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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권력' 겨눈 윤석열 '영웅서사' 성패는 여권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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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권력' 겨눈 윤석열 '영웅서사' 성패는 여권에 달렸다

입력
2021.03.06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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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인사들이 본 '정치인 윤석열'의 파괴력 변수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퇴의사를 표명한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홍인기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퇴의사를 표명한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홍인기 기자


대선을 1년여 남겨두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가장 뜨거운 존재로 부상했다. 서초동을 떠난 그가 여의도를 거쳐 대선에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에 크게 이견이 없다. 우선 인물난을 겪는 야권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정치적 파급력과 지속력을 두고는 평가가 엇갈린다. 차기 대권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인가, 아니면 고건 전 총리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처럼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인가. 정치권 인사들에게 정치인으로서 그의 파괴력을 좌우할 변수와 전망을 들어봤다.

변수1. '영웅 서사'의 득실

보수진영에서는 윤 전 총장이 '영웅 서사'를 써내려 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엘리트 검사로 전ㆍ현 정권에서 거침없는 수사를 벌여 좌천되는 시련을 겪은 뒤 검찰총장에 올랐지만, 또다시 살아 있는 권력을 겨누다 핍박을 받았다. 이런 배경은 윤 전 총장의 최대 정치적 자산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5일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 무모하리만큼 도전하고 또 압박을 견뎌낸 용기와 배짱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충청에 연고가 있지만, '충청 대망론'에 갇히지 않는 현재의 상황도 그에게 불리하지 않은 조건이다. 다만 여권에서는 이런 그의 배경이 스스로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본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윤 전 총장으로 대표되는 검찰의 무리한 수사 관행은 보수층도 혀를 내두른다”며 “반짝 인기가 얼마나 가겠나, 대선주자로 나와주면 오히려 고맙다”고 말했다.

변수2. 여권과의 대립각

영웅 서사에는 영웅과 대립해 역설적으로 영웅을 띄워주는 반(反)영웅이 빠질 수 없다. 그를 내보내기 위해 징계를 감행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부터, 수사-기소 완전 분리로 검찰의 손발을 잘라내겠다는 여당 강경파가 윤 전 총장 입장에선 반영웅이다. 이상일 케이스탯컨설팅 소장은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여권과 대립각을 얼마나 세우느냐에 달려 있다”며 “앞으로 그의 정치적 힘도 이에 비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권의 스탠스에 따라 그의 파급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가 공직을 떠났지만 원전 비리 수사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 추진 등의 뜨거운 이슈에 있어 충돌 여지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여당의 중수청 추진 속도에 따라, 정권 비리 수사 결과나 검찰 고위직 인사에 따라 윤 전 총장의 정치력 파괴력이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서재훈 기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서재훈 기자


변수3. 누구와 손잡을까

윤 전 총장의 파괴력은 앞으로 누구와 손을 잡는지에도 달려있다. 우선 국민의힘과 함께하는 선택지가 있다. 권성동 의원은 “앞으로 여러 사람의 조언을 듣겠지만, 국민의힘이 아닌 제3지대에 있으면서 지금과 같은 지지율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민주당 대표 등 여권과 비교해 뚜렷한 대선주자가 눈에 띄지 않는 국민의힘이 앞으로 그에게 적극적 러브콜을 보낼 것이란 전망도 무성하다. 이상일 소장은 “서울시장 보궐선거만 봐도, (국민의힘이) 당내 주자만으로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국민의힘이 대선 레이스에서 무기력하기 끌려가지 않기 위해서는 선거 승리의 필수 요소인 ‘국민의 기대감’을 자아낼 수 있는 윤 전 총장과 손을 잡으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제3지대 행(行)도 가능성이 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이전 정부 적폐 수사를 세게 했던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으로 가면 본인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장 합류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중심의 현재 야권이 문재인 정부에 반감을 가진 세력을 규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도 윤 전 총장의 제3지대 행 전망을 키운다. 호남의 한 민주당 의원은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가면 경선을 하자고 할 텐데, 그보다는 제3지대에 머물다가 대선 직전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를 하는 방법을 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4ㆍ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권 단일화를 추진 중인 국민의힘 오세훈(왼쪽) 전 서울시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연합뉴스

4ㆍ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권 단일화를 추진 중인 국민의힘 오세훈(왼쪽) 전 서울시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연합뉴스

다만 제3지대가 아직 공고하지 않다는 게 변수다. 4ㆍ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제3지대를 대표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꺾을 경우 거대 양당으로 무게 중심이 급격히 쏠려 제3지대 형성이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많다.

변수4. 등판 시점

등판 시점도 윤 전 총장의 파괴력을 좌우할 요인으로 꼽힌다. 야인 시절이 너무 길어지면 잊히고, 성급히 대권 야망을 드러내면 총장직 사퇴의 순수성이 빛 바랠 수 있어서다. 일단 4ㆍ7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변곡점이다. 윤태곤 실장은 “보궐선거가 가져올 야권 정계 개편 상황을 지켜본 뒤 제3지대 형성 여부 등을 감안해 참전할 것”이라고 봤다. 박성민 대표는 “총장 시절 직접 기소했던 월성 원전 사건이나, 라임ㆍ옵티머스 사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에 대한 재판 결과가 나오면 대선 출마의 정당성이 뒷받침될 수 있기 때문에 그때를 기다릴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이성택 기자
이서희 기자
박진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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