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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처럼... 한국서 커피와 컵홀더로 '미얀마 민주화' 지원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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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처럼... 한국서 커피와 컵홀더로 '미얀마 민주화' 지원한 사연

입력
2021.03.22 04:30
수정
2021.03.22 09:3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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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훈 사람예술학교 이사장,?
부산서 카페 운영하는 홍지영씨?
"내가 가르친 아이들이 거리로 나가 시위"
?'미얀마 커피' 판매 수익 전액 현지 저항 단체 지원
?'민주화를 응원합니다' 컵홀더 나누며 연대도

권태훈 사람예술학교 이사장이 지난해 미얀마 중부 사가잉 지역에 지은 교육센터에 간판을 걸고 있다. 미얀마에서 8년여 동안 아이들을 가르친 권 이사장은 "이번 시위엔 군부의 행정을 막기 위해 공무원 등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동참하고 있다"며 "미얀마 민주화 운동이 힘을 받을 수 있도록 세계 유명인들이 나서야 하고 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이사장 제공

권태훈 사람예술학교 이사장이 지난해 미얀마 중부 사가잉 지역에 지은 교육센터에 간판을 걸고 있다. 미얀마에서 8년여 동안 아이들을 가르친 권 이사장은 "이번 시위엔 군부의 행정을 막기 위해 공무원 등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동참하고 있다"며 "미얀마 민주화 운동이 힘을 받을 수 있도록 세계 유명인들이 나서야 하고 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이사장 제공


미얀마에서 커피는 주력 수출품 중 하나다. 고지대에서 자라 향이 깊은 원두가 입소문이 나면서 미국과 유럽 등에서 소비가 늘고 있다. 이 '미얀마 커피'로 현지 민주화 항쟁을 지원하는 이가 있다. 권태훈 사람예술학교 이사장은 미얀마 커피농장에서 원두를 들여와 로스팅한 '맹글라바 커피'를 팔아 그 수익금을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는 단체에 지원한다. 지난 3일 한국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미얀마 커피 판매 수익 기부 공지를 띄웠고, 21일 기준 5,000여 개를 팔았다. 5,000만 원이 넘는 돈이 미얀마 민주화를 위해 한국에서 모인 것이다.

이르면 22일 현지에 보내질 이 지원금은 미얀마 군부의 탄압에 맞서다 다친 시민을 위한 치료비와 식량 지원에 쓰인다. 권 이사장은 "5·18 광주의 경험 때문인지 많은 분이 미얀마의 일을 남 일 같지 않아 하며 뜻을 함께했다"고 말했다.

권 이사장은 2019년 미얀마 만달레이 지방정부의 자우 민트 마웅 수상을 만난 뒤 현지에서 직업훈련학교를 짓고 있었다. 그런데, 2월 1일 발생한 군부 쿠데타로 모든 게 중단됐다. 권 이사장은 2013년 태국과 미얀마의 접경지역인 메솟 난민촌에서 미얀마 아이들을 처음 만났다. 현지에서 8년여 동안 예술캠프를 운영하며 수많은 미얀마 아이들을 가르쳤다. 권 이사장은 "그 아이들 누군가가 시위 현장에 나가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다"며 "예술캠프와 직업훈련학교 설립 등을 도왔던 미얀마 선생님들과 온라인으로 만나 '지금 필요한 게 무엇이냐'고 물어보니 치료비와 식량 구매에 필요한 시위 자금이라고 해, 학교 설립기금 마련에 쓰려고 쿠데타 전 들여왔던 미얀마 커피로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미얀마의 군부 쿠데타는 미얀마뿐 아니라 전 세계 문명에 대한 도전"이라며 "미래에 권력이 국민을 무참히 학살하는 만행이 벌어지지 않기 위해선 더 많은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산의 한 카페에서 미얀마 민주화 운동을 응원하는 문구가 적힌 커피를 들고 사진 촬영한 시민들. 홍지영씨 사회관계망서비스 캡처

부산의 한 카페에서 미얀마 민주화 운동을 응원하는 문구가 적힌 커피를 들고 사진 촬영한 시민들. 홍지영씨 사회관계망서비스 캡처


부산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홍지영씨는 틈날 때마다 캘리그래피로 컵홀더에 미얀마 민주화 운동 지지 문구를 적어 손님과 나눈다. 홍씨 SNS 캡처

부산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홍지영씨는 틈날 때마다 캘리그래피로 컵홀더에 미얀마 민주화 운동 지지 문구를 적어 손님과 나눈다. 홍씨 SNS 캡처


미얀마 민주화 운동 지지 '컵홀더 연대'를 하고 있는 홍지영씨. 홍씨 제공

미얀마 민주화 운동 지지 '컵홀더 연대'를 하고 있는 홍지영씨. 홍씨 제공


부산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홍지영씨는 컵홀더로 미얀마 민주화를 지지하고 있다. 캘리그래피로 '미얀마의 민주화를 응원합니다' 등의 문구를 쓴 컵홀더를 손님과 나누고, 손님은 그 문구가 적힌 컵을 들고 거리로 흩어진다. 이 모습은 마치 민주화를 염원하는 '촛불'을 든 평화 시위 행렬처럼 이어진다.

홍씨는 "미얀마의 소식을 보며 매우 안타까워 연대할 방법을 고민하다 '컵홀더 연대'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컵홀더 연대는 SNS를 타고 미얀마까지 닿았다. 사진을 본 미얀마 네티즌은 '#SaveMyanmar' 등의 해시태그로 한국의 컵홀더 연대 사진을 공유했고, DM(인스타그램 메시지)을 통해 홍씨에게 한국어로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홍씨는 "번역기를 돌려서인지 보내 온 메시지들이 문법에 안 맞을 때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 마음을 고스란히 전달하려는 진심이 느껴져 더 울컥했다"고 전했다.



양승준 기자·이규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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