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영미술관, '화가의 글씨, 서가의 그림' 전시 중
“이 분들은 당시 상당히 주체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어떻게’에만 관심을 두고 서구 미술을 모범 삼아 따라가기 바빴던 세태와는 반대였죠.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전통을 새롭게 해석, 자기화한 미술가들의 작업을 보실 수 있습니다."
김종영미술관 개관 20년 기념전으로 ‘화가의 글씨, 서가의 그림’ 전시를 기획한 박춘호 학예실장의 설명이다. 미술관은 2002년 한국추상 조각의 선구자인 김종영을 기리고자 개관한 곳이다.
김환기 백남준 정규 곽인식 김종영 한묵 이응노 황창배 김광업 최규명 중광 등 총 11명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대부분 제도권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자신만의 작업 세계를 발전시켜 왔던 작가들이다.
유독 그림같이 보이는 글씨 작업들이 눈에 띈다. 1967년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김환기가 영자지에 한글 자모음과 한자 등을 써 내려간 작품이 대표적이다. 김환기가 뉴욕에서 유학을 하던 때 그린 작품이다. 먹으로 쓴 서예가 김광업의 ‘자강불식’, 최규명의 ‘요산’도 시선을 오래 머물게 한다. 동양화가로 서예에 정진했던 황창배는 이동진 시인의 시와 함께 그림을 한지에 담았다.
서양화가이면서 목판화도 했던 정규가 남긴 1960년작도 눈길을 끈다. 자세히 보면 박목월의 '불국사' 시를 한지에 판화로 나타낸 것이다. 정규는 생전 “우리나라 판화가 무가치한 것이냐 하면 오히려 소박하고 간결하며 부드러운 솜씨가 어느 나라 판화에도 못지 않은 훌륭한 것”이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조각가 김종영의 글씨와 그림도 감상할 수 있다. 김종영은 김정희의 글씨에 대해 “투철한 조형성과 입체적 구조력이 있다. 종횡무진 풍부한 변화를 갖는 예술적 창의력과 넓은 견식은 족히 세잔(프랑스 입체파의 선구자)과 비교하고도 남는다”고 평가했다.
전시는 다음달 25일까지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