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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이 테러로… 피 부르는 여성 혐오 '인셀'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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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이 테러로… 피 부르는 여성 혐오 '인셀' 범죄

입력
2021.03.05 07:00
수정
2021.03.05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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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발적 독신자'가 살인으로 분노 표출
개인 일탈 그치지 않고 사회 현상·과격화

2018년 4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한 남성이 밴을 몰고 인도로 돌진, 보행자를 들이받아 10명을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운전자는 여성 혐오 성향의 '인셀'(비자발적 독신주의자) 남성으로 밝혀졌다. 추모객이 희생자들을 위해 설치된 임시 추모 공간에 메모를 남기고 있다. 토론토=AFP 연합뉴스

2018년 4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한 남성이 밴을 몰고 인도로 돌진, 보행자를 들이받아 10명을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운전자는 여성 혐오 성향의 '인셀'(비자발적 독신주의자) 남성으로 밝혀졌다. 추모객이 희생자들을 위해 설치된 임시 추모 공간에 메모를 남기고 있다. 토론토=AFP 연합뉴스

성적 욕망을 충족하지 못한 남성들의 좌절과 분노가 피를 부르는 경우가 늘고 있다. 마음속에 가둬 뒀던 여성 혐오가 갈수록 더 쉽게 살인까지 불사하는 '묻지 마 범죄'로 분출하면서다. 이제 테러의 한 형태로 간주해야 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는 경고가 나온다.

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최근 몇 년간 여성 혐오 현상의 일종인 '인셀(incel) 운동'이 과격해짐에 따라 세계 각국이 이를 심각한 테러 위협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마침 이날 캐나다에서 열린 인셀 운동 관련 사건의 재판 결과를 소개하면서다. '비자발적 독신주의자'(involuntary celibate)의 약자인 인셀은 여성과 성관계를 맺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남성들을 가리킨다. 1993년 등장한 용어인데, 최근에는 자신의 부족한 성적·사회적 지위의 원인이 여성에게 있다고 여기는 '여성 혐오자'까지 포함하기도 한다.

사건은 약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8년 4월 토론토에서 알렉 미나시안이라는 이름의 한 남성이 밴을 몰고 인도로 돌진해 10명을 숨지게 하고 16명을 다치게 했다. 사망자 중 여성이 8명이었다. 남성은 곧바로 경찰에 체포됐고 자신이 인셀 커뮤니티에 속해 있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에서는 피고에게 1급 살인죄가 적용돼 최소 25년형이 확정됐다. 이달 말 예정된 최종 공판에선 종신 징역형까지 선고될 수 있다. 앤 몰로이 판사는 해당 사건을 "지금껏 도시에서 발생한 엄청난 비극 중 하나이자 무고한 사람들에 대한 대학살"이라고 규정한 뒤 "피고는 인셀 행동의 악명을 추구하고 즐겼다"고 질책했다. 존 토리 토론토 시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여성 혐오로 촉발된 행동과 혐오를 조장하는 사람들에 맞서야 한다"고 시민들에게 촉구했다.

2018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벌어진 '밴 공격 사건'의 희생자 가족들이 3일 가해자에게 유죄가 선고되자 토론토 지방법원 밖에서 껴안고 있다. 토론토=로이터 연합뉴스

2018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벌어진 '밴 공격 사건'의 희생자 가족들이 3일 가해자에게 유죄가 선고되자 토론토 지방법원 밖에서 껴안고 있다. 토론토=로이터 연합뉴스

가디언에 따르면 인셀 범죄는 더이상 드문 일이 아니다. 2014년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이슬라비스타에서 한 인셀 남성이 총기를 난사해 6명을 살해하고 14명을 중상에 빠뜨린 뒤 북미권에서는 사람을 해치는 인셀 범죄가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발생 범위도 넓어지는 추세다. 유럽으로도 번지며 지난해 영국에서 일어난 두 건의 테러 사건 재판에 인셀 사상이 범죄 동기로 거론되기도 했다.

인셀 범죄가 더이상 개인 일탈에 머물지 않고 과격화하면서 이제는 이를 테러 행위로 분류해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5월 캐나다 사법부는 처음으로 17세 남성 인셀 범죄자를 테러 혐의로 기소하기도 했다. "사건 저변의 인셀 이념이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는 게 인셀 현상 연구자들의 경고다.

알렉스 디브란코 남성우월주의연구소(IRMS) 이사는 가디언에 "인셀 관련 폭력이 증가하고 사회적 관심도 커지고 있지만 심각하게 여겨지지는 않는다"고 꼬집었다. 인셀 전문가 제이콥 와이어는 "인셀 운동은 민간인에 대한 이념적 폭력으로 심리적 공포를 조장하는 명백한 테러"라고 주장했다.

이인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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