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 사흘 만에 뚝딱... 여야 21대 국회 '최악의 오점' 가덕도법 통과

이전기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심사 사흘 만에 뚝딱... 여야 21대 국회 '최악의 오점' 가덕도법 통과

입력
2021.02.27 04:30
0 0

동남권 신공항의 입지를 부산 가덕도로 확정하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가덕도특별법)이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날 가덕도특별법은 재석 229명 중 찬성 181명으로 가결됐다. 반대는 33명, 기권이 15명이었다. 국토교통부ㆍ기획재정부ㆍ법무부 등 3개 부처가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와 28조원에 달하는 공사비 등을 들어 일제히 반대했지만, 여야의 압도적 지지 속에 국회 문턱을 넘었다. 이로써 동남권 신공항 입지를 둘러싼 논란은 ‘가덕도 신공항’으로 마침표를 찍게 됐다.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로 논의가 시작된 지 16년 만이다.

4ㆍ7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여야가 가덕도특별법을 처리하는 과정은 ‘졸속’, ‘날림’에 가까웠다. 특별법을 심사한 기간은 단 사흘에 그쳤고, 신공항 건설에 필요한 각종 사전 절차는 모조리 생략돼 ‘위법’ 논란을 불렀다. 또 사전에 신공항의 경제성을 따져볼 예타마저 필요한 경우 면제할 수 있게 하면서, 향후 선거 때마다 정치권이 선심성 개발사업을 특별법으로 우회할 수 있게 하는 ‘선례’를 남겼다. 정치권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사업”, "여야의 입법 농단"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사흘 만에 ‘뚝딱’ ... 속도전 방불케 한 특별법 심사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부산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보고에 참석해 가덕도 공항 예정지 선상 시찰을 마친 후 부산신항 다목적부두에 위치한 해양대학교 실습선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가덕도특별법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된 건 지난 3일. 이후 9일 공청회 및 17일, 19일 두 차례에 걸친 국토위 소위원회 논의를 거쳐 이날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수십조(兆)원의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대형 국책사업에 대한 심사가 3일 만에 끝난 셈이다. 19일 열린 소위에서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다들 아시겠지만 부산시장 선거용으로 급조해 가지고 이렇게 처리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실제 소위 직후 열린 전체회의에서도 여야는 먼저 상정된 법안부터 처리하는 ‘선입선출’ 원칙을 무시하고 특별법을 의결했다.


사전 조사도 없이 가덕도로 입지 ‘알박기’… “전례 없다”

이낙연(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와 부산시장 후보자들이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 통과된 직후 당대표 회의실에서 기자회견 후 박수를 치고 있다. 뉴스1


‘적법절차의 원칙’ 또한 무시됐다. 공항은 여러 부지를 검토해 입지를 확정한 후, 건설에 필요한 행정절차를 간소화하는 특별법을 제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인천국제공항 또한 영종도, 시화지구 등 2곳에 대한 타당성조사를 거쳐 1989년 영종도를 최종 부지로 확정하고, 1991년 ‘수도권신공항 건설 촉진법’ 제정에 따라 공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여야는 별도의 행정절차 없이 특별법에 신공항 입지를 가덕도로 못 박았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도 “(특별법으로 입지를 정한 전례를) 알지 못한다”고 했다.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김해신공항안(案)’과도 충돌했다. 이 사업은 예타를 통과, 2019년 국토개발 최상위 계획인 ‘제5차 국토종합계획’에 포함됐다. 이미 수십억원의 재정도 투입됐다. 지난해 11월 국무총리실 산하 검증위원회 또한 이 사업에 대해 ‘근본적 재검토’를 권고했을 뿐, 중단을 얘기하진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국토부가 절차상 문제가 있는 특별법에 찬성하면 형법상 ‘직무유기’에 해당될 수 있다. 국회 관계자는 “원래는 ‘김해신공항 중단→대체부지 선정→특별법’ 수순으로 가는 게 맞다”며 “그런데 김해신공항을 중단할 근거가 없자 여야가 절차상 논란을 무릅쓰고 특별법에 입지를 가덕도로 ‘알박기’ 했다”고 지적했다.


특별법발(發) ‘예타 면제’도 처음

김종인(앞줄 가운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전망대를 찾아 국민의힘 부산시장 예비후보들과 함께 가덕도 신공항이라고 적힌 표지판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부산= 연합뉴스


재정의 ‘문지기’ 역할을 하는 예타 제도도 사실상 무력화됐다. 이는 재정이 300억원 이상 투입되는 도로ㆍ철도 등을 건설할 때 사업성을 따지는 제도다. 하지만 이번 가덕도특별법에는 신공항 건설을 위해 필요한 경우 예타를 면제하는 특례 조항이 담겼다. 2014년 국가재정법에 ‘국가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은 예타를 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이 신설된 후, 개별법에 면제를 규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예타 면제를 강하게 비판해온 민주당이 입장을 바꾼 것이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이제 대구를 비롯해 다른 지역도 다 특별법으로 예타 면제하고 공항 만들자고 하면 막을 길이 없다”고 했다. 야권 관계자는 “그래도 ‘예타→사업성 없음→면제’를 거친 사업은 총사업비가 얼마나 들지, 왜 경제성이 부족한지 근거 자료라도 남는다”며 “법으로 예타 면제를 못 박는 건 최소한의 정치적 책임마저 회피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文 정부의 4대강”, “매표 공항 특별법”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표결을 앞두고 반대 토론을 하고 있다. 위는 김상희 국회 부의장. 뉴스1


국토교통위 소속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특별법 표결 직전 반대토론을 신청해 여야를 비판했다. 그는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를 찾아 ‘가슴이 뛴다’고 말한 것을 거론하며,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이 나라가 나라답게 가고 있나, 가슴이 내려앉았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사업”, “민주당이 주도하고 제1야당이 야합해 자행된 입법농단”이라고도 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이날 “공항 건설은 백년대계로 진행돼야 하는데, 절차도 기준도 명분도 없이, 오직 표 구걸만 있다”며 “‘문재인 정부표’ 매표 공항 특별법을 강력 반대한다”고 했다.



박준석 기자
조소진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