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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질환의 종착역’ 심부전, 유방암ㆍ대장암보다 사망률 높고 완치도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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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질환의 종착역’ 심부전, 유방암ㆍ대장암보다 사망률 높고 완치도 어려워

입력
2021.03.16 04: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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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서 듣는다] 김용현 고려대 안산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김용현 고려대 안산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지난 10년 동안 심부전 환자의 숫자가 2배가량 늘었지만 심부전에 대한 인식은 아직 낮아 이로 인해 목숨을 잃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했다. 고려대 안산병원 제공

김용현 고려대 안산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지난 10년 동안 심부전 환자의 숫자가 2배가량 늘었지만 심부전에 대한 인식은 아직 낮아 이로 인해 목숨을 잃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했다. 고려대 안산병원 제공


지난 10년간 새로 진단받은 심부전 환자의 숫자는 2배가량 늘었다. 숨이 차고, 몸이 붓는 심부전 의심 증상이 나타날 때 많은 환자가 노화나 컨디션 저하로 치부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런 증상이 있으면서 고령이거나, 고혈압ㆍ당뇨병ㆍ흡연 등 심혈관 질환 위험 인자가 있다면 순환기내과 또는 심장내과 전문의를 찾아 상담하는 것이 좋다.

‘심부전 전문의’인 김용현 고려대 안산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는 “심부전은 5년 생존율이 유방암이나 대장암보다도 낮을 정도로 치명적인 질환인데 치료조차 쉽지 않다”며 “조기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일반인의 심부전 인식이 아직 부족하다”고 말했다.

-심부전은 어떤 병인가.

“심장은 엔진이다. 온몸 구석구석에 혈액을 돌리면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한다. 그런데 다양한 이유로 심장의 펌프 기능이 약해져 혈액을 온몸에 충분히 순환시키지 못하면 ‘심부전(heart failure)’이 생긴다. 고혈압ㆍ심장판막 질환ㆍ부정맥ㆍ협심증ㆍ심근경색 등 다양한 심혈관 질환의 마지막 단계에서 발생한다. 기계를 오랫동안 사용하면 각종 부품에 녹슬고 고장나듯이 하루 10만 번 이상 박동하는 심장도 나이 들면 여러 가지 이유로 펌프 기능이 약해진다. 고령 인구에서 심부전이 많이 생기는 이유다. 60~79세는 5.5%, 80세 이상에서는 12%가 심부전을 겪는다.

대표적인 증상은 숨이 차는 것(호흡곤란)과 다리를 비롯한 전신 부종(체액 과다), 피로감 등이다. 물론 이런 증상은 다른 질병(빈혈, 폐 질환, 콩팥병 등)이 원인일 수 있다. 하지만 건강한 사람과 함께 걸을 때 숨이 차 따라가기 어렵거나, 조금만 심하게 움직여도 물에 빠진 것처럼 숨쉬기 곤란하다면 심부전을 의심해 봐야 한다. 심부전 초기에는 운동하거나 움직일 때에만 증상이 나타나지만 악화되면 자다가 갑자기 숨이 차 깨기도 하고 쉬고 있어도 숨이 가빠진다. 또한 심장이 혈액을 원활히 수용하고 짜내지 못함에 따라 부종, 피로감 및 운동 기능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 불면증ㆍ복수(腹水)ㆍ소화불량이 동반되고, 낮보다 밤에 더 소변을 자주 보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섣불리 판단하지 말고 일단 병원을 찾아 순환기내과(심장내과) 전문의의 진찰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병력 청취와 진찰에서 심부전이 의심되면 다음 단계로 혈중 나트륨 이뇨펩티드와 심장 초음파 검사 등 정밀 검사로 심부전을 확진할 수 있다.

심부전 환자 가운데 심장이 수축하면서 혈액을 뿜어내는 기능은 정상처럼 보이는 ‘심박출률 보존 심부전(HFpEFㆍHeart Failure with preserved Ejection Fraction)’ 환자가 적지 않다. 대체로 전 세계 심부전 환자의 절반 정도는 심박출률 보존 심부전 환자로 추정되기에 심장초음파 검사만으로는 진단이 까다로워 치료 최적기를 놓칠 때가 많다. 따라서 순환기내과 전문의의 문진, 진찰이 반드시 선행돼야 하고, 심장초음파 검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임상 양상과 검사 결과를 종합 판단해야 한다.

-심부전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나.

“심부전은 급성기 증상의 치료와 심부전에 선행하는 원인 질환의 중재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폐부종ㆍ전신 부종을 동반하며 호흡곤란이 오는 급성기에는 이뇨제 같은 약물로 팔ㆍ다리ㆍ폐ㆍ흉강ㆍ복강 내 부종을 줄여 증상을 개선시키고, 신속히 원인 질환과 악화 요인을 찾아야 한다. 드물지만 치명적인 저혈압이 발생하면 승압제와 기계 순환 장치(ECMO) 등을 이용한 순환 보조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호흡곤란과 부종이 호전되면 최적의 약물 조합과 용량을 찾아 장기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 만성 심부전에서 너무 활성화된 교감신경이나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억제하기 위해 레닌 안지오텐신 수용체 경로를 막는 RAS 차단제를 기본으로 베타 차단제, 염류 코르티코이드 수용체 차단제 등 다양한 약물을 투여한다. 동시에 악성 고혈압, 심장판막 질환ㆍ관상동맥 질환ㆍ부정맥 등 심부전의 선행 원인 질환을 찾아내 치료한다.

고혈압ㆍ당뇨병ㆍ말초혈관 질환ㆍ관상동맥 질환ㆍ부정맥ㆍ심근 질환ㆍ심장판막 질환ㆍ심낭 질환ㆍ만성 폐 질환ㆍ폐동맥 질환ㆍ심부정맥혈전증ㆍ만성콩팥병 등 다양한 질환이 거미줄처럼 얽혀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심부전이 발생하기에 심부전 치료법은 매우 복잡하고, 완치라는 개념을 적용하기 어렵다. 따라서 순환기내과 전문의를 찾아 조기에 원인 질환을 발견해 교정하고, 증상 완화와 개선을 위해 최적의 약물 조합을 찾아 지속적으로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상생활에서는 염분의 체내 유입을 최대한 줄이고, 적절한 칼로리를 섭취하고, 적당한 운동으로 정상 체중과 혈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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