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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피해자 "민주당 사과 진정성 없어... '피해호소인' 주장 의원들 징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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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피해자 "민주당 사과 진정성 없어... '피해호소인' 주장 의원들 징계해야"

입력
2021.03.17 11:50
수정
2021.03.17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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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공개석상에서 처음으로 직접 발언

지난해 7월 13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차려진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민분향소에서 시민이 조문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7월 13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차려진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민분향소에서 시민이 조문하고 있다. 뉴시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가 17일 기자회견에 참석해 “지금까지의 (민주당의) 사과는 진정성도, 현실성도 없었다. 저를 피해호소인이라고 명명한 의원들에 대한 당 차원의 징계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피해자가 직접 발언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피해자 A씨는 17일 오전 10시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공동행동 주최로 서울 중구에서 열린 ‘멈춰서 성찰하고, 성평등한 내일로 한 걸음’ 행사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박 전 시장이 숨진 채 발견된 지 252일 만이다. A씨는 그 동안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고 편지와 변호인단, 지원단체 등을 통해 입장을 공개해왔다.

A씨는 가림막 뒤에서 대기하다, 다른 참석자들의 발언이 끝난 뒤 행사 말미인 오전10시40분쯤 회견장에 나왔다. A씨는 검은색 원피스 차림에, 안경과 마스크를 쓴 채 모습을 드러냈다. 피해자 인권 보호를 위해 사진 및 영상 촬영 등은 허용되지 않았다. 피해자의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도 동석했다.

A씨는 “저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위력성폭력 피해자입니다”라고 소개한 뒤 “그동안 지원단체와 변호인단을 통해 입장을 발표해 온 제가 제 안에 참아왔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기까지 가족들, 단체, 변호인단과 수없이 고민했고 결국 용기를 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당당하고 싶다”며 “긴 시련의 시간을 이겨내고 다시 제 시간을 찾았다고 스스로를 다독여주고 싶었다”고 기자회견에 나서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기자회견에서 성추행 피해 사실과 더불어 박원순 전 시장 피소 이후 느꼈던 심경, 2차 가해 등에 대해 이야기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A씨는 “(박 전 시장의) 극단적 선택으로 인해 가해자와 피해자 자리가 바뀌었고, 고인을 추모하는 거대한 움직임 속에 우리 사회에 저라는 인간이 설 자리가 없다고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 속에 제 피해 사실을 왜곡해 비난하는 2차 가해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었다”며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 사건 피해자는 시작부터 끝까지 저라는 사실”이라며 눈물을 쏟았다.

A씨는 직접 기자회견에 나선 이유로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된 근본적 이유를 성찰하지 않고 △제도 개선 논의도 미흡하다는 점을 꼽았다. A씨는 “선거기간에 제 의견을 표현하는 것이 조심스럽다”면서도 “이번 선거는 처음부터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A씨는 “저를 피해호소인으로 명명한 의원들에 대해 직접 저에게 사과하도록 박영선 후보님께서 따끔하게 혼내주셨으면 한다”며 “그 의원들에 대한 당 차원의 징계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A씨는 또 “저는 지난 1월 남인순 의원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는데, 그분으로 인한 저의 상처와 사회적 손실은 회복하기 불가능한 지경”이라며 “그분께서는 반드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A씨는 “이 상황에서 제가 누굴 용서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고 직면한 현실이 두렵기도 하다”며 “하지만 저는 불쌍하고 가여운 성폭력 피해자가 아니다. 잘못된 생각과 잘못된 행동을 하는 사람을 용서할 수 있는 존엄한 인간이다. 소모적 논쟁이 아니라 용서로 나아가는 길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이날 회견에는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장, 권김현영 여성주의 활동가, A씨의 전 직장 동료인 이대호 전 서울시 미디어비서관, 피해자 변호인단의 서혜진 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신지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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