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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힝야 학살한 미얀마 '지옥의 부대' 자국민 38명 목숨도 앗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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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힝야 학살한 미얀마 '지옥의 부대' 자국민 38명 목숨도 앗아갔다

입력
2021.03.04 15:4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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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38명 중 15명이 양곤 북오칼라파 주민?
'로힝야 학살' 77부대에 기관총까지 동원 진압?
美 "한 목소리로 비난"... 유엔 등 개입 요구 커져

3일 미얀마 양곤 북오칼라파 주민들이 군병력의 실탄 사격을 피해 달아나고 있다. 유튜브 캡처

3일 미얀마 양곤 북오칼라파 주민들이 군병력의 실탄 사격을 피해 달아나고 있다. 유튜브 캡처

미얀마 군부가 3일 최소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최악의 유혈사태를 일으켰다. 특히 군부는 시위 거점으로 떠오른 양곤 북오칼라파 지역에 악명 높은 77경보병사단을 투입한 뒤 시위대를 향해 기관총을 난사하는 만행까지 저질렀다. 아비규환의 학살 현장으로 돌변한 미얀마 쿠데타 사태에 국제사회가 개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일 현지 매체에 따르면 전날 군의 대대적인 무력 진압으로 숨진 시위대는 38명에 달한다. 피해는 군의 보안팀 배치를 거부해 전국적 명성을 얻은 북오칼라파에 집중됐다. 적어도 15명이 군의 발포로 사망했으며, 중상자 30여명도 대부분 상반신에 총상을 입어 희생자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 사가잉주(州) 등 지방 시위 현장에서도 인명 피해가 속출했다. 사가잉(6명) 만달레이(3명) 카친(2명) 모울메인(1명) 등에서 고루 사망자가 나와 미얀마 전역에서 군의 유혈 진압이 본격화한 것으로 판단된다.

3일 미얀마 양곤 북오칼라파 시위 현장에 77경보병사단 병력이 투입되고 있다. 미얀마 나우 캡처

3일 미얀마 양곤 북오칼라파 시위 현장에 77경보병사단 병력이 투입되고 있다. 미얀마 나우 캡처

‘검은 수요일’로 불리는 전날 학살은 쿠데타 군부가 기존 보안군과 위장경찰 병력에 더해 정규 전투군 투입을 감행하면서 피해가 커졌다. 군은 전날 오전 10시쯤 북오칼라파 지역에 77경보병사단을, 만달레이 등 지방에 33ㆍ55경보병사단을 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병력은 지난해 연말까지 북ㆍ서부 정글 지역에서 소수민족과 실제 교전을 벌였던 정예군이다. 특히 77사단은 2017년 로힝야족 집단학살을 주도한 것으로 악명이 자자하다. 지난달 28일 18명의 희생자를 낸 ‘피의 일요일’에는 시위 현장 주변에 대기했을 뿐, 직접 총격 진압에 가담하지는 않았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기관총이 진압 장비로 본격 등장했다는 점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사진과 동영상 등을 보면 77사단과 경찰은 전날 오후 5시쯤 우지 자동기관단총을 시민들에게 100번 이상 발포했다. 이스라엘에서 1948년 개발된 우지 기관총은 2003년 이후 대다수 나라에서 폐기됐으나 미얀마에선 여전히 주력 무기 중 하나로 알려졌다. 군과 경찰은 또 사상자를 실어 나르던 의료진을 집단 구타하고, 구급차를 조준 사격하기도 했다. 여기에 시민들이 군병력 이동을 막기 위해 만든 목재 바리케이트에까지 불을 붙여 시위 현장은 금세 지옥으로 변했다.

3일 미얀마 양곤 북오칼라파 지역에 투입된 경찰이 우지 자동 기관단총에 탄환을 장전하고 있다. SNS 캡처

3일 미얀마 양곤 북오칼라파 지역에 투입된 경찰이 우지 자동 기관단총에 탄환을 장전하고 있다. SNS 캡처

미얀마 군부의 만행을 접한 국제사회는 경악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는 모든 국가에 자국민에게 끔찍하고 혐오스러운 폭력을 행사한 미얀마 군부를 한 목소리로 비난할 것을 요청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군부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크리스틴 슈래너 버기너 유엔 미얀마 특사는 지난달 15일 군부 2인자인 소 윈 부사령관과 통화를 근거로 “지금의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는 제재에 익숙하다. 과거에도 살아남았다.” 소 윈이 통화 당시 남긴 말이다. 유엔 등 국제사회가 말이 아닌 행동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3일 미얀마 양곤 북 오칼라파 주민들이 낮 동안 숨진 시위대를 위해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이라와디 캡처

3일 미얀마 양곤 북 오칼라파 주민들이 낮 동안 숨진 시위대를 위해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이라와디 캡처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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