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 폭설에 주차장으로 변한 고속도로
비상대응 근무 2단계로 격상... 일부 학교 휴업
연휴 마지막 날인 1일 강원 영동지역에 최고 50㎝ 폭설이 내려 일부 고속도로가 고립 상태에 빠지고,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잇따랐다. 적설량이 워낙 많아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한 시설물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정부는 대설 비상근무를 2단계로 격상하며 대응 수위를 높였다.
기상청에 따르면 오후 9시 30분 기준 적설량은 미시령 52.1㎝, 진부령 48.7㎝, 양구 해안 37㎝, 설악동 36.6㎝, 홍천 구룡령 35.8㎝, 고성 현내 30.1㎝, 인제 기린 21.2㎝ 등이다. 기상청은 2일 오후까지 동해안은 10∼30㎝, 영서 지역은 5∼10㎝, 남부 내륙은 3∼8㎝의 눈이 더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 때문에 고속도로와 국도 등에서 차량들이 폭설에 갖히면서 도로는 거대한 주차장으로 바뀌었다. 오전부터 시작된 극심한 정체는 이날 오후 9시를 넘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동해고속도로의 경우 속초 나들목에서 북양양 나들목까지 2㎞ 구간에 차량 수백여대가 밤늦게까지 움직이지 못했다.
동해고속도로 속초 노학1교와 노학2교 일대도 언덕길을 오르지 못한 차량과 크고 작은 접촉사고로 차들이 한데 뒤엉켜 8시간 넘게 차들이 줄지어 옴짝달짝 못하고 있다. 앞서 도로 관리당국은 이날 오후 4시 40분부터 동해고속도로 속초 나들목 구간과 북양양 나들목 구간의 진입을 전면 통제했다.
이날 업무를 위해 고성군을 찾았던 김모(47)씨는 "미시령 요금소 진입 후 꼼짝 없이 4시간을 갇혀 있다 겨우 회차공간을 통해 빠져 나오느라 진땀을 뺐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연휴를 동해안에서 보내고 귀경하던 한 운전자는 "눈 예보를 알고는 있었지만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답답해했다.
서울양양고속도로 서울방면 서면 6터널부터 서양양 IC까지 5Km 구간도 차들이 오도 가도 못한 채 서 있는 상태다. 박모씨는 "오후 5시 43분부터 오후 10시까지 서양양IC에 진입한뒤 움직임이 없다"며 "4시간 넘게 차가 서 있는데 제설작업이 너무 늦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속초에서 버스를 이용해 춘천으로 가는 한 주민도 "속초에서 낮 12시 30분 춘천행 버스를 탔는데 오후 8시 45분 현재 고작 양양 졸음쉼터에 와 있다"며 도로 관리당국에 불만을 터뜨렸다.
폭설에 크고 작은 교통사고도 잇따랐다. 강원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5시까지 모두 460건의 교통사고와 관련한 신고를 받고 출동해 47명을 병원으로 이송했다. 이날 오후 4시 19분쯤 서울양양고속도로에서는 작업 중이던 50대 A씨가 차량에 부딪혀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앞서 오후 1시 54분쯤엔 중앙고속도로 부산방면 홍천 부근 갓길에서 승용차에 불이 나 전소됐고, 오전 11시 52분쯤 양양군 서면 서울양양고속도로 양양방면에서 3중 추돌사고로 2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은 오후 9시를 기해 대설 대처를 위한 비상대응 단계를 1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했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정오부터 1단계를 가동했으나 대설로 강원지역 고속도로 등에서 교통정체가 이어지면서 대응 수위를 높였다.
강원도교육청은 폭설이 쏟아진 고성과 강릉 등 31개 학교는 2일 휴업하고, 8개 학교는 등교 시간을 조정한다고 밝혔다. 휴업 학교는 고성의 경우 초교 10곳, 중학교와 고교 각 3곳이고, 강릉의 경우 초교 9곳, 중학교 1곳 등이다. 나머지 학교도 학교장 판단으로 휴업이나 등교 시간 조정 등 조치하기로 했다.
기상청은 강원 영동지역에 내일 오후까지 최고 50㎝에 이르는 눈이 더 올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이번 눈은 습기를 잔뜩 머금은 습설로 시설물 붕괴 등에 주의를 기울여달라고 기상청은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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