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사퇴로 벌써부터 하마평 무성
누가 되든 중수청 반대 기조 유지할 듯
원전 등 주요 수사는 제동 걸릴 수도
윤석열 검찰총장 사퇴로 수장 공백 상태에 놓인 검찰 조직은 전례 없는 소용돌이에 빠졌다. 여권에서 추진 중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에 대응하는 구심점이 사라진 데다, 현 정권을 겨냥한 수사들도 동력이 약화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검찰 내에선 조직 안정을 위해 차기 검찰총장을 서둘러 임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윤 총장 사표를 수리하면서, 검찰은 당분간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의 총장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된다. 법무부는 직무대행 기간 최소화를 위해 조만간 신임 총장 후보자 추천을 위한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당연직 위원 5명과 비당연직 위원 4명으로 꾸려지는 후보추천위가 법무부 장관에게 총장 후보자로 3명 이상을 추천하면 장관이 위원회 추천을 존중해 총장 후보자를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후보추천위가 꾸려지고 총장이 임명되기까지는 한 달 정도 걸린다.
검찰과 정치권에서 차기 총장 후보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다. 문 대통령의 경희대 후배이자 친정부 인사로 꼽히는 그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 등 핵심 보직을 거쳐 지난해 1월부터 서울중앙지검을 이끌고 있다. 지난달 단행된 검사장 인사에서도 그는 윤 총장 의견과 달리 유임됐다. 여권에선 이 지검장이 정권에 불리한 수사는 하지 않을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어 호의적이지만, '검언유착' 의혹 사건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지휘하는 과정에서 조직 신망을 잃은 데다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으로 수사대상에 오른 점은 부담이다.
지난해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 간 갈등 국면에서 조율자로 나섰던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도 유력 후보다. 다만 그가 윤 총장 징계 국면 때부터 윤 총장 편에 서면서 '점수'를 잃었다는 평가도 있다. 사법연수원 24기인 조 차장이 총장 자리에 오를 경우, 선배인 23기 고검장들은 줄줄이 옷을 벗게 될 전망이다. 윤 총장과 이 지검장의 동기(23기)인 강남일 대전고검장, 구본선 광주고검장, 배성범 법무연수원장, 조상철 서울고검장도 후보군이다. 현 정부 법무부 차관을 지냈던 이금로·김오수(20기)·고기영(23기) 전 차관 등 전직 고검장이나, 검찰개혁 동력을 이어가기 위해 아예 예상 밖 인물을 깜짝 발탁할 가능성도 있다.
누가 총장이 되든 중수청 설치에 대해선 반대 기조를 유지하겠지만, 윤 총장보다는 절제된 형태로 의견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총장의 거친 언사가 조직에 부담을 준 만큼, 정권과 또 대치 국면을 형성하기보다는 검찰 조직 보호를 위해 실리적 태도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총장이 조직을 떠난 이상 검찰을 향한 여권의 공세가 줄어들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도 있다.
다만 윤석열이라는 '방패'가 사라지면서, 월성 원전·김학의 사건 등 정권을 겨냥한 수사가 좌초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간부는 "윤 총장은 수사팀이 하겠다고 요청하면 최대한 존중했기 때문에 그의 부재가 수사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런 점을 의식해 일각에선 대규모 인사가 나기 전에 수사팀이 서둘러 사건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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