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기재차관 "인플레 우려 간과해서 안 돼"
금융시장 불안에 '적절한 조치 쓰겠다' 시그널
하지만 5000억 소비쿠폰 등 경기 부양책도 병행
전문가 "인플레 압력 속 내수 부양책 신중히 써야"
고조되는 인플레이션 압력에 금융시장 불안이 가중되고 있지만, 정부는 '경기 부양'과 '인플레이션 억제'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어정쩡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지속되고 있는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 상승에 "인플레이션 우려를 간과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경기 부양을 위해 5,000억원 규모의 소비쿠폰 발행과 10조원 규모의 지역상품 상품권 발행 등을 계획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시중에 풀린 풍부한 유동성 효과 등으로 한순간에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급격한 소비 촉진을 유도할 수 있는 경기 부양책 등은 신중히 시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혁신성장 전략점검회의'를 열고 "글로벌 유동성 증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세 등 인플레이션 위험 요인이 도처에 상존하고 있다"며 "특히 백신 효과에 따른 총수요 압력까지 고려할 때 인플레이션 우려를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제기되어온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정부도 '사안을 가볍게 보고 있지 않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던진 셈이다. 김 차관의 이날 발언은 전일 미국 금융시장 불안 상황을 감안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4일(현지시간) 한 행사에 참석해 "인플레이션이 생길 수 있지만 일회성(one time effect)"이라며 인플레가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그의 발언에도 채권금리가 상승하고 미 증시가 급락하는 등 시장에 확산된 인플레 우려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다. 미 금융시장 불안이 국내 금융시장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커지자 거시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김 차관이 "물가 안정에 필요한 조치를 적기에 쓰겠다"는 입장을 강조한 셈이다.
하지만 정부는 "인플레이션 우려를 간과하지 않겠다"면서도 한편으로는 소비 촉진을 유도할 수 있는 경기 부양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5,000억원 규모의 소비쿠폰 발급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일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경기 개선과 반등을 위해 내수 회복이 필수적”이라며 "문화·숙박·외식·스포츠 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약 2,300만명 대상의 소비쿠폰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차관 역시 이날 회의에서 "온누리·지역사랑 상품권을 상반기까지 10조5,000억원 규모로 발행하고 고효율 가전기기 구매환급 사업 등을 조속히 개시하겠다"며 내수 부양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경기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만큼 정부가 소비 진작 카드를 활용하려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코로나 확진자 수가 400명 안팎을 오르내리고, 특히 최근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소비를 유도할 수 있는 내수 부양책은 섣부를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여름에도 소비쿠폰을 지급하고 임시 공휴일을 지정하는 등 내수 진작책을 쓰려고 했다가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한 적이 있다. 전문가들도 올해는 인플레이션이라는 위험 변수가 추가된 만큼 소비 진작책 활용에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사실 소비쿠폰은 소비진작 효과가 그리 크지도 않다"며 "반면 지난해처럼 일부 식료품 물가를 크게 자극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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