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블라인드 압수수색 논란... "기분 나쁘면 국가가 개입?"

알림

블라인드 압수수색 논란... "기분 나쁘면 국가가 개입?"

입력
2021.03.18 21:30
수정
2021.03.18 21:39
10면
0 0
지난 9일 직장인 익명 앱 블라인드에 올라온 LH 직원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게시글. 블라인드 화면 캡처

지난 9일 직장인 익명 앱 블라인드에 올라온 LH 직원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게시글. 블라인드 화면 캡처

"익명에서 아니꼽게 말한 것은 맞지만, 이게 경찰 조사까지하면서 찾을 일인가?"

지난 17일 직장인 익명 응용소프트웨어(앱) '블라인드' 운영사 팀블라인드를 대상으로 진행된 경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이용자들 사이에서 터져 나온 반발이다. 확실한 익명성을 담보로 오픈된 블라인드의 회원 정보가 공개된다면 표현의 자유는 보호받기가 어렵다는 취지에서다. 인터넷 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번 수사가 '압수수색 영장이란 절차적 정당성만 갖춘다면 어떠한 개인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의 압수수색, '재갈 물리기 수사' 비판

18일 업계에 따르면 경찰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고발에 따라 팀블라인드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LH는 지난 14일 블라인드에 "꼬우면 니들도 우리회사(LH)로 이직해라"는 글을 올린 작성자를 명예훼손과 모욕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를 두고 블라인드 게시판엔 '여론 전환용 수사'라는 지적과 함께 이용자들에 대한 '재갈 물리기'라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블라인드는 320만 명이 이용 중인 국내 최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다. 익명성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면서 자유롭게 자신의 회사나 상사에 대해 뒷담화를 하거나 자신의 고민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공간으로 인기를 얻어왔다. 팀블라인드는 이용 약관을 통해 "계정정보를 포함해 이용자가 당사에 제공하는 모든 정보는 암호화되어 저장되며, 이러한 정보가 시스템에 저장된 이후에는 누구의 정보인지 확인할 수 없다"며 개인정보 보호를 강조했다. 서버와 본사도 미국에 있다.

블라인드 앱 개요

블라인드 앱 개요


업계에선 경찰이 막상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블라인드는 가입 신청을 받을 때 회사 이메일을 인증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 과정이 암호화되면서 블라인드 운영진 역시, 회원들의 관련 신상정보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사이버 사찰' 논란 다시 불거질 수도

무엇보다 압수수색 자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명백한 범죄에 대한 수사 협조는 당연하지만 무분별한 자료 요청은 결국 이용자 피해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실제 2014년에는 정권의 검열에 반발하면서 국내 수사망이 닿지 않는 외국계 메신저로 이동하는 '사이버 망명'이 유행하기도 했다. 경찰은 2014년 6월 당시 세월호 추모집회에서 연행된 정진우 노동당 전 부대표를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수사하면서 카카오톡 대화방을 통째로 압수수색했다가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카카오가 경찰에 제공한 분량만 대화방 47개로 대화방 참여자들은 모두 2,368명에 달했다. 정 전 부대표 이외에 나머지 대화 참여자들은 본인들의 개인정보와 카카오톡 대화내용이 압수됐단 사실조차 몰랐다. 이용자들은 이를 '사이버 사찰'이라고 지적했고, 비밀 메신저인 텔레그램의 인기도 치솟았다.

해외 사업자와의 역차별 문제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한국인터넷투명성보고서 연구팀에 따르면 지난 2019년 네이버와 카카오에 대한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은 모두 312만7,000여 개 계정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반면 지난해 'N번방 사건'으로 사회적인 논란이 컸던 텔레그램에 대해 경찰은 사업자에게 수차례 수사 요청을 했지만 응답조차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환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범죄 수사를 위해 서비스 업체들이 당연히 이에 협조하지만, 압수수색이나 자료 요청이 많아질수록 사업자들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라며 "결국 블라인드처럼 국내 업체들이 해외로 사업장을 옮기려 하거나 해외 서비스들만 자유롭게 운영하는 환경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