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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학번의 하소연 "강의도 행사도 대면·비대면 섞여있어 헷갈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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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학번의 하소연 "강의도 행사도 대면·비대면 섞여있어 헷갈려요"

입력
2021.03.19 10:00
수정
2021.03.19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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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코로나19 수험생 거쳐 대학 신입생 된 21학번

편집자주

두 번째 '코로나19 신입생'을 맞이한 대학가는 지난해와 사뭇 다른 분위기다.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모든 행사가 취소되고 강의와 시험 등 학사 일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반면 올해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오티)이 비대면으로 진행됐고, 학생과 교수들도 온라인 수업에 익숙해진 모습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학생들에겐 해결되지 않은 과제가 남아있다. 다행히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코로나19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뉴노멀' 대학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1학년(21학번), 2학년(20학번), 3학년(19학번)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2일 오전 서울 성북구 고려대 미디어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비대면 방식으로 열린 2021학년도 입학식에 신입생의 모습이 모니터에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오전 서울 성북구 고려대 미디어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비대면 방식으로 열린 2021학년도 입학식에 신입생의 모습이 모니터에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부산의 한 대학에 입학한 김도현씨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부산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1.5단계로 내려가면서 김씨의 학과는 '대면' 개강 총회를 계획했다. 입학 후 처음으로 신입생 동기와 선배들과 얼굴을 맞대고 말할 수 있는 자리인 만큼 꿈에 부풀었다. 그러나 개강 총회 이틀 전, 교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불길해졌고, 결국 총회는 무기한 미뤄졌다.

김씨는 "이전에 했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은 온라인이어서 소통이 제대로 안 된 느낌이어서 개강 총회를 너무 기다렸다"면서 씁쓸해했다.

OT에서 학교와 학과에 대한 소개, 대학 생활 팁 등을 봤지만 온라인에서 진행됐기 때문에 정작 같이 공부할 학생들의 얼굴은 볼 수 없었다. 선배들과 직접 만나 술자리를 갖고 좀 더 친해지고 싶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재조정됐지만 코로나19는 잦아들지 못하고 여전히 남아 김씨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불청객 코로나19가 우리 삶 깊숙이 들어온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그동안 많은 변화를 겪은 캠퍼스는 여전히 불안정하다. 올해는 대면 수업과 비대면 수업이 섞여있어 지낼 곳조차 정하지 못한 신입생들이 많다. 수업 방식이 바뀌고 행사가 취소되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신입생들은 그들만의 대학 생활을 꿈꾸고 있다.


몸은 서울에 짐은 전북에, "어디로 가야 하죠?"

에브리타임 갈무리

에브리타임 갈무리

지난해 두 번째 수능을 치르고 수도권의 한 사립대에 입학한 김영윤씨는 아직 거취를 정하지 못했다. 김씨의 집은 서울에, 학교는 수원에 있다.

김씨는 기숙사 입주를 신청했지만 "거리가 가깝다"는 이유로 배정받지 못했다. 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서울은 물론 전남 지역 학생들도 기숙사를 배정받는 데 실패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김씨는 "보통 1학년 신입생은 대부분 (방 배정 신청에서) 붙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수용 인원이 줄어들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공대에 다니는 김씨는 일주일에 한 번 대면 수업에 참여한다. 대부분 강의는 비대면으로 진행되지만 실험 수업이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교수와 학생들이 얼굴을 맞대고 진행된다.

이 때문에 김씨는 실험 수업날 서울에서 수원으로 통학해야 한다. 그런데 아침에 집에서 수원으로 가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그 전날 학교 근처에서 자취하는 친구에게 신세를 질 예정이다. 대신 친구에게 밥을 사주기로 했다.

대면 수업과 비대면 수업 중 무엇을 선호하냐는 질문에 김씨는 "뭐가 더 좋다는 건 없다"면서 "아예 대면이거나 아예 비대면이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코로나19 상황에 앞으로 계획 세우는 것조차 쉽지 않아 답답한 마음이다.

장민석씨는 지난해 1년 동안 재수한 끝에 올해 전북의 한 대학에 들어갔다. 서울에 사는 장씨는 한 학기 학교 기숙사 이용료로 130만원을 냈다. 그러나 장씨의 기숙사는 사람은 없이 짐만 놓여있다. 입학 전 오티부터 얼마 전 시작한 강의까지 모두 온라인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그냥 서울 집에 머물고 있다.

반면 대면 수업이 있는 장씨의 룸메이트는 일찍이 기숙사에서 지내고 있다. 수업마다 대면인지 아닌지 여부가 달라 학생들이 머물 곳도 갈라졌다. 장씨는 기숙사 방 배정을 취소할지 고민했지만 결국 그대로 놔두기로 했다. 언제 다시 상황이 바뀌어 대면 수업을 할지 모른다. 앞으로 강의를 포함해 학사 운영이 확실히 정해지지 않아 수업 분위기도 어수선했다.


"예상은 했지만…막상 들으니 '삼수독재' 느낌"

전북의 한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 장민석씨가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다. 장민석씨 제공

전북의 한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 장민석씨가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다. 장민석씨 제공

2일 개강을 맞은 캠퍼스, 정확히는 노트북 모니터 안은 혼란 그 자체였다. 수업 시간을 30분 앞두고도 대면 수업인지 비대면 수업인지 확실히 알려지지 않았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는 "교수님과 눈치싸움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려대의 경우 올해 1학기 학사운영 계획에서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중에는 온라인 수업을 기본적으로 하되, 제한적으로 대면 수업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제한된 조건 아래 대면 수업이 시작됐지만 교수와 학생들 사이에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종종 일어나고 있다.

김영윤씨는 온라인 수업을 듣고 "'삼수독재(삼수 독학 재수의 줄임말)'하는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온라인 수업을 듣는 것이 마치 삼수를 하는 것 같다는 뜻이다. 김씨는 지난해 기숙 학원에서 재수를 했다.

대학에 입학한 뒤에도 무늬는 대학생이지만 실제 하는 일은 제한된 공간에서 온라인으로 강의를 듣고 있다. 수업이 대부분 녹화 강의로 제공돼 재수 시절 인터넷 강의를 듣는 것과 비슷하다.

문제는 컨디션 유지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수업 도중에는 휴대폰에 시선이 분산된다. 수업과 수업 사이 쉬는 시간에는 책상 뒤의 침대가 자꾸 눈에 들어온다. 장민석씨는 "쉬는 시간에 종종 잠이 들기도 한다"면서 "수업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가 시행 중인 비수도권의 학생들 상황은 조금 낫다. 김도현씨는 일부 수업을 대면으로 듣고 있다. 김씨는 "대면 수업이 비대면 수업보다 집중이 더 잘된다"고 말했다. 대면으로 수업을 들으니 책에서 본 내용을 실제로 배운다는 느낌이다.


두 번째 '코로나 신입생들'...혼란 속에서 희망 찾기

2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1학기를 비대면 수업으로 개강한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캠퍼스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2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1학기를 비대면 수업으로 개강한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캠퍼스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19가 오기 전까지 보통 대학 신입생들은 대학 생활에서 기대되는 것으로 '축제', '해외봉사' 등을 말했다. 봄에는 축제 등 각종 행사에 참여하고 방학에는 해외로 훌쩍 여행을 떠나는 '흔한' 대학 생활은 올해 신입생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21학번 신입생들은 대학 생활에 가장 기대하는 것으로 "친구 사귀기"라고 답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얼굴 보기 힘들어진 상황에서 상당 시간을 혼자 지내다 보니 사람에 대한 욕구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질 수밖에 없는 것.

김도현씨는 지난해 재수생 시절 힘들 때마다 대학생이 되면 기차를 타고 전국을 여행하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버텼다. 그러나 정작 대학생이 되고도 여행을 갈 수 있을지조차 미지수가 됐다.

"동아리 활동이 제일 기대됐다"는 김영윤씨도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라며 말끝을 흐렸다. 코로나19가 언제 끝날 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학 생활의 계획을 세우기는커녕 섣불리 기대조차 할 수 없다.

정부는 국내 집단면역 형성 목표를 11월로 내세웠다.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 2주차, 지금까지 전 국민의 약 1%가 1차 예방 접종을 마쳤다. 해외 변이 바이러스 유입, 백신 수급상황, 접종률 등의 변수가 남아있지만 만 65세 이상 고령층에게도 아스트라제네카(AZ)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할 수 있다는 전문가 자문 결과가 나오면서 백신 접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코로나19가 안정화되면 올해 신입생들의 바람이 이뤄질지, 21학번 신입생들은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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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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