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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맞고 일상으로 가야죠"...곳곳서 활발한 '백투 더 노멀'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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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맞고 일상으로 가야죠"...곳곳서 활발한 '백투 더 노멀' 움직임

입력
2021.02.2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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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동안 고립 생활로 인해 '사회화' 다시 배워야"
12월 백신 접종 시작한 英·美...'일상 복귀' 잰걸음
해외여행, 쇼핑 등 통해 일상으로 접근 시도 중
전혀 다른 곳으로 이주해 새 삶 계획하는 이들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26일 대구 중구보건소에서 김혜원 닥터김노인요양센터 원장이 요양시설 종사자 첫 접종을 하고 있다. 대구 중구청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26일 대구 중구보건소에서 김혜원 닥터김노인요양센터 원장이 요양시설 종사자 첫 접종을 하고 있다. 대구 중구청 제공

26일부터 국내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가운데 잃어버렸던 일상으로의 복귀가 눈앞으로 다가왔다고 기대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강력한 폐쇄 조치가 내려지며 시작된 고립 생활을 끝내고 다시 사회 속으로 들어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과 미국은 일상 생활로 돌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영국은 6월 말까지 모든 봉쇄 조치를 해제하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했고, 미국은 백신 접종의 첫 번째 그룹이었던 65세 이상 노년층에 여행 열풍이 불고 있다.

기대와 불안이 뒤섞이긴 했지만 일상 복귀를 향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과연 당신은 예전 생활로 돌아갈 준비가 돼 있는가.


1년 동안 멈춘 '사회화'...다시 배워야 하는 이유

지난달 28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8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 뉴스1

서울 소재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서은결(가명)양은 진급하는 3학년 반 배정표를 보고 반가웠다. 1, 2학년 때 연달아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이 3학년에도 같이 배정됐기 때문이다.

이양의 어머니 박미희(가명·40)씨는 "학교 측에서 아이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1년 동안 코로나19로 인해 성인들도 사회화가 거의 중단된 채 지내왔다. 우리의 사회화 근육이 위축됐기 때문에 스스로를 다시 훈련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하물며 초등학생들의 사회화 재교육은 어떨까. 이 때문에 지난해 거의 학교를 나가지 않았던 우울한 기억 대신 아이들의 사회화가 위축되지 않았던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의 기억을 되살려 주려는 학교의 방침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단지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해외에서도 1년 동안 중단됐던 사회화를 다시 배워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사람들은 지난 1년 동안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을 경험하는 등 '비사회적'이어야 했으며, 그로 인해 사회적 상호 작용도 어색해 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쇼핑거리로 유명한 옥스퍼드 스트리트가 텅 비어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쇼핑거리로 유명한 옥스퍼드 스트리트가 텅 비어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로 인해 많은 성인들이 악수나 포옹없이 상호 작용을 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고, 장기간의 고립으로 '사회 공포증'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실제로 에콰도르의 수도 키토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안드레 로블스는 "지난 1년 동안 서로 팔꿈치를 부딪치는 게 새로운 인사법이 됐다"면서 "다른 사람들과 다시 포옹하는 게 어색하다고 생각될 정도"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사회적 상호 작용을 회피할 수는 없는 노릇. 고립의 스트레스를 완화하기 위한 방법은 있다. 칠레의 생물학자 다니엘라 리베라는 "다른 유형의 환경 변화"를 권장한다. 예를 들어 자전거 타기 같은 신체 활동, 뇌 훈련 게임과 같은 인지 활동, 치료와 같은 정서적 활동 등이다.


美, 백신 맞은 노년들의 일상 복귀 프로젝트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은 65세 이상 노년층들이 여행업계의 주고객으로 떠오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은 65세 이상 노년층들이 여행업계의 주고객으로 떠오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 사는 짐(69)과 셰릴 드레이어(72) 부부는 이달 초 두 번째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았다. 두 사람은 다음 달 새로운 항체를 무장한 채 하와이 마우이 섬에서 미뤄 뒀던 휴가를 보내기로 했다.

이들 부부는 "우리는 지난 1년 동안 식당 한 번 가지 않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이제는 이 섬에서 안전감을 느끼며 그 어떤 방해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최근 백신 접종을 받은 65세 이상 노년층이 여행업계를 주도하고 있다. 이들이 호텔이나 유람선 티켓 및 여행사 상품을 앞다투어 예약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리조트와 호텔, 콘도 등을 보유한 기업 '아쿠아-애스톤 호스피털러티(Aqua-Aston Hospitality)'는 1월 노년층 예약이 예년에 비해 60% 증가했다.

또한 갈라파고스 섬의 호화 유람선 운영사인 '퀘사르 익스퍼디션스(Quasar Expeditions)'는 1월 이후 예약 문의의 70%가 65세 이상 고객이라고 밝혔다. 이 업체 측은 "대부분 오는 6월 이후의 여행 문의에 집중됐다"며 "자신들이 백신 접종을 받기 때문에 에콰도르, 갈라파고스같이 먼 곳으로 여행할 수 있는 자신감을 주는 듯하다"고 말했다.


4월 손꼽아 기다리는 英...'소비 치료' 가능할까

지난달 봉쇄 조치로 인해 소비자들의 발길이 뚝 끊긴 영국 런던의 한 의류 매장에 세일을 알리는 문구가 유리벽에 붙어 있다. EPA 연합뉴스

지난달 봉쇄 조치로 인해 소비자들의 발길이 뚝 끊긴 영국 런던의 한 의류 매장에 세일을 알리는 문구가 유리벽에 붙어 있다. EPA 연합뉴스

'심야 통금' 등 깐깐한 봉쇄 정책을 폈던 영국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이후 정상적인 생활로 복귀를 서두르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22일(현지시간) 나라 전체가 완전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하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다음달부터 폐쇄 조치를 순차적으로 해제한다는 것이다.

4단계로 나뉜 월별 계획은 이렇다. ①3월 8일부터 학생들의 등교 등 1단계를 시작으로, ②4월 12일부터 2단계로 일반 비필수 상점(백화점, 서점, 의류매장 등)과 야외 술집, 미용실, 헬스장, 도서관 등이 문을 연다. ③5월 17일부터는 3단계로 식당과 펍, 극장, 호텔이 영업을 재개하며, ④6월 21일에는 나이트클럽이 문을 여는 등 4단계가 진행될 예정이다. 물론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감소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영국의 국민들은 거의 모든 상점이 문을 여는 2단계 시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패션업계가 특히 이를 반기고 있으며, 그 동안 온라인 쇼핑에 몰두했던 소비자들도 쇼핑 목록을 체크하며 "(오프라인 매장에) 대기 줄을 설 각오가 돼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영화 '쇼퍼홀릭' 스틸컷.

영화 '쇼퍼홀릭' 스틸컷.

텔레그래프 매거진의 편집자 마리안 존스는 칼럼을 통해 "4월 12일 다시 상점들이 문을 열면 친구들과 함께하는 '소비 치료'보다 더 좋은 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주말에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쇼핑하던 일상의 소중함을 그리워하고 있다. 런던 근교의 아웃렛인 비스터 빌리지로의 여행을 꼽으며 그곳에서 브런치를 먹기 위해 시간 맞춰 기차를 타고, 노스페이스·스텔라 매카트니 매장을 지나 구찌 매장 밖에 의무적으로 대기 줄에 합류하는 것조차 즐거웠다는 것이다.

존스는 "이토록 즐겁게 쇼핑했던 것이 수년 전처럼 까마득하게 느껴진다"며 "보리스 (총리)가 두 달여 후에도 안전하게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고 마스크를 쓴 친구들과 런던의 본드 스트리트, 쇼핑센터 블루워터, 아웃렛 비스트 빌리지 등에서 직접 옷을 입어보며 쇼핑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새로운 곳에서 새 삶을 꿈꾸는 사람들

이탈리아 남서부에 위치한 작은 마을 '비카리(Bicarri)'의 모습. 비카리 페이스북 캡처

이탈리아 남서부에 위치한 작은 마을 '비카리(Bicarri)'의 모습. 비카리 페이스북 캡처

멕시코 출신 물리학자 안드레스 호세 엔세라도 만리케스는 최근 이탈리아로 이주할 계획을 세웠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일상으로 돌아가며 안정화에 접어들 시기에 맞춰, 그는 아내와 함께 이주를 준비하고 있다.

그가 선택한 곳은 이탈리아 남서부 지역의 작은 마을 비카리(Biccari)다. 그는 이곳에서 코로나19의 아픔을 뒤로 하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단다. 현재 주택 매입을 진행 중이다.

그에게 있어서 코로나19의 기억은 고통스럽다. 자신의 아버지와 장인을 코로나19로 잃었다. 그는 "만약 유행병이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쳐줬다면, 그것은 인생이 너무 짧아서 우리의 꿈이 바닥에 떨어질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이라며 이주하는 이유를 밝혔다.

멕시코에서는 도저히 일상생활로의 복귀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는 "우리는 다음 청구서를 지불하기 위해 살아남고 일하는 삶이 아니라 행복하고 성취함을 느끼는 삶을 살고 싶다"고도 했다.


이탈리아 남서부에 위치한 작은 마을 '비카리'의 야경. 비카리 홈페이지 캡처

이탈리아 남서부에 위치한 작은 마을 '비카리'의 야경. 비카리 홈페이지 캡처


이탈리아 남서부에 위치한 작은 마을 '비카리'에 있는 예배당. 비카리 홈페이지 캡처

이탈리아 남서부에 위치한 작은 마을 '비카리'에 있는 예배당. 비카리 홈페이지 캡처

그가 비카리를 처음 알게 된 건 미 CNN방송을 통해서다. 그는 이주가 실현된다면 "물리학 학위를 이용해 환경을 보존하고 지속 가능성을 위해 연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비카리는 최근 중고차 가격보다 저렴하게 입주할 수 있는 주택들을 거래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 이유는 이곳 마을의 인구가 불과 2,000명밖에 남아 있지 않아서다.

마을을 되살리기 위해 이곳의 30대 젋은 시장인 지안필리포 미그노그나는 재건축이 필요한 주택을 7,500유로(약 1,000만원)부터 시작하는 가격에 내놓았다. CNN에 마을 사연이 소개된 이후 미그노그나 시장은 전 세계에서 2만통 이상의 이메일을 받았다.

미그노그나 시장은 "코로나19가 세계여행을 제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에 (삶을 위해) 이탈리아로 이주하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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