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청 막을 구심점 없는 거 아니냐" 걱정도
"정치 선 안 그어 윤석열 개인만 부각" 비판도
윤석열 검창총장이 4일 총장직을 내려 놓자 검찰 조직은 온종일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윤 총장으로선 직을 던지는 거 말고는 선택지가 없었을 것"이라는 반응이 많았지만, 막판에 정치인 같은 행보를 보여 실망했다는 검사들도 있었다.
윤 총장은 이날 "검찰에서의 할 일은 여기까지"라며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2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에 대한 비판을 시작한 지 사흘 만이다. 검찰 내에선 인터뷰 이후 윤 총장이 강경 발언을 이어갔지만, 발언 마다 여권에서 "자중하라" "선동하지 마라"는 메시지가 나온 것을 두고 조직의 수장으로서 어쩔 수 없었던 게 아니냐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차장검사는 "총장이라는 버팀목이 사라져 안타깝지만 총장이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엔 대부분 검사들이 동의한다"며 "국민을 상대로 설득하고 설명하는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 선동한다고 비하하는 걸 보면, 총장에게 허락된 운신의 폭은 상당히 좁은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절박한 심정을 전하기 위해 직을 던지는 방식을 택했다는 평가도 있었다. 지방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검찰에 남아 임기를 채운다고 해도 뚜렷한 해법이 보이지 않으니, 중수청 설치 시도의 문제가 무엇인지 알리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윤 총장의 측근들은 사의 시점이 다소 이르다는 의견도 내놨다. 윤 총장과 가까운 인사로 분류되는 한 검사는 "검찰 실무진이 정치권에 대응하는 것과 총장이 대응할 수 있는 영역은 차원이 다른데, 예상보다 빨리 옷을 벗으면서 검찰 조직에 큰 공백이 생겼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윤 총장의 마지막 행보에 대해선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윤 총장과 함께 일했던 검찰 간부는 "언론 인터뷰를 시작으로 많은 메시지가 쏟아져 나왔지만 결국 사람들 기억 속에 남은 건 윤석열 개인밖에 없다"며 "윤 총장 행보가 정치적으로 해석되면서, 중수청 설치의 폐해가 선명하게 전달되지 않은 측면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검사들이 윤 총장 사퇴에 동조해 집단 반발하는 상황으론 번지지 않을 것 같다. 침착하게 상황을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우세하기 때문이다. 대검의 한 검사는 "윤 총장과 뜻을 같이해 개인적으로 검찰을 떠나는 검사가 나올 수는 있겠지만, 조직적으로 대응하는 분위기는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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