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자체 투기와의 전쟁 선포
전주시, 공직자 승진 탈락 등 초강수
부산·광주 등 신도시 수상거래 조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땅 투기 의혹으로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전국 지자체들이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 나섰다. 불법 행위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규정 마련, 정부 합동조사단의 조사와 별개로 소속 직원들의 투기 자체 조사에 나섰다. 일부 LH 직원들의 불법행위로 신도시개발 정책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이를 강 건너 불 보듯 했다간 어렵게 시작한 사업의 동력 상실은 물론, 1년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도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11일 전북 전주시에 따르면 시는 부동산 투기자를 승진 심사 대상에서 아예 배제하는 규정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새 규정에는 아파트는 물론 토지 등 부동산 투기자를 승진에서 제외하는 것은 물론, 승진을 했어도 이후 투기 사실이 확인되면 승진을 취소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시 관계자는 "우월한 위치를 이용해 취득한 내부 정보로 부동산을 매수하는 등 이권에 개입하는 행동은 공복으로서 결코 하지 말아야 할 일"이라며 "인사규정에 '부동산 투기자 승진 제외' 조항을 명문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과거 불문율로 적용하던 규정을 명문화함으로써 소속 공무원들의 투기 근절에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시는 기대하고 있다.
시민단체에 의해 토지 투기 의혹이 제기됐던 경기 광명시와 시흥시가 앞서 소속 공무원들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데 이어 전국의 지자체들도 일제히 개발예정지에 대한 소속 직원 부동산 투기 조사에 나섰다.
동남권신공항 예정지 가덕도에 대한 토지 투기 의혹이 제기돼 홍역을 치렀던 부산시도 이날 강서구 대저동 '부산연구개발특구'와 그 주변 공공택지 일대 부동산에 대해 모니터링에 착수했다. 담당 부서와 부산도시공사 직원 등이 1차 조사 대상이지만, 시는 다른 부서로 이동한 직원은 물론 퇴직자의 거래까지 살핀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대상자는 500~600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조사 대상 기간은 2016년부터 현재까지 5년이다. 시 관계자는 "업무상 관련 정보를 이용한 위법 행위가 확인되면 엄중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3기 신도시가 대거 포함된 경기도도 도시주택실과 경기주택도시공사(GH) 전체 직원, 그 가족의 토지 보유 및 거래여부 조사에 착수했다. GH가 지분 95%를 보유한 용인플랫폼시티를 비롯, 평택 현덕지구, 광명 학온, 성남 금토, 안양 관양고, 안양 인덕원 등 모두 6곳이 조사 대상지다. 도는 이들 지역의 인접지 토지거래까지 살핀다는 방침이다. 조사 대상 기간 2013년부터 현재까지다. 도 관계자는 “조사 대상 직원의 가족 범위를 놓고 고심했다”며 “직원의 직계존비속뿐 아니라 형제·자매, 배우자의 직계존비속과 그 형제·자매까지 포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LH 대구경북본부 직원들의 연호지구 투기 의혹과 관련, 대구시는 담당 부서 직원과 대구도시공사의 임직원 및 직계가족과 배우자의 토지거래 및 보상 여부, 내부 정보를 활용한 부당 투기 등 위법사항을 확인하고 있다. 대구 수성구 연호동에서 진행되고 있는 연호공공주택지구를 두고 일부 직원들이 나눈, '무조건 오를 거라서 오빠 친구들과 돈을 모아 공동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이걸로 잘려도 땅 수익이 회사에서 평생 버는 돈보다 많다'는 등의 대화내용이 공개되면서 주민들이 격분한 바 있다. 시 관계자는 “연호지구 외에도 수성의료지구, 대구국가산업단지, 안심뉴타운 등 8곳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지난 8일 일찌감치 광산구 산정지구 토지에 대한 공직자 매매 사례 확인에 들어갔다. 이 외에도 2016년 이후 신개발지로 부상한 광산구 산정동과 장수동 일대 토지와 아파트 거래 3,920건의 내역을 확보해 공직자 부동산 거래 여부를 파악 중이다.
그러나 이들의 요란한 조사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참여연대의 LH 직원 투기 의혹 제기 직후이던 지난 4일 임직원과 가족 6,000여 명에 대한 투기, 토지 보상 등을 전수 조사한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이날 “투기 의심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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