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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첫 유죄, 남은 재판도 엄정하게 단죄하길

입력
2021.03.24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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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옛 통합진보당 재판 개입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에게 1심에서 유죄가 인정돼 집행유예형이 선고됐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기소된 전ㆍ현직 고위 법관들의 재판에서 유죄 선고는 처음이다.

기소된 전ㆍ현직 법관 14명 중 10명이 1심에서 직권남용죄 법리 해석과 적용의 한계로 줄줄이 무죄를 받은 것과 달리 이번 유죄 선고는 사법농단 본류 인사들에게 직권남용죄를 적극 적용ㆍ인정한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만시지탄이지만 사법행정권의 이름으로 자행된 재판 독립 침해에 더 엄정한 법적 단죄가 이뤄져 사법부에 쓴 약이 되도록 해야 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는 두 전직 법관에 적용된 직권남용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다. 이 전 실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들 모임을 와해시키려 하고, 국회의원이 피고인인 사건 재판부의 심증을 파악한 혐의가 인정됐다. 이 전 상임위원은 옛 통진당 지방의회 의원들의 행정소송 재판에 개입한 혐의, 파견 법관들을 동원해 헌재 내부 정보를 수집한 혐의 등이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헌법이 정한 사법부의 독립은 법관의 독립적이고 공정한 재판이 보장돼야 실현 가능하다. 사법행정권의 행사라 해도 판결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치려 하거나, 영향을 미친 행위는 사법부 존립 기반을 훼손하는 중대 범죄인 만큼 법적 처벌은 당연한 결과다.

재판부는 이날 이들과 양 전 대법원장의 공모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양 전 원장의 1심 재판에 영향을 미칠지 속단은 이르나 유죄 가능성이 있는 건 분명하다. 사법농단 사태는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며 국민적 실망과 분노를 촉발한, 사법부의 치욕적인 사건이다. 사법부는 양 전 원장 등 전ㆍ현직 고위 법관들의 남은 재판도 엄정하고 신속하게 진행해 사법부가 하루빨리 환골탈태하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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