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경제'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세계 주요국가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세계 최대 에너지 생산국이자 소비시장인 미국은 자국내 석유·가스 업체들에게 수소 산업 합류까지 주문하면서 독려하고 있다. 유럽의 주요 선진국도 수소 경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나선 가운데 부유한 중동 산유국들은 천문학적인 '오일머니'를 수소에너지에 쏟아붓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환경ㆍ에너지 분야 ‘입’ 역할을 해온 존 케리 기후특사는 지난 2일 세계 최대 에너지 포럼인 '세라위크'에서 “수소산업 경쟁은 지금 막 시작됐고, 미국의 석유ㆍ가스 업체들은 수소 생산ㆍ운송에 대한 ‘거대한 기회’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수소 산업계는 케리 특사의 발언에 대해 바이든 미 대통령이 자국의 대형 석유·가스 업체들의 수소사업 진출을 사실상 지시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해석한다. 미국은 2002년 일찌감치 수소에너지 비전을 제시했지만 지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수소산업 경쟁에서 밀려왔다.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수소산업 선도 국가들도 수소경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소경제로의 전환 기반이 탄탄한 EU는 지난해 7월 ‘수소전략’을 발표하고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향해 에너지 시스템을 수소 중심으로 통합하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이를 위해 EU는 2024년까지 현재 1기가와트(GW) 수준인 수소발전 설비를 6GW, 2030년까지 40GW로 늘릴 방침이다.
특히 EU는 전체 에너지 사용에서 2~3%인 수소 비중을 2050년까지 14%로 확대할 예정이다. 일본은 2014년 수소경제 전환을 공식화한 후 수소충전소 900개 건설, 연료전지 발전기 530만대 공급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수소 굴기’를 천명한 중국의 경우엔 2030년까지 수소차 100만대 보급과 더불어 충전소 1,000기를 설치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수소차에 대한 구매세(10%)를 면제하고,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광둥성(廣東省)·다롄(大連)을 수소산업 4대 거점으로 정했다. 이곳에선 수소버스와 연료전지, 발전용 연료전지를 육성하고 연구개발(R&D) 역량도 강화할 예정이다.
중동 산유국가들도 수소경제에 올인하긴 마찬가지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선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앞장서 수소에너지 사업을 키우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자국내 신도시인 네옴에 세계 최대 규모(서울의 43.8배, 2만6,500㎢)의 그린수소 생산시설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2025년부터 녹색수소를 하루 평균 650톤 생산하는 게 목표다. 사우디는 이 프로젝트에 약 6조7,050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양대 토후국 중 한 곳인 아부다비는 국부펀드를 앞세워 연간 50만톤 규모의 수소에너지 생산기지를 세울 계획이다. 또 독일 지멘스에너지와 손잡고 ‘탄소 제로’ 신도시로 건설 중인 마스다르신도시에 녹색수소 시범 공장도 세울 예정이다.
세계 각국이 이처럼 수소시장 경쟁에 속속 합류하고 나선 이유는 무궁무진한 잠재성장성 때문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맥킨지에 따르면 2050년 세계 수소경제 규모는 2,940조원에 이르고, 일자리는 3,000만개(누적기준) 이상으로 점쳐졌다. 에너지시장 조사업체인 블룸버그NEF는 "기존 5% 미만인 수소에너지 소비 비중이 2025년 25%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시장인 미국이 수소산업에 참전할 경우엔 시장 가치는 더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 국내 수소 업체 관계자는 “거대 소비시장을 가지고 있는 미국이 본격적으로 수소산업 경쟁에 뛰어들면 글로벌 수소경제 구축이 훨씬 빨라질 것”이라며 “경쟁국들이 중점 투자할 분야들을 잘 파악하면 국내 수소 관련 기업들의 수출 전략을 고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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