자유연대는 장군이를 차량으로 친 운전자를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동물자유연대는 장군이를 차량으로 친 운전자를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하지만 동물학대 역시 해를 거듭할수록 늘고 있습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동물학대 검찰 처분은 2016년 339건에서 2018년 601건, 2019년 1,070건, 지난해(10월까지) 879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 5년간 검찰 처분을 받은 3,398명 중 절반(51.2%)이 불기소 처분됐고요, 정식 재판으로 넘겨진 93명(2.8%) 중 구속기소는 단 2명(0.1%)에 불과했습니다.

경남 창원 공업사 인근에서 살던 유기견 가족은 차량에 치여 즉사한 장군이를 제외하고 현재 구조된 상태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경남 창원 공업사 인근에서 살던 유기견 가족은 차량에 치여 즉사한 장군이를 제외하고 현재 구조된 상태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그동안 동물학대에 대해 처벌이 관대했던 점이 또 다른 동물학대로 이어진 것은 아닐까요. 보호자 없는 유기견이라고, 민법상 생명이 아닌 물건이라고 해서 우리 목숨이 하찮은 건 결코 아닙니다. 장군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이번 사건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세요. 그리고 '유기견이니 고발해도 괜찮다'며 생명을 가볍게 여긴 운전자를 강력히 처벌해주시길 요청합니다.

유기견 가족이 낸 청원에 동의하시면 포털 사이트 하단 '좋아요'를 클릭하거나 기사 원문 한국일보닷컴 기사 아래 공감 버튼을 눌러주세요. 기사 게재 후 1주일 이내 500명 이상이 동의할 경우 해당 전문가들로부터 답변이나 조언, 자문을 전달해드립니다.

고은경 애니로그랩장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